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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도시로 나온 캠퍼스
  • 김모아 (more-moa@naver.com)
  • 환경과조경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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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프로젝트 지면을 기획하며 캠퍼스에 얽힌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미 몇 차례 풀어놓았지만, 내게 모교 캠퍼스는 어릴 때부터 들락거린 동네 공원 같은 곳이다. 주말이면 학교 뒷편의 산에 올라 배드민턴을 쳤고, 중앙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내리막길은 스피드를 즐기기 좋은 인라인스케이트장이었다. 주변에 주택 단지가 많아서였을까, 학생이 아닌 시민들의 방문이 잦았다. 조경학도가 되어 교정의 풍경이 지긋지긋해졌을 무렵에도 유모차를 끄는 어머니들이나 꽃놀이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를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당시에는 멋대로 학과 건물에 침입하는 시민들이 그저 불편하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시민이 공원으로서 찾는 캠퍼스에 다닌 게 큰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학창 시절 즐겨 찾았던 공간들을 헤아려 보았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설계실이 있는 건물 앞의 잔디밭. 작은 잔디밭은 설계실에 가득한 본드 냄새와 우드록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잠시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여름이면 중앙에 놓인 기다란 반사못에서 분수가 솟아올랐는데, 종종 이 반사못 뛰어넘기를 걸고 내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잔디밭 군데군데 놓인 투박한 돌 벤치는 등받이도 없고 딱딱하기 그지없었지만, 우거진 나무 아래의 벤치와 달리 새똥과 벌레의 습격을 피할 수 있어 인기가 좋았다. 두 번째는 법학관의 목재 테라스다. 건물 외벽을 비스듬히 타고 오르는 테라스 곳곳에 실내로 들어설 수 있는 입구가 있었는데, 그 풍경이 꽤 멋들어져 보였다. 계단식 광장을 연상케 하는 테라스는 밤이면 불을 밝히는 가로등 아래서 파전이나 떡볶이 따위를 둘러앉아 먹기 좋은 공간이 되었다. 운동을 나왔다가 이곳에서 야식을 먹고 돌아가는 주민들을 자주 만났다. 마지막은 농구장 주변에 외따로 놓인 벤치다. 밤이면 친구와 그곳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했다. 운동화의 밑창과 농구장 바닥이 끽끽 부딪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논스톱 등 각종 TV 프로그램이 키워 준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왜곡과 날조로 점철된!)이 되살아나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열하고 보니 모두 휴식과 맞닿아 있는 공간이다. 특별한 곳이 있을까 싶어 몇몇 친구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인적이 드문 산책로의 벤치, 봄이면 열 지어 꽃을 피우는 벚꽃길, 빠지면 온갖 질병에 걸린다는 소문이 무성한 연못가 등 어느 대학에나 있을 법한 장소들이 답변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어느 공원에서도 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캠퍼스와 공원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이번 호에 소개한 프로젝트를 다시 들여다보니 런던 대학은 부족한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자 기존의 서비스 야드를 야외 테라스로 개선했고, 뢰번 가톨릭 대학교는 숨겨져 있는 강물을 드러내매력적이고 볕이 잘 드는 쉼터를 마련했다. 글래스고 대학은 사교 활동과 다양한 학습의 기회를 경관을 통해 제공하고자 공원, 보행로, 작은 정원 등을 일관성 있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텍사스 대학교는 생태적 복원을 목표로 지속가능성이 높은 환경을 조성했다. 캠퍼스와 공원의 경계가 더더욱 흐려진다. 어쩌면 우리는 공원과 같은 캠퍼스를 꿈꾸는 게 아니라, 학교건 집이건 직장이건 광장이건 어디서든 쉽게 자연을 만나 휴식할 수 있는 삶을 소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캠퍼스가 도시와의 연계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교정을 벗어나 주변 도시로 학습을 넓힐 수 있는 캠퍼스! 원대하지만 막연한 이상에 대한 가능성을 서울시립대학교의 세운캠퍼스에서 찾았다. 세운캠퍼스는 현장과 교육의 시너지를 탐색하는 리빙랩living lab이다. 지난해 서울시립대학교 100주년을 맞아 세운캠퍼스는 세운 메이커스 세운캠퍼스 짓기학교를 진행했다. 건축학과 학생을 비롯해 세운상가의 장인, 메이커, 자재 회사가 함께 신기술을 적용한 건축 조형물을 제작하고 전시한 것이다. 자재 회사는 출시를 앞둔 콘크리트 재료를 제공하고, 연구팀은 개발 중인 투명콘크리트 기법을 적용해 학생들을 도왔다. 산학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전시물을 보니,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학습 과정에 끌어들이고 산업 신기술을 실증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캠퍼스가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개인적 감상을 늘어놓다보니 문득 독자들의 캠퍼스는 어떠한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목표는 같지만 각기 다른 형태로 설계된 대학의 모습을 살피며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당신이 꿈꾸었던 캠퍼스를 다시 떠올려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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