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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사심을 담은 특집
  • 환경과조경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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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지난해 겨울이었다.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 한 조각이 자꾸 머릿속을 성가시게 긁어댔다. 인터뷰이는 제2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 박경탁, 한때 여러 공모전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상금 사냥꾼이라 불린 그에게 슬쩍 당선의 비법을 물어봤다. 대상지에 접근하는 태도나 설계를 풀어나가는 방식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항상 위닝 샷(winning shot)을 먼저 정해요. 한 달 이상 고민하는 설계자와 다르게 심사위원들은 단 몇 시간 안에 판단을 해야 하죠. 그 짧은 시간 동안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장면을 만드는 거예요. 위닝 샷은 설계자가 대상지 내에서 제안하는 가장 중요한 경험의 장면이라 생각해요.” (환경과조경20201월호, “한계를 넘어 실천으로)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았다 한들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헛수고가 될테니까. 특히 쇼타임이 짧은 공모전에서 설계 핵심을 단시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는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일 것이다. 그때부터 궁금했다. 모두 이 말에 동의할까. 동의한다면 그 노하우는 무엇일까. 조금씩 쌓인 의문이 모여 공모의 한 수특집의 틀이 되었다. 이것저것 조금씩 건드려 두루뭉술한 이야기를 하기보단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 작품 설명서 작성법, 프리젠테이션 전략 등을 제쳐 두고 제출 패널에 집중하기로 했다. 묵은 기억을 헤집어 졸업 작품 패널을 만들던 과정도 더듬어보고,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물어 여섯 가지 질문을 선정했다. 질문들은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이메일을 타고 각국의 조경가에게 전달됐고, 15개 팀이 응답했다. 공모에 참여한 지 오래되어 그 기술이 신선하지 못한 것 같아서, 반대로 아직 경험이 부족해 노하우라 부를 만한 것이 쌓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한 이들도 있었다.

 

사실 질문 중 첫 순서를 차지한 패널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와 그 이유에는 개인적 사심이 묻어 있다. 공모를 소개하는 지면을 꾸릴 때면 매번 비슷한 고민에 빠진다. 어느 정도 통일된 형식으로 수상작을 소개해야 하는데 작품의 컨디션이 제각기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상지 분석에 설명서 반 이상을 쓴 팀이 있는가 하면, 설계안의 디테일에 골몰한 팀도 있다. 대표 조감도로 대상지 전체를 내려다본 시점을 택한 작품이 있는 반면, 세부 공간에 집중하거나 과감하게 조감도를 생략한 경우도 있다. 결국 핵심을 놓치지 않되 작품을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도록 정보를 선택해 가공하게 되는데, 꼭 잔뜩 부푼 빵을 납작하게 짓눌러버리는 듯한 기분이 되곤 했다. 아마 편집자뿐 아니라 작품의 주인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질문이 나와 더불어 그들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주상절리를 관광 목적의 경관 자원 대신 지역의 사회·문화적 유산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리서치 다이어그램(‘인건이 기정의 기억과 조망’, HLD), 벽면 가드닝을 유도하는 전략을 명쾌하게 표현한 다이어그램(‘버티컬 가드닝’, 그람디자인), 마스터플랜과 나란히 놓여 설계 개념, 공간 정보, 추상적 분위기를 전달하는 다이어그램(‘모르스브로흐 성 공원’, POLA)이 그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패널 제작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대체로 비슷했다. 가장 선호하는 이미지 유형에는 조감도, 투시도와 더불어 어떤 질문에도 유용하며 바른 자세로 뽑힐 수 있는 때에 따라 다르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미지 유형보다 이미지간 정보와 스타일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한강코드’, 랩디에이치), 패널에서 두 번째로 눈에 띄는 이미지에 설계의 핵심을 담는다(‘리프레싱 코스트’, 그룹한) 등 색다른 답변을 내놓은 팀도 있었다. 제목에 관한 의견이 가장 다채로웠다. 모두 작품의 제목이 중요할 수도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작품의 이름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깊은 표면’, CA조경+김영민)는 데 공감하는 듯했다.

 

조금 욕심을 부려보자면, 변해가는 공모의 양상을 짚지 못한 게 아쉽다. “시간과 움직임, 디자인과 스케일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영상이나 플라이스루”(‘홀스슈 만’, 플레처 스튜디오)처럼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다변화되고 있는 공모 제출품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 얼마 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의 심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항상 정제된 문장으로만 만났던 심사평들이 훨씬 생생하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경 전공자가 아닌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냈더니,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 어쩌면 주민들을 초대해 그들의 응원 소리가 설계자에게 닿도록, 축제처럼 심사를 진행한다는 해외의 사례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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