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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가까운, 또는 먼 이웃
  • 환경과조경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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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도·이인규·정미진, ‘둔촌냥이’, 둔촌주공아파트 동네고양이 생태적 이주 프로젝트 (사진제공: 봉우곰스튜디오).

 

대규모 단지의 재개발이 이루어지려면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영구적이든 한시적이든 이주를 해야만 한다. 새로 지어진 건물에 원래 살던 이들이 항상 입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입주할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임시로 거주할 만한 공간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재개발을 늦추지 못해 강제 철거를 하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폭력적인 과정에서 삶을 파괴당하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그곳에 터를 잡고 살던 고양이를 포함한 동물들이 철거 과정에서 압사당하기 일쑤고 드넓은 배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등, 그 땅을 기반으로 지속해 온 생태계 전체가 거대한 삽 앞에서 무력하게 스러지곤 하는 것이다. 때문에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의 대규모 재건축이 예정되면서 동네 고양이들을 돌보던 이들은 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를 고민하게 되었다. ‘둔촌냥이’는 봉우곰스튜디오의 김포도 작가, 마을에숨어의 이인규 작가, 개인 활동가 정미진 씨가 함께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내에 살던 고양이들의 이주를 위해 만든 일시적 모임이다. 이들은 고양이를 도시 공동체의 한 일원이라 여기고, 생태적 이주를 모토로 고양이가 최대한 자발적으로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프로젝트로 (재)건축의 논리가 자연과 공존으로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지게 되었으면 한다는 이들의 활동은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기록될 예정이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환경과조경 355(2017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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