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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알뜨르비행장
  • 환경과조경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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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격납고 중 한 곳에 일본 전투기 ‘제로센’을 실물 크기로 형상화한 작품 ‘애국기매국기’(작가 박경훈·강문석)가 설치되어 있다. 2010년 ‘경술국치 100년 기획 박경훈 개인전 ‘알뜨르에서 아시아를 보다’’에 출품되었던 작품이다.

 

알뜨르비행장 부지를 보기 전까진 제주에서 평평한 들판을 보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들판을 보며 내 고향 김제평야를 떠올렸고, 전쟁과 죽음보단 평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릴 적 평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문이다. 그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와 최소한의 기능을 담은 수문은 과하지 않고 비례도 완벽했으며 들판 한가운데 서있는 조형물로도 손색이 없었다. 알뜨르 격납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행기를 감추기 위해 게 껍질처럼 최소한의 체적을 가진(물론 은신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겠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이 조형물 못지않았다. 때론 토목 구조물이 절대적인 단순함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들판에 점점이 박혀있던 수문 구조물이 격납고의 유니크한 형태와 아스라이 오버랩된다. _ 김용택


김용택 소장이 쓴 글이다. 아마 10월호나 11월호에 알뜨르비행장이 다뤄졌다면 ‘공간 공감’ 멤버들의 휴대전화 속에만 영원히 잠겨 있었을 멘트다. ‘공간 공감’ 필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답사를 하고 한자리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 후, 하루나 이틀 동안 공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후 단체 카톡방에 단상을 올렸다. 다섯 모두가 비슷한 시선과 문제의식을 내보여, 각각의 단상에 변별점이 없었던(달리 표현하면 읽는 재미가 덜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휴대전화의 저장 장치 속에만 묻어두기에는 아까운 경우가 많았다. 실험적으로, 이번 호는 그 단상만으로 한 호를 꾸렸다. 담당 에디터의 요청 탓이다. 답사의 목적지가 아니었던 알뜨르비행장을 다룬 것도 그의 제안이다. 지난 호에 실린 ‘환경조경대전’ 수상작 중에서 무려(?) 2작품이나 알뜨르비행장을 다루었다며 이번호 대상지로 강권했다. 다섯 명의 카톡 단상을 싣다보니, 부득이 일부만을 발췌했음을 밝혀둔다.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 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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