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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코너 19, 25, 50
Corner 19, 25, 50
  • JWL
  • 환경과조경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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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과 성수동


성수역과 뚝섬역 근방 성수동 일대는 도심권과 강남권을 잇는 서울 제3의 업무지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해마다 오피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신축, 증축, 리모델링 등 건축 공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부동산 개발 일변도의 성수동 풍경은 역설적으로 이 지역에 질 좋은 공공 공간을 새로 공급하는 가장 큰 동력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공개공지로 불리는 공공 공간은 건축주에게 용적률 추가 획득 등 혜택을 줘 부동산 가치를 높일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공공의 어메니티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해 민과 관이 상호 윈윈하는 대표적 도시계획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성수동 일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개공지를 포함한) 민간의 질 좋은 외부 공간이 건축 및 인테리어와 더불어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 핵심 요소임을 증명하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많은 부동산 디벨로퍼가 양질의 디자인을 제공하는 조경가와 건축가를 찾고 있으며, 이는 조경 분야의 양적, 질적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성수동 코너(이하 코너) 19, 25, 50 프로젝트도 이러한 상황에 기인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다. 홍콩의 저명한 부동산 디벨로퍼가 한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투자를 시작했는데, 첫 번째 타깃이 바로 성수동 일대였다. 성수동 일대 세 곳 필지를 구입해 오피스 건물을 신축하게 됐고 우리가 조경설계를 담당하게 됐다. 2018년 처음 설계에 착수했고 코너 50을 마지막으로 세 건물을 모두 준공한 시점이 2022년이니, 설계에서 시공까지 총 4년이 소비된 비교적 긴 호흡의 프로젝트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외부 공간의 다양한 기능적·미적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설계를 한 우리가 직접 시공해야 함을 여러 사례를 보여주며 역설했고, 결국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시공까지 맡게 되다 보니, 조경설계의 기본 프로세스(계획설계-기본설계-실시설계)를 다 밟은 뒤에도 건물 골조가 완성될 즈음부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다양한 생각을 공사에 담아낼 추가 설계를 진행하게 됐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으나, 클라이언트와 얼굴을 맞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계획안을 다듬어 나간 것이 계획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공통의 조형 언어, 개별적 변주


세 대상지는 성수동 구석구석에 떨어져 있지만, 클라이언트는 프로젝트 기획 초기부터 세 건물을 연동해 사용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나아가 세 프로젝트를 하나로 엮는 일련의 브랜딩 작업(글꼴, 캐릭터, 가구 등)을 통해 건물이 가질 유무형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일례로 클라이언트는 코너 19, 25, 50을 상징하는 동물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하고, 이를 건물 테넌트 구성 및 인테리어 콘셉트와 연결해 사용하기도 했다.

 

클라이언트는 건축과 조경에 비슷한 요청을 했는데, 세 건물이 공통의 조형 언어를 갖추되 각각의 개성을 담은 디자인을 원했다. 이에 건축가는 성수동을 상징하는 대표 소재인 벽돌 및 격자창을 공통 재료와 조형으로 선정해 디자인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우리는 전통 한옥 대청마루에서 발견되는 격자를 응용한 포장 패턴을 사용했다. 조형은 대청마루 격자 패턴으로 통일하되, 재료의 색상이나 마감에 차이를 두어 각 프로젝트의 개성은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그 결과 코너 19는 진회색 콘크리트와 전벽돌, 코너 25는 사비석과 회벽돌, 코너 50은 회색 콘크리트와 고흥석이 변주를 위한 주 재료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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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코너 19 캐릭터, 쿨하고 힙한 이장님 강아지 코너 25 캐릭터, 게으르고 느긋한 요리사 토끼 코너 50 캐릭터, 꼼꼼하고 호기심 많은 만능 맥가이버 펭귄 ©스타프라퍼티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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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코너 19, 25, 50 벽돌 및 격자창을 공통 재료와 조형으로 선정해 디자인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쿨하고 힙한 이장님 강아지, 코너 19


코너 19는 세 프로젝트 중 대지 면적이 가장 작다. 클라이언트는 각 건물을 상징하는 동물 캐릭터와 콘셉트를 설정했는데, 코너 19는 ‘쿨하고 힙한 이장님 강아지’다. 이는 단순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테넌트 타깃에 그대로 적용되는 중요 콘셉트다. 만화 카페, 멀티숍, 재즈바 등 성수동의 힙한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는 상점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연결된다.

 

조경설계의 물리적 대상은 지상 1층과 옥상이다. 지상 1층은 서울시 건축조례 상 ‘전면 조경’으로 명명된 곳 인데, 클라이언트는 이곳에 적절한 녹지를 조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건물 용적률에 인센티브를 획득한 상태였다. 따라서 광장형 공간보다는 녹지와 어우러진 작은 쉼터를 만드는 설계가 필요했다. 꽃이 매력적인 서부해당화와 개회나무를 이용해 공간의 얼개를 짜고, 하부에는 설유화와 미스김라일락 등으로 풍성함을 더했다. 포장은 진회색 콘크리트 워싱 마감과 전벽돌을 이용해 공통의 조형 언어인 대청마루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전용 면적이 좁은 관계로 이용자 시선에서는 잘 읽히지 않는다. 포장 가장자리에 설치한 석재 벤치는 고흥석 통석을 자연면 마감 처리해 사용했는데, 매끈한 질감이 넘쳐나는 성수동 도심과 대비되는 거친 질감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옥상정원은 지상 1층 구성과 사뭇 다르다. 멀티숍, 재즈바, 다용도 오피스 등이 건물의 주요 테넌트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어 중소 규모의 다양한 모임을 돕는 몇 개의 포켓 공간을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평상, 벤치, 선베드 등 포켓 공간과 연동해 독특한 공간감을 만들어낸 것이 큰 특징이다. 후면부 식재 공간에는 다간형 마가목을 공간의 전체 배경이 되는 주재료로 사용해 공간에 통일감과 구조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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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가장자리에 설치한 석재 벤치는 고흥석 통석을 자연면 마감 처리해 매끈한 질감과 대비되는 거친 질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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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정원 후면부 식재 공간에는 다간형 마가목을 공간의 전체 배경이 되는 주 재료로 사용해 공간에 통일감과 구조미를 부여했다.

 

 

게으르고 느긋한 요리사 토끼, 코너 25


F&B를 주 테넌트 타깃으로 설정한 코너 25는 세 프로젝트 중 중간 규모 프로젝트다. 테넌트 타깃과 조경 계획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위해 제안한 콘셉트는 ‘지상의 유실수정원’과 ‘옥상의 텃밭 정원(edible garden)’이다. 지상 1층에는 이른 봄에 연분홍색 꽃을 연달아 피우는 유실수(매화나무, 살구나무)와 벚나무을 식재했고 그늘이 드리우는 작은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건물 외벽은 황색벽돌로 치장 마감됐는데, 이 톤에 맞추기 위해 사비석 벤치를 선택했다. 벤치는 매화나무와 살구나무 아래에 위치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된다.

 

옥상정원 중앙에 자리한 유리 온실에는 공유 주방이 들어설 예정인데, 주방에서 쓸 식재료를 옥상정원에서 직접 키울 것을 제안해 클라이언트의 호응을 얻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토심이 부족해 옥상정원의 큰 틀을 토심 확보를 위한 플랜터로 구상해야 했다. 영미권 텃밭정원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물조리개, 삽 등 정원 도구의 재료인 함석을 주 재료로 사용했고, 옥상정원의 콘셉트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함석 플랜터를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함석을 고속도로 가드레일이나 전봇대 외장재 등에 주로 쓰기 때문에 값싼 공업용 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아름다운 도금 무늬와 풍화 후 나타나는 고급스러운 질감 때문에 도시 공간에서 흔히 쓰인다. 다만 우리조차 익숙한 소재가 아닌 까닭에 설계 도면에 스펙 명기가 부족했고, 금속 제작사의 노하우 부족, 디자인 감리 미흡 등의 이유로 인해 의도했던 마감 완성도에 다소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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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정원의 콘셉트를 은연중에 드러내기 위해 함석 플랜터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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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는 매화나무와 살구나무 아래에 위치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된다.

 

 

꼼꼼하고 호기심 많은 만능 맥가이버 펭귄, 코너 50


코너 50은 세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이곳은 코너 19와 코너 25 대지 면적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면적을 가진 만큼, 지상 1층 공개공지도 비교적 넓었다. 두 개 옥상정원과 건물 층별로 조성된 테라스와 실내 정원까지, 조경에서 다룰 수 있는 인공 지반의 모든 유형을 고민한 프로젝트다.

공개공지를 포함한 지상 1층 외부 공간은 단정한 생울타리와 높은 캐노피를 형성하는 튤립나무로 공간의 기본적 틀을 짰다. 장식적이고 자잘한 디자인을 지양하고 공간 디자인 교과서에 나올 법한 ‘바닥과 천정의 형성’이라는 클래식한 원리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공간감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코너 50의 공간감을 지배하는 요소는 단연 튤립나무다. 높은 지하고와 단정한 수형, 적벽돌과 병치되는 단풍까지. 우리가 원하는 코너 50 공개공지의 공간감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재료라 할 수 있다. 다만 설계 단계에서 이식의 어려움, 천근성, 하자 등 여러 가지 이슈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준공 뒤 1년 반이 지난 지금, 튤립나무의 생육은 많은 이들의 걱정과 달리 아주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튤립나무와 함께 지상 1층 디자인의 큰 단초로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단차다. 보도에서 건물 출입구까지 약 50cm 단차가 있었는데, 이를 몇 개 기단으로 나눠 넓은 광장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공간은 코너 프로젝트의 공통 조형 언어인 대청마루 패턴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으로 진회색 콘크리트 워싱 마감과 고흥석 판석을 패턴화해 적절히 사용했다.

 

건물 남측과 북측 옥상에는 각각 옥상정원이 있다. 남측 옥상정원은 깨끗한 판석 포장과 다간형 화살나무 캐노피로 이루어진 정갈한 휴게 공간으로 연출했고, 북측 옥상정원은 조망이 좋은 관계로 주변을 두루 전망할 수 있는 긴 앉음벽과 개방감 있는 화단 및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 대조적 분위기의 두 옥상정원은 한층 차이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관리차 옥상정원을 방문할 때마다 이용자 행태를 비교 관찰하는 편인데, 설계 당시 의도한 방식으로 두 정원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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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서 건물 출입구까지 약 50cm 단차를 몇 개 기단으로 나눠 넓은 광장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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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의 모임을 염두에 두고 깨끗한 판석 포장과 긴 벤치와 결합된 플랜터를 단정하게 연출한 북측 옥상정원

 

 

자본과 공공 공간


조경설계를 업으로 삼은 이래, 꽤 많은 부동산 디벨로퍼를 만나왔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부동산 개발업은 ‘거대 자본을 투입해 단 시간에 건물을 올려 유무형 가치를 만든 뒤 이를 되팔아 일정 이상 수익을 남기는’ 냉철하고 차가운 분야라고 인식했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가 건축, 인테리어 및 조경 공간을 통해 여러 말랑말랑한 생각들을 만들고, 이를 사업에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의 인식이 꽤 구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들이 동시대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고 이를 장소성과 연결해 마케팅 수단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조경설계를 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는 조경설계가 단순히 공간을 직조하는 설계 행위 자체뿐 아니라 민간 자본의 브랜딩, 마케팅 방식 등 주변 분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많은 정책 결정자와 공공 공간, 정원, 녹지 확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관 주도 아래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서울 시내에 수많은 공공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조경 분야 성장으로 보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공공 공간의 양적, 질적 수준을 높이는 작업을 순수히 공익적 차원, 관의 차원, 메가 프로젝트 차원에서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민간 투자자의 자발적 공공 공간 조성 욕구를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게다가 민간은 공공보다 대체로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디자인 방식이나 재료와 마감 선정에 있어 훨씬 더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시도가 질 좋은 공공 공간 탄생 가능성을 더 높인다. 하나둘 마치 점조직처럼 이곳저곳에 발생하는 성수동의 다양한 공공 공간이 성수동 일대 외부 공간의 전반적 완성도를 자연스럽게 올리고 있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도시민이 점심 식사 후 가볍게 커피 한 잔 사서 들러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서울 시내에 많이 필요하다. 조경가가 그 선두에서 큰 역할을 해 나갔으면 한다.


정욱주·원종호 인터뷰

도심 속 자연을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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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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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호 소장

 

 

위치가 떨어져 있는 세 건물을 연동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정욱주(이하 정) 우란문화재단(2016)에서 시작된 인연이 성수동 코너(이하 코너)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다. 우란문화재단을 설계한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와는 2014년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미팅 차 더시스템랩에 방문했는데, 사무소 한편에서 장난감 레고로 만든 것 같은 건물 모형을 발견했다. 격자창과 벽돌을 활용해 건물 외형 디자인을 실험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게 됐고 우리에게 조경설계를 제안하게 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세 건물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읽히게 하는 전략이 있다면?

원종호(이하 원) 클라이언트는 공통의 조형 언어를 갖추되 각각의 개성을 담은 디자인을 요구했다. 건축가는 벽돌과 격자창을 공통 재료로 선정했지만 세 건물 색은 다르게 했다. 우리도 콘크리트와 통석을 공통 요소로 활용하면서 대청마루의 패턴으로 조형을 통일했다. 그리고 건물과 조경 공간이 하나의 공간으로 읽힐 수 있게 건물 색감과 조화로운 조경설계를 했다. 코너 25 정원에는 노란색 계열의 건물 분위기에 맞추고자 사비석 통석 벤치를 배치했다. 코너 19는 전체적으로 흰색 계통인데, 같은 색을 쓰기보다 흰색과 대비되는 검은색을 활용한 설계를 하고자 했다. 그래서 진회색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코너 50의 경우 법으로 정해진 생태면적률을 지켜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벽돌을 쓰지 않고 인조 화강석 블록을 사용해야 했다. 코너 50은 붉은색이 특징인데, 붉은 계열의 인조 화강석 블록으로 설계안을 만들어보니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클라이언트와의 상의를 통해 회색 계열의 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존 녹지의 녹색과 건물의 붉은색 그리고 회색 포장이 건물과 외부 공간의 조화를 이뤄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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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의 녹색과 건물의 붉은색 그리고 회색 포장이 건물과 외부 공간의 조화를 이룬다.

 

세 곳 모두 옥상정원이 있다. 오피스의 특성에 따라 옥상정원을 달리 설계한 부분이 있다면?

옥상정원에서 최대한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세 옥상정원 중 가장 특색 있는 곳은 코너 25 옥상정원이다. 다른 옥상정원과 달리 이곳에는 유리 온실이 있어 이 온실을 공유 주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직장인에게 옥상에 올라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회식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어 주방에서 사용하는 식자재를 키우는 텃밭정원을 콘셉트로 제안했다.

 

코너 19는 공유 오피스로 다양한 유형의 오피스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회사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 많은데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옥상정원을 광장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긴 벤치를 배치하고 빈 공간을 확보해 크고 작은 행사를 옥상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벤치 앞에 여러 테이블이 놓여 있어 이곳에서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코너 50은 남측(12층)과 북측(13층) 두 곳에 옥상정원이 있다. 한 곳은 개별적으로 휴식을 취할 공간으로, 다른 한 곳은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특히 클라이언트가 옥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중요시 여겼다. 남측 옥상정원은 전망이 좋아 이곳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바닥을 0.9m 들어 올려 계단을 만들고 스탠드를 조성해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 곳을 우리는 ‘멍석(멍 때리기+石)’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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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옥상정원 바닥을 0.9m 들어 올려 계단을 만들고 스탠드를 조성해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코너 25 옥상정원의 화단 모양과 코너 19 옥상정원의 벤치 디테일이 독특하다.

코너 25 옥상정원 화단을 처음 계획할 때 여러 계획안을 그리고 고민했다. 그러던 중 정 교수님이 악어 등껍질 모양처럼 선을 그렸고 그 선형을 발전시켜 W모양의 화단 배치안이 완성됐다. 코너 25 옥상정원은 공유 주방이 있어 삼삼오오 모여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포켓 공간을 만들고자 했는데, W 모양 덕에 화단 앞 틈새 공간이 생겼다 이 틈새에 벤치를 두고 테이블을 놓아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코너 25 옥상이 ㄷ자 모양이어서 화단을 배치하기가 어려웠다. 처음 설계한 화단 위치는 지금과는 반대였다. 클라이언트가 도면을 보더니 배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한강 앞 아파트에 살지 않는 이상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어려운데, 코너 25 옥상에서는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는 한강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지금 위치로 화단을 옮겼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어서 벤치 모양도 많이 고민했다. 코너 19 옥상정원에는 세 개의 벤치가 있는데, 그중 두 벤치는 편히 누워 쉴 수 있도록 계획했다. 목업 작업을 통해 1대1 스케일로 곡선형 벤치 도면을 출력해봤다. 출력한 벤치에 직원들이 누워보면서 편안한 모양을 찾아갔다. 최대한 편안하게 누울 수 있도록, 그리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절하며 설치했다. 다른 하나는 평상 모양의 벤치로, 널브러져 누워 쉴 수 있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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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옥상정원을 광장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긴 벤치를 배치하고 빈 공간을 확보해 크고 작은 행사를 옥상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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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누워 휴식을 취하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곡선형 벤치

 

코너 19 지상 1층에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맞닿아 있던 현대테라스타워의 펜스를 철거하고 생울타리 식재를 제안한 점이 인상 깊다. 코너 50 옥상정원에 꽤 큰 화살나무를 심었는데 토심 확보가 어렵지는 않았나.

코너 19는 현대테라스타워 옆에 위치해 있어 두 건물의 지상 1층 공간이 맞닿아 있다. 두 공간을 구분하는 형광 녹색 펜스가 놓여 있었다. 다른 건물의 공간이지만 하나의 공간으로 보이게 하고 싶어 최연욱 이사(스타프라퍼티코리아)와 함께 현대테라스타워에 찾아가 펜스 철거를 제안했다. 현대테라스타워 지상 1층에 수생 비오톱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데 펜스가 풀의 성장을 억제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펜스 철거 이유를 설명했다. 다행히 관계자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고 펜스를 철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인연이 되어 현대테라스타워 앞 공개공지 리모델링 조경설계를 담당하게 되었다.

 

코너 50 옥상정원을 처음 설계할 때 층층나무, 때죽나무, 쪽동백나무로 식재 계획을 세웠다. 계획안대로 시공을 하기 위해 적절한 나무를 찾아다녔는데, 우리가 원하는 수형의 나무가 없을 뿐더러 하자 발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 교수님과 함께 대안 수종을 고민했다. 그러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에 심었던 화살나무가 떠올랐다.

 

2010년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의뢰로 만든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정원의 수목들은 우리가 관리하고 있다. 그곳에 심겨진 화살나무 20여 그루가 재건축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10년 동안 자란 화살나무는 수고가 4~5m이며 잎이 무성하다. 우리가 찾던 수형이었고, 폐기하기보다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복지관측 동의를 얻어 10여 그루를 코너 50 옥상정원으로 옮겨 심었다. 복지관 재건축이 끝나면 새로운 공간에 맞는 수목을 기증할 예정이다.

 

화살나무는 느티나무, 소나무처럼 대형 교목은 아니지만 키가 높게 자란다는 걸 잘 모르고, 옥상정원 생육에도 적절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화살나무는 잔뿌리가 많아 활착이 잘되고 하자가 거의 없는 장점이 있어 옥상이란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그래서 코너 50 옥상정원의 주요 수목으로 선정했다. 복지관에서 가지고 온 화살나무들은 현재 코너 50 옥상정원에서 잘 자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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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모양 화단 앞 틈새 공간에 벤치를 두고 테이블을 놓아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DWP 하늘정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옥상정원 등 옥상정원 조경설계를 많이 했다. 옥상정원 설계에 접근하는 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옥상은 많은 잠재력을 품고 있는 곳이다. 높은 곳에 위치하니 전망이 좋고, 공공 공간이 될 수도, 건물 주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사적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조경설계 의뢰가 오면 지상 1층 공간에만 설계를 요구했고 옥상은 설계 대상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공간에 조경설계를 하게 되고 지상 1층에서 실내 정원, 옥상정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옥상정원(2014)과 DWP 하늘정원(2017)은 옥상의 활용성을 알린 계기가 된 프로젝트다. DWP 하늘정원을 조성할 때 건축주가 옥상에 정원을 만든다는 것을 의아해했는데, 막상 완공된 정원을 보니 공간 활용 가치가 높아진 것 같다며 좋아했다. 전국의 옥상정원 개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옥상이 지닌 환경과 옥상의 활용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건축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옥상 조경설계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다. 옥상은 인공 지반이므로 식물을 식재하기 위해 토심을 확보해야 한다. 토심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는 데, 이것이 옥상정원 디자인의 출발점이 된다.

 

옥상정원을 조성할 때 주로 지면을 일정 높이로 띄워 토심을 확보한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옥상정원을 조성할 때 1.3m 정도 지면을 높여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계단, 스탠드 등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코너 50 옥상정원에도 이와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어떻게 보면 서울대학교 옥상정원의 미니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옥상이라는 제한된 공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흔히 완공된 직후보다는 세월이 흐른 뒤 모습이 진정한 풍경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유지·관리 계획이 중요하다.

유지·관리는 또 다른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클라이언트와 처음 상의할 때 완공 후 2~3년 동안 우리가 직접 관리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2~3년을 제안하는 이유는 지주목 때문이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활착해 잘 정착하기 위해선 2년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고 지주목이 이 과정을 도와준다. 2년이 지나 지주목을 제거하면 설계 당시 기대했던 모습이 구현되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도 있고, 이 시기에 이르면 정원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 클라이언트가 관리하기에 큰 무리가 없기도 하다.

 

도심에 위치한 정원을 잘 유지·관리하려면 관수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관수 시설이 선택 사항이었지만 이제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물을 주는 빈도, 물의 양, 스프링클러 사용법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으므로 클라이언트와 관리자에게 자세히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관리자가 바뀌게 되고 관리가 잘 안 되는 일이 다반사다. 유지·관리는 도심 속 정원뿐 아니라 다른 공원, 정원에도 해당되는 문제이므로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우리도 더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디자인 팽선민 사진 유청오


글 원종호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설계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조경시공

성수동 코너 19, 25: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광합성, 쌔즈믄

성수동 코너 50: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조경시공서화, 쌔즈믄

건축설계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발주 스타프라퍼티코리아

위치

성수동 코너 19: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314-19

성수동 코너 25: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656-25

성수동 코너 50: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273-50

대지면적

성수동 코너 19: 418m2

성수동 코너 25: 480m2

성수동 코너 50: 1,500m2

완공 2022. 6.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JWL)는 2014년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다. 도시 규모의 마스터플랜부터 작은 주택 정원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공간을 계획하고 설계한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디자인보다 대상지가 적절하게 작동할 정도의 적정 조경을 원칙으로 설계에 임하고 있다.


정욱주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WRT, Olin Partnership, Field Operations 등 국내외 설계사무소에서 10년가량 실무 경력을 쌓은 뒤, 2005년부터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4년부터는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의 디자인 디렉터 활동을 겸하고 있다.


원종호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에서 설계의 기본을 익혔으며, 현대건설에 근무하며 해외 현장에서 시공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의 소장으로 다양한 규모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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