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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지의 도시 평양, 눈으로 걷기] 살아 있는 도시 박물관 평양의 미래
    도시에는 역사적 흔적이 시간 순서대로 쌓여 있다. 북한의 수도 평양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판단과 관계없이 도시는 그 자체로 시간을 담은 물리적 공간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 비록 다른 이념적 기반 위에 세워져 그 모습이 낯설고 때로는 거부감이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언젠가 평양의 도시와 환경에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모든 것을 새롭게 구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역사적 기록물인 기존 도시 구조를 유지하되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방향으로 도시 공간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주의 도시계획으로 구현된 평양은 자본주의 도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역사의 일부이자 자산이다. 특히 평양은 사회주의 도시 중에서도 이상적인 모델로 여겨진다. 서울과 대비되는 평양의 특성은 외국 관광객이 보기에 매력적일 수 있으며, 두 도시를 함께 방문하는 것은 흥미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평양은 다른 자본주의 도시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공간 구조로 이루어졌는데, 어떤 부분은 도시계획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북한의 지구 단위 계획, 풍부한 공원 녹지, 상징적 공간, 경관 축 등을 잘 발전시켜 활용하면 도시를 보다 풍부하게 경험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평양 본연의 도시적 맥락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사회주의 체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도시 박물관’으로서 평양을 제안한다. 공간의 연결성 향상: 도시에 생명력 불어넣기 도시 공간의 분절은 지역 간 활발한 교류를 막는다. 도시에 피를 통하게 하고 생명력을불어넣기 위해서는 단절된 공간을 서로 연결해야 한다. 도시 내부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향상해 공간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공간의 단절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언덕이나 하천 등 자연 지형지물로 인해 분절되기도 하며, 도로나 철도 등의 교통망으로 지역이 나뉘기도 한다. 평양에서 눈에 띄는 단절의 원인으로는 철도망을 들 수 있다. 일제 식민지기부터 철도는 주요 산업 시설을 잇는 중요 교통망이었기 때문에 평양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다. 평양역을 중심으로 동쪽은 중요 정부 기관이 밀집된 중구역이고, 서쪽은 산업 시설이 모여 있는 평천구역이다. 철로에 의해 분절된 두 공간은 그 성격도 매우 다르다. 서울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에 가보면 철로가 놓였던 공간이 공원화되면서 주변 환경이 매력적으로 전환된 것을 볼 수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선형 공원을 조성했을 뿐인데, 가로 주변으로 활력이 생겨나 이전과는 다른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같이 공간의 연결성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도심의 인구가 밀집된 지역일 경우 그 효용 가치는 더욱 크다. 평양역을 지나는 철로는 남북 방향으로 길게 뻗어 동서 간 단절을 심화한다. 만약 역 주변의 철도 차량 기지를 외곽으로 이전하고 고속 철도를 지하에 새로 건설한다면, 이 지역의 공간적 특성을 크게 바꿀 수 있다. 평양역과 주변 공간을 포함하는 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주거, 상업, 문화, 컨벤션 시설 등을 갖춘 복합 지구로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평양은 강의 도시라 할 수 있다. 넓은 대동강이 S자 모양으로 평양 시내를 관통하며, 지류인 보통강도 도심을 휘감고 있다. 대동강 서편, 보통강 동편은 고구려 시대의 평양성(북한국보 제1호)이 위치한 지역이며 현재도 평양의 중심이다. 따라서 평양 시내에는 강에 인접한 공간이 많으며, 이러한 수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시 경관은 물론 사람들의 공간 체험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3호(2019년 5월호) 수록본 일부 민경태는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 학사 및 도시설계 석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경제·IT 전공으로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서 신기술 소싱, 기술벤처 투자, 해외 공공 기관 협력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재단법인 여시재에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서울 평양 메가시티』(2014),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2018) 등이 있다.
  • [미지의 도시 평양, 눈으로 걷기] 더 읽을거리, 더 볼거리
    1. 『도시화 이후의 도시』임동우, 스리체어스, 2018. 대부분의 도시가 성장을 끝낸 탈산업시대, 우리는 앞으로 어떤 도시를 지향해야 할까. 임동우는 경제 성장과 효율의 논리로만 도시를 바라보는 한국 도시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래 도시에 대한 힌트를 평양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공동체 중심의 삶을 꾸리는 사회주의 도시에 우리가 배울 가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시를 편견 없이, 더 나은 삶의 여건을 보장하는 유기적 도시 공간으로 살피다보면 그가 제안한 ‘생산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 『북한 도시 읽기』임동우·라파엘 루나 엮음, 담디, 2014. 도시와 건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포괄적이고 현실적으로 살필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 책은 북한의 27개 도시와 8개의 주요 도시, 70여 개의 건축물을 분석해 상세한 다이어그램과 도면으로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과 소련의 접경 지역, 비무장 지대의 자연환경, 북한 도시 네트워크 등 국내외 전문가와 학자가 구축한 객관적 자료를 통해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북한 도시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써 내려 간 ‘미래도시 제안’ 파트에서는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도시, 건축 전문가들의 발칙한 상상력을 맛볼 수 있다. 3. 『북한, 도시로 읽다』전상인, 통일부 통일교육원, 2015. 프랑스 역사학자인 페르낭 브로델은 “도시는 변압기와 같다”고 이야기했다. 역사적으로 도시가 사회 변동의 온상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상인은 북한의 도시를 이해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특성과 변화를 파악하고자 했다. 북한의 수도인 평양,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함흥, 역사 도시이자 남북 경제 협력의 무대인 개성, 평양 주변의 신흥 위성 도시인 평성의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살핀다. 또한 도시화 가속 현상 등 다양한 도시 문제를 다루며 북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이 책은 북한의 실상을 좀 더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마련된 통일교육원의 ‘주제가 있는 통일강좌’ 46번째 시리즈로 발간되었으며, 통일부 홈페이지 북한자료센터에서 무료로 열람 가능하다(https://unibook.unikorea.go.kr/). 4.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민경태, 미래의창, 2018.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는 남북 동반 경제 성장을 위해 ‘한반도 8대 광역경제권’을 만들자는 도발적 구상을 제안한다. 구상안에는 최첨단 도시 네트워크로 연결된 경제 공동체를 기반으로 북한을 한반도 4차 산업혁명의 출발지로 만드는 전략이 담겨 있다. 인천공항과 해주, 김포, 강화, 파주, 서울을 포함한 ‘해주-개성-인천 벨트’는 경제특구가 되고, 다양한 자연 경관을 지닌 지역을 연계한 ‘원산-금강산-양양 벨트’는 관광 도시로 거듭난다. 개성공단 모델에서 벗어난 새로운 남북 경제의 패러다임이 궁금한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5. 『조선자본주의공화국』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 전병근 역, 비아북, 2017. 우리는 핵, 미사일 등의 정치적 문제에 가려진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간과해왔다. 하지만 북한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정치적, 기계적 이미지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에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은 여전히 견고한 3대 세습 체제와 국가의 통제 속에서도 자본주의로 인해 변화한 북한 주민의 생활 양식에 주목한다. 다양한 정보원을 토대로 한 폭넓은 취재를 통해 활력이 넘치는 북한 사회의 면면을 만날 수 있다. * 환경과조경 373호(2019년 5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부
  • 조경가 이호영 이해인
    두 번째 젊은 조경가 탐구 시간이다. 지난 호 특집에서 ‘제1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 김호윤을 소개한 데 이어, 2월호 특집에서는 공동 수상자인 이호영과 이해인의 작품 세계를 살핀다. 두 조경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쌓은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의 설계를 보완하며 조경과 도시의 새로운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지면에서는 열 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끝내기까지의 프로세스를 탐구한다. 다이어그램이나 모델링, 지형 조작 등 쉽게 간과되곤 하는 과정의 정교함을 통해 설계에 대한 애정과 끈기를 엿볼 수 있다. 특집을 열고 닫는 두 편의 에세이에는 두 조경가의 독특한 설계 철학과 실험적이면서도 섬세한 면모가 담겨 있다. 특히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이국의 조경가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형식과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창의적으로 설계 방식을 확장해 온 이호영과 이해인의 모습을 목격하게 한다. 날카로운 질문 대신 유연한 대화로 진행된 배정한의 인터뷰는 학창 시절부터 설계사무소 스태프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두 조경가의 발자취를 되짚는다. 켜켜이 쌓인 이야기 속에서 HLD의 치열한 리서치와 치밀한 디자인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진행 배정한, 남기준,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이호영‧이해인
    • 편집부
  • 크리티컬 인터벤션
    “HLD는 이호영과 이해인이 설립한 창의적 디자인 회사다. HLD의 디자인은 공간적 문제와 도전 과제의 해법으로 ‘핵심적 개입’을 제공한다. 핵심적 개입이란 물리적 또는 운영적 측면에서 대상지의 잠재력과 현 상태 사이 빠진 연결 고리를 찾아냄으로써 긍정적 변화를 가능케 하는 조치나 설계적 장치를 의미한다. 우리의 설계는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피상적인 외관 개선이나 장식, 스타일 입히기를 지양한다. HLD의 핵심적 개입은 전통적 조경 설계의 범위에 국한하지 않으며, 다양한 분야의 분석을 활용한다. 조경가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애정, 그리고 대상지의 맥락에 대한 존중을 통해 촉각적 표현부터 지역적 비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아이디어를 구현한다. HLD는 모든 스케일의 프로젝트에서 환경적,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근본적 접근을 추구한다.” 앞의 글은 HLD 홈페이지에 쓰인 소개문이다. 앞으로 몇 차례 개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보아도 이 글은 진심이다. 우리가 하는 설계가 “좀 더 고급스러운 정원을 갖고 싶어요(남들이 좋다고 할 만한 정원을 만들어주세요)” 또는 “땅이 좀 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지금은 뭘 원하는지 몰라도 내가 싫어할 만한 것은 하지 마세요)” 같은 사소한 고민1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대상지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가 있을 텐데, 일을 의뢰하는 사람이나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의 의도는 그와 무관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주어진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우리 나름대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문제의식을 발주처와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간혹 발주처를 설득하지 못하면, 이를 숨겨진 제2의 아젠다로 꿋꿋이 지켜나가기 위한 요령도 있어야 한다. HLD는 우리 일의 본질을 핵심적 개입(critical intervention)이라 표현하는데, 이때 critical은 ‘비판적’이라는 뜻이 아닌 ‘없어서는 안 될’, ‘결정적인’을 의미한다. 이 결정적 한 방은 처음에는 잘 안 보이지만, 찾고 나면 너무 필수불가결하고 필연적인 것일 때가 많다. ...(중략)... 각주 1. “쓰레기 같은 고민했구나.”무한도전에서 배우 김혜자가 해외봉사를 나가 그곳의 참혹한 현장을 본 뒤,우리네가 한국에서 지지고 볶는 일상의 갈등에 대해 한 말. * 환경과조경 370호(2019년 2월호) 수록본 일부 이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으며, 조경설계 서안, 미국 에이컴(AECOM), 오피스 ma(office ma)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은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하버드 GSD에서 조경 설계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에이컴과 파퓰러스(POPULOUS)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HLD는 이들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을 통해 대상지의 공간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법을 제공한다. www.hldgroup.net
  • 열 가지 키워드
    설계자의 창의적 혹은 논리적 아이디어는 스케치에,프로젝트의 가장 종합적인 모습은 마스터플랜에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다.하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끝내기까지의 프로세스와 아이디어들은 스케치나 마스터플랜으로는 오히려 설명하기가 어렵다.우리가 그동안 많은 시간을 쏟아 왔던 다이어그램,모델링,지형 조작 같은 과정이나 포장,시설물 같은 결과물을 열 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01. 아이디어 디자이너는 공간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생각의 틀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간다. ‘산업으로서의 이콜로지’ 제안의 출발점은 지속가능한 미래는 외부성(externality)발생의 패턴을 찾아 그 고리를 끊거나 전환시키는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역사적 고찰이었다. 한편 공간심리학, 지리학, 자연 현상에 대한 과학 지식과 미학, 조경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다루는 영화 및 사진 촬영 기법, 무대 연출에 대한 지식은 ‘대구 지하철 참사 메모리얼 설계’와 그 이후의 작업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02. 다이어그램 다이어그램은 때로는 복잡한 콘셉트와 생각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만들고, 때로는 다양한 레이어가 겹쳐 있는 공간 구조에서 기능별로 공간을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다. 다이어그램은 결과물로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거나, 설계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 03. 모델링 콘셉트를 발전시키거나 전달하기 위해, 디테일을 연구하기 위해, 1:1 스케일의 모형을 통한 최종 확인을 위해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모형을 만든다. 04. 지형 조작 땅을 만지는 일은 조경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인공 지반이 아니라면, 완벽하게 평평한 땅은 없다. 입체적인 경험, 공간의 구분, 우수 관리와 식생 환경 조성 등을 위해 지형 조작 작업은 중요하다. 이 작업은 조경 설계를 다른 분야와 구별하는 가장 결정적 프로세스이기도 하다. 05. 단면 평면이 공간이 어떻게 조직되고 배열되는지를 쉽게 보여준다면, 단면은 각 공간이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쉽게 보여준다. 06. 포장 시각적 흥미로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포장 패턴을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 공간에서 포장은 시각적인 것 외에 프로그램, 동선, 우·배수, 공간 스케일 등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 복잡한 영역이다. 그래서 재료, 형태, 색상, 스케일 등을 세심하게 고려한다. 07. 식재 식재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영역이다. 식재는 자연이기도 하고, 공간을 구축하는 재료이기도 하며, 주변 콘텍스트와 상호 작용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08. 시설물 좋은 공간에서는 포장이나 식재뿐만 아니라 시설물 역시 콘셉트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 09. 비주얼라이제이션 비주얼라이제이션은 공간을 이해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자, 전달하고자하는 공간의 분위기나 이용 측면 등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수단이다. 10. 메이킹 실제로 만들어지는 것을 목표로 설계를 하는 만큼,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고 모니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공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이 생략될 수 없다는 것을 발주처와 시공자가 알게 하기 위해서는 설계자 감리 과정이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시공을 직접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중략)... * 환경과조경 370호(2019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치열한 리서치와 치밀한 디자인을 가로지르다 조경가 이호영·이해인 인터뷰
    영동시장 건너편, 논현동의 한 상가 건물 3층에 입주한 HLD의 오피스를 꼭 2년 만에 찾았다. 이태 전 겨울엔 넓어 보이던 곳이 이제 발 디딜 틈 없이 좁다. 식구가 두세 배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1:1 스케일로 테스트하고 있는 디테일과 재료가 벽과 바닥에 가득한 탓이리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인터뷰 바로 전날 귀국한 이호영, 이해인 소장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낯선 도시에서 새해를 맞는 이색적 경험이 오히려 로맨틱했겠다고 묻자, “이호영 소장은 낭만이고 새해고 다 필요 없어요. 언제 어디서나 참 잘 자요”라는 이해인 소장의 답이 돌아온다. 시차로 힘들겠지만 한 네 시간은 인터뷰해야겠다고 분위기를 잡자, 이호영 소장은 특유의 호기롭고 능청스러운 어투로 “문제, 전혀 없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시차, 완전 정복했어요”라며 응수한다. 인터뷰 자료를 주섬주섬 꺼내는 나의 어수선한 행동을 틈타 두 이 소장은 파리, 프랑스 남부, 바르셀로나 등지로 이어진 이번 여정의 사진들을 꺼냈다. 빠른 속도로 넘어가던 화면, 그러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메모리얼인 ‘통로(Passages)’ 앞에서 우리는 한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와 맞닿은 스페인 국경 포르트보우Portbou에 있는 작품이다. 나치의 탄압을 피해 망명길에 나섰다 이곳에서 발각되고 모르핀 과다 복용으로 자살한 벤야민을 매개로, 개인의 자유로운 정신을 가로막는 강압과 폭력의 구조를 관람자 스스로 체험하게 하는 역작이다. 벤야민의 마지막 행로와 미완의 학문적 여정, 그리고 이스라엘 출신의 조각가이자 건축가 대니 카라반(Dani Karavan)의 소름 돋을 만큼 철저하게 계산된 디자인으로 이어진 대화가 30분을 훌쩍넘겼고, 나는 인터뷰의 1회전 공이 울리자마자 날리려 했던 송곳 질문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개념과 실제 설계의 간극을 넘어 -‘제1회 젊은 조경가’ 수상,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 조경가 수상하신 데라고 해서요”로 시작하는 작업 의뢰 전화가 벌써 여러 건 오고 있어요.”(이해인, 이하 인) -잘됐네요.『환경과조경』은 이 상이 여러 젊은 조경가의 활동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계속 힘을 기울여 보려고 합니다. “벌써 마케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표지에 얼굴 나오는 게 큰 홍보 효과가 있더라고요. 펴서 보여줄 필요도 없이, 여기 나왔습니다, 하면 됩니다. 전에는 표지에 사람 얼굴 나오면 욕을 하기도 했었는데, 실리고 보니 정말 좋은 거구나, 실감하고 있습니다.”(이호영, 이하 영) -지난 연말 시상식 때, “13년 전의 토론회 ‘조경가로 산다는 것’이 계기가 되어서, 그때 내뱉은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조경 설계해 왔다”는 이호영 소장의 수상 소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당시 지면(『환경과조경』 2006년 1월호)을 다시 펼쳐들고 한참 정독했어요. 그때의 문제의식, 잘 실천되고 있나요? 함께 일하는 동료와 스태프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는 선배 소장들을 당시 토론회에서 과감하게 비판했었는데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었는지…. (웃음) 시간이 흐르면 핵심만 기억에 남잖아요. 아직까지 정확히 기억에 남아 있는 건 개 념과 설계의 간극에 대한 문제의식뿐입니다. 신입 시절에 느끼기에 설계를 이끌어가는 개념이 실제의 설계와 전혀 관계가 없는 거예요. 예를 들자면, 하이브리드 같은 개념 있지 않습니까. 그런 개념은 애당초 설계와 관계가 없거나, 아니면 모든 설계가 그런 개념과 관계되는 거죠. ‘행복한’ 공원? 세상에 행복하지 않은 공원이 어디 있나요. 소장님이 일주일 끙끙대며 개념을 잡았는데 실제 설계 내용과는 별로 연관이 없고, 갑자기 비약이 일어나면서 밤 한번 새면 딱 설계가 나오는 프로세스, 아 이건 뭔가, 그런 의문을 해소할 길이 없었어요. 이런 건 설계가 아닌 것 같다, 개념이란 건 무조건 시공에서 디테일로 연결이 돼야 한다, 적어도 비약은 없어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이 강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토론회에서 말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말을 해야만 앞으로 내가 실천하고 해결하겠구나 싶어서 청중들 앞에서 꺼냈죠. 그랬더니 조금씩이라도 답을 구하기 위해 애쓰게 되더라고요. 10년이 넘은 지금, 최소한 나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설계했다는 말은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영)...(중략)... * 환경과조경 370호(2019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두 조경가의 실험적 탐구 생활
    대규모 디자인 스튜디오, 특히 몸집이 큰 다국적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로서 재능을 인정받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층위의 조직 문화 속에서 당신의 아이디어, 나아가 당신과 의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과 공적(credit)의 범위를 분명히 하는 일은 매우 어려우며, 이는 당신이 해외에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일하는 경우 더욱 복잡해진다. 출장이 빈번하고 바쁜 상사의 입장에서, 그룹이 내놓은 온갖 훌륭한 성과가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인지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확연히 두드러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이는 그들이 큰소리로 이야기하거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작품과 아이디어가 가진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호영과 이해인은 모두 이러한 성격의 재능과 열정을 가진 부류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디자이너로서의 재능과 리더로서의 역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내심 기대했던 바는, 언젠가 이 둘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제 그들이 삶의 동반자로서 훌륭한 디자인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매우 뿌듯하다. 파트너십으로 서로의 능력과 성향을 보완한 둘의 디자인은 매우 관념적이면서도 진지하고, 섬세한 디테일을 지향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흥미롭다. 이해인이 에이컴(AECOM)에서 수행한 여러 프로젝트 중 중국 상하이의 번드 일대를 재개발하는 공모(상하이 번드 국제금융센터 설계공모)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건축가가 이미 계획안을 완성한 상황이었지만, 클라이언트는 조경 계획을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건축가의 계획은 여러 블록으로 이루어진 대상지에 중층 건물 몇 동을 클러스터 형태로 배치하고, 지상에 중정과 경관 코리더landscape corridors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건축물의 콘셉트는 직설적일 만큼 명확했지만, 이를 경관 계획으로까지 연계하지는 못했다. 건축가는 건물들을 ‘토막(chops)’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평면도에 정사각형으로 표현되며 때때로 네 개의 작은 정사각형으로 나누어진다. 또한 토막은 건물의 수직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건물을 다양한 높이로 분해하는데, 토막 옆면의 가로세로 비율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형적인 형태의 사각 돌 도장과 아주 비슷하다. ...(중략)... *환경과조경370호(2019년2월호)수록본 일부 아키 오미(Aki Omi)는 오피스 ma(office ma)의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20년 이상 현장을 경험하며 수준 높은 작업을 수행했다. 대규모 사무소에서 일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소규모 작업에도 참여해 서로 다른 방식이 지닌 가치를 깊이 이해한다. 디자인 전 과정에 대한 열정으로 응축적인 동시에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회사를 설립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 융합적 관점을 바탕으로 아름다움, 단순함, 디테일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실험하고 있다. 스티브 핸슨(Steve Hanson)은 오랜 친구이자 디자인 파트너인 아키 오미와 함께 창의적이고 멋진 공동 작업 공간 오피스 ma에서 일하고 있다. 25년 이상 조경 분야에서 일하며 미국과 아시아에 많은 작품을 만들었고, 1990년대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핫했던 기업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설계, 저작, 멘토링 활동을 통해 공간에 대한 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조경가 김호윤 LANDSCAPE ARCHITECT KIM HO YUN
    지난해12월,본지는‘제1회 젊은 조경가’수상자를 발표하며 그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특집을 예고했다.그 첫 번째 순서로1월호 특집에서 조경가 김호윤을 탐구한다.현실 조경과 이상 조경의 간극이 사라지는 순간을 꿈꾸는 그는 실험 정신과 진중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이번 지면에서는 드로잉부터 설계공모 패널까지 결이 다른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열 개의 작업을 소개한다.이미지는 물론 디자인 전략과 일상의 에피소드를 담은 단상에서 설계 철학을 비롯해 그의 삶과 취향을 엿볼 수 있다. 특집을 열고 닫는 두 편의 에세이에는 스스로가 바라본 김호윤과 그의 선배이자 동료가 바라본 김호윤,다르지만 비슷한 그의 오늘이 오롯이 담겨 있다.두 글을 나란히 읽다보면 현장을 중시하는 그의 일면이 드러난다.배정한의 인터뷰는 김호윤이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독자들이 그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조경가를 넘어 설계사무소의 경영자이자 새로운 시스템을 꿈꾸는 리더로서의 면모가 입체적으로 전해진다. ‘젊은 조경가’특집이 내일의 조경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달콤한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행배정한,남기준,김모아,윤정훈디자인팽선민자료제공김호윤
    • 편집부
  • 설계의 끝은 또 다른 시작
    기술적 사고가 부족한 디자인은 설득력이 없다 설계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생각이다.나의 일을 거창한 개념으로 포장해서 전문적 사고가 부족한 결과물로 만들고 싶지 않다.설계의 기본은 기술 교육에서 시작하고,설계에 기술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가 효과적으로 조합될 때 추구하는 가치가 구현될 수 있다.나는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재산이라고 여긴다.형태를 디자인하기보다 공간의 감성을 만들고자 한다. 도면의 끝과 현장의 시작에는 경계가 없다.조경가의 의도와 클라이언트의 요구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중요하다.설계사무소를 시작하기 전과 지금,나의 조경에는 변함이 없다.어떤 경우는 공장처럼 설계를 뽑아내는 작업을 하고,이상적인 설계를 하기도 한다.현실과 이상의 접점을 찾는 일은 예전과 다름없이 어렵다.작품으로 받아들여지는 조경,가능한 일일까? 3년간 우리 사무소가 수주한 프로젝트 수가70개를 넘어서고 있다.신생 사무소의 젊은 소장은 프로젝트를 선별하지 않는다.아니,할 수가 없다.이상을 바라보며 작품성만 지향할 수는 없다.설계사무소의 소장은 조경가이기 전에 사업가라는 자세가 필요하다.함께하는 이들의 가정도 생각해야 한다.사무실을 성장시켜야 하고,성장을 위해 무엇이든 해내야 한다.프로젝트 수주량만 늘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수준있는 결과물도 만들어내야 한다.사업 속도,인력 구성,기술적 사고가 반영된 안정적 결과물의 생산,영업 능력,안정적 재무 구조 등 현실의 조경설계사무소는 작품성 외에 신경을 쓸 부분이 많다. 설계사무소를 하는 것은 당연히 설계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작품성이 있다,없다를 논하기보다 우선 사무소에서 생산한 결과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언제까지 해외 설계 시장의 여건만 부러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조경의 제도적 문제에 아직 대응할 여력은 없지만,우리 사무소의 노력이 어떤 방향이든 조금이라도 조경의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중략)... *환경과조경369호(2019년1월호)수록본 일부 김호윤은 청주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받았다.기술사사무소 아텍과 삼성에버랜드 디자인 그룹에서 영업,설계,공사의 관계를 조율하며 다양한 성격의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5년에 조경설계 호원을 설립했으며 진정성 있는 설계를 통해 이상 조경과 현실 조경의 간극을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http://howondesign.com/
  • 열 개의 작품, 열 가지 단상
    01○○○공동주택 드로잉김호윤 디자인2005 설계사무소 막내 시절,이제는 기억에도 없는 프로젝트의 초기 계획 단계에서 혼자A3에 그려본 아이디어 스케치다.당시 키보드 아래에는 항상A3용지가 놓여 있었다.누가 드로잉을 가르쳐주진 않았으나 선배들의 어깨너머로 드로잉을 배워 조금씩 재미를 붙일 즈음으로 기억된다.무엇을 그리려 했는지 알 수 없다.그냥 손그림 연습이었으며,선배들이 하는 드로잉의 카피였다.당시의 계획과 드로잉에 대한 갈증과 선망에서부터 시작된 듯하다.본래 업무는 따로 있었다.설계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집중력과 열정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중략)... *환경과조경369호(2019년1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