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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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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이매거진 가격 10,000
잡지 가격 11,000

기사리스트

[에디토리얼] 가을 잡지
가을을 여는 9월호에선 뭔가 가을 냄새가 나야 할 것만 같다. 서걱한 바람에 흔들리는 풀밭 같은 느낌을 지면에 담을 방법이 없을까. 책장 구석에서 김수영을 꺼내 그의 ‘풀’을 다시 읽어본다. 알랭 코르뱅의 아름다운 역사책 『풀의 향기: 싱그러움에 대한 우아한 욕망의 역사』(2020)도 들춰본다. 이리저리 궁리해보지만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다. 가을 잡지를 마감하는 시점이 무더운 8월 하순이라 그런 거라고 핑계를 찾는다. 입추도, 처서도 지났는데 정말 더워도 너무 덥다. 돌이켜보니 매년 9월호 만들던 때엔 늘 숨이 막혔다. 급기야 2014년 리뉴얼 이후에 나온 『환경과조경』 9월호 아홉 권을 쌓아놓고 짧은 시간 여행에 나선다. 2014년 9월호(317호) 특집은 ‘활자 산책’이다. 책으로 가을을 열자는 호기로운 기획. 네 명의 기자, 편집장과 편집주간, 여름방학 인턴까지 편집부 일곱 명이 출동했다. 9년 만에 다시 읽으니 뜨거웠던 그 여름의 파주가 떠오른다. 당시의 인기 연재물, 고정희의 ‘100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의 제목은 ‘풍경의 발견’이고, 서영애의 ‘시네마 스케이프’에서 다룬 영화는 ‘프란시스 하’다. 세 달씩 이어가던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필자는 김아연. 이달의 눈에 띄는 작품은 거버넌스 아일랜드. 예외 없이 더웠던 2015년 9월에는 그해 6월 완공된 경의선숲길 2구간의 설계 과정과 성과를 담았다. 설계자 안계동과 이남진의 원고에 유현준, 조동범, 조한결, 최정한의 글을 함께 실었다. 최이규의 인터뷰 ‘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 속으로’에는 로리 올린이 등장한다. 2016년 9월호 표지는 오피스박김의 CJ 블러썸 파크다. 비평문을 쓰기 위해 광교 사이트 답사에 나섰던 그해 8월의 폭염이 아직도 생생하다. CJ 블러썸 파크 외에 오피스박김의 와이시티 공원과 한화데이터센터도 함께 실었고, 이화원의 국립세종도서관, 대통령기록관, GS SHOP 강서타워 옥상정원도 담았다. 당시에는 매달 외고 칼럼이 나갔다는 걸 새삼 깨달았는데, 이 341호의 칼럼은 허대영의 ‘랜드스케이프, 더 비기닝’이다. 잠시 시애틀에 체류하면서 밤낮 바꿔가며 편집자들과 소통하던 2017년 9월, 이달의 지면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건 제14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에서 수상한 학생 작품들이다. 그래서인지 잡지 느낌이 젊다. 꼭 6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잊고 있던 연재물, 설계 디테일을 꼼꼼히 짚는 안동혁의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를 다시 만난다. 2018년 9월호(365호) 주신하의 ‘이미지 스케이프’ 사진은 ‘칠면초의 숲’이다. 이 사진은 후에 두 권의 책 표지에 쓰였다. 그해 여름 화제와 논란을 함께 낳았던 패트릭 블랑의 부산현대미술관 수직 정원도 볼 수 있다. 2014년 리뉴얼부터 2018년까지 유지하던 표지 디자인을 2019년부터 변경했는데, 이 해 9월호 표지는 그룹한의 시흥 배곧한울공원이다. 전속 사진가 유청오가 조감으로 클로즈업한 갯벌 풍경에서 가을 냄새가 물씬 난다. 이달에는 그룹한뿐 아니라 이수, KnL, CA, JWL, 자연감각, 호원 등 여러 국내 조경설계사무소의 근작을 실었다. 후에 단행본으로 출판된 이명준의 ‘그리는, 조경’과 곧 출간될 김충호의 ‘공간의 탄생’이 2019년 가을에 연재되고 있었다. 2020년 9월호(389호)에서 눈을 사로잡는 작품은 요즘 전 세계 조경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태국 조경가 꼿차꼰 보라콤(Kotchakorn Voraakhom)(Landprocess)의 탐마삿 대학교 옥상 농장과 쭐랄롱꼰 대학교 백주년 공원이다. 그녀가 이렇게 핫한 스타 조경가로 뜰 거라는 걸 그때는 정말 몰랐다. 학생들 열독율이 높았던 나성진의 연재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는 그래스호퍼 연대기를 다룬다. 2021년 9월호(401호) 표지는 세월호의 상처를 치유하는 416 생명안전공원 설계공모 당선작의 평면도다. 표지 오른쪽 윗부분 통권 숫자에 401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전 달 8월호가 『환경과조경』 400호 기념호였던 것. 코로나 시대의 한복판, 2021년 봄과 여름의 지면에는 400호를 맞는 흥분과 부담이 가득했었다. 매달 책 한 권을 소개하는 연재, 황주영의 ‘북 스케이프’는 ‘옴스테드의 첫 영국 여행’을 다룬다. 2022년 9월호(413호) 에디토리얼은 한국 조경 50주년과 세계조경가대회IFLA 2022 광주 개최를 맞아 펴낸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한숲)을 소개한다. 2022년부터 새로 기획한 권두의 작품 소개 및 인터뷰 지면에는 얼라이브어스의 포스코 파크 1538을 담았다. 박희성의 연재 ‘모던스케이프’는 근대기의 동물원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더위를 핑계 삼아 과월호 삼매경에 빠진 사이, 편집부 기자들이 이번 호 마무리 작업을 마쳤나 보다. 김모아 기자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주간님, 에디토리얼 언제 끝나세요? 열 번째 9월호, 2023년 9월호와 함께 즐거운 가을 맞이하시길.
[풍경 감각] 이상하지만
잠에서 깨면 싱크대를 구경하러 주방으로 간다. 지난밤, 거품을 내서 닦은 접시와 행주가 건조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텅 빈 싱크대는 물기 없이 깨끗하다. 기분이 좋다. 지금 충분히 봐두어야 한다. 밥상을 차리고 커피와 간식을 만들어야 하니, 텅 비고, 말랐으며, 가지런한 싱크대는 지금 뿐이니까. 설거지는 고약한 일이다. 만든 음식은 하나인데 생긴 설거짓거리는 여러 개다. 달걀 프라이 하나를 해도 프라이팬과 뒤집개, 담은 접시, 젓가락까지 네 개의 설거지 감이 나온다. 기름 묻은 그릇을 설거지통에 담그면 다른 그릇까지 자국이 남으니 따로 닦아줘야 한다. 구멍이 송송 뚫린 찜기와 채망은 사이사이 때가 남으니 구석구석 닦아야 하고, 수세미가 닿지 않는 깊은 물병은 청소 솔을 꺼내어 씻는다. 헹군 그릇은 카드로 성을 만들듯, 포개지 말고 공기가 통하도록 공간을 만들어 가며 쌓아줘야 잘 마른다. 깨끗하게 텅 빈 싱크대가 왜 좋을까. 바삭하게 마른 행주와 새것 같은 그릇, 물 자국 없이 매끄러운 싱크대 표면을 만져볼 때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펼친 기분이 된다. 이상하다. 이해할 수 없지만 오늘 밤에도 설거지를 할 것이다. 내일 아침, 단정한 싱크대를 구경하고 싶으니까.
진주 철도문화공원
도시재생 2012년 진주시는 주약동에 있는 진주역사를 가좌동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구 역사 주변 지역을 활성화하고 경전선 철도 폐선 유휴 부지를 활용할 방안이 필요했고, 2020년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조성 설계공모’를 진행하게 됐다. 대상지는 폐선 유휴 부지 전체에 대한 기본계획 중 1단계 복합문화공원 부지에 해당된다. 향후 복합문화공원 부지 옆으로 진주국립박물관이 이전되고, 시민광장과 도시숲, 문화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므로 대상지뿐 아니라 유휴 부지 전체를 아우르는 접근이 필요했다. 진주역으로 이용된 과거 100년 동안 주약동과 강남동은 철도로 인해 물리적으로 단절되었다. 이로 인해 두 지역은 도시 성장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경관을 갖게 됐다. 두 지역을 연결하는 횡적 연결, 앞으로 개발될 부지와 철로가 놓인 대상지와의 종적 연결을 통해 공원의 골격을 형성했다. 또한 진주역의 장소 특성을 보여주는 흔적을 최대한 보전해 지역 주민이 추억을 회상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 조성되는 공간이 오랜 시간의 켜가 쌓인 기존 공간의 흔적과 어우러지도록 배치에 공을 들였는데,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거나 대비를 통해 조화를 이루도록 방향을 잡았다. 설계공모가 진행된 2020년 초봄, 대상지는 잡석과 잡풀이 무성하고 텃밭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철도문화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난 대상지는 이제 지역 주민의 문화·휴게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주변 주거지의 모습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앞으로 성장할 100년을 지역 주민과 함께 가꾸는 공원이 되길 기대한다. 장소 가치의 재발견 100년간 철도 시설로 이용된 대상지에는 철도 부지의 흔적뿐 아니라 교통 시설로 대상지를 이용하며 지역 주민들이 그곳에 쌓은 추억이 남아 있다. 진주역은 교통수단이자 물자의 이동 통로였을 뿐 아니라 강철수, 김수정 등 지역 출신 만화가의 작품 속 배경 소재로 활용된 곳이다. 부지 내 차량정비고에 남겨진 한국전쟁 당시 총탄의 흔적은 시대의 상처를 보여준다. 또한 철길의 빠른 흐름은 지역의 동서 흐름을 막고 도시 단절을 가져왔으나, 철도 부지로 이용되기 전 대상지는 세 지역(주약동, 망경동, 강남동) 주민들의 만남과 교류가 활발하던 장소였다. 한 세기의 기억을 간직한 대상지에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 그 자체의 흔적을 찾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진주역사, 차량정비고 외에도 기관차의 방향을 돌려주는 전차대, 여행의 설렘과 기대감을 더하는 철도 승강장, 경계부에 식재된 은행나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진주역 뒤편에 중심을 잡고 있는 느티나무 정자목 등은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진주 시민의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이다. 이러한 공간의 바탕위에 지역 주민의 문화를 담는 공간의 기능을 부여했다. 진주역 이전 후 10년간 방치되면서 철거된 선로, 승강장 그늘막(셸터) 등을 복원해 산책과 휴식 공간으로 활용했다. 시민들은 일상에서도 과거 대상지의 특성을 직접 느끼며 세대 간 추억을 공유하거나 과거에 대한 향수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구 역사와 차량정비고, 플랫폼 공간 등은 과거의 추억을 기억하고 미래의 문화를 담는 전시 및 공연 공간으로 재활용했다. 식재 전략 대상지에 남아 있는 나무들은 다양한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진주역사 뒤편에 남은 느티나무 정자목에서 우리는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로 이용되었을 나무의 모습을 상상했다. 철도 부지 경계부에는 키 큰 은행나무가 열식되어 있다. 이 나무들은 수벽이 되어 공간을 양분하고 공간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건물 주변에 심긴 향나무의 굵고 구불구불한 줄기에는 다양한 과거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만 같다. 최대한 이 수목들을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일부 수종은 이식해 과거의 경관을 유지하도록 방향을 잡았으며, 과거 대상지 주변 지역에 자생한 오동나무, 대추나무, 대나무 등을 추가 식재 수종으로 정했다. 기존 수목을 보존하며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을 조화롭게 연결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첫째, 동선마다 다른 식재 테마를 부여하고, 수종이 다른 수목 군락을 통과하며 방문객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감상하도록 한다. 둘째, 수벽 역할을 하는 기존 은행나무가 지역 문화 시설로 활용될 차량정비고와 잔디마당을 둘러싸 위요감을 형성하도록 한다. 이때 열린 잔디마당의 공간감을 해치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인 경관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둔다. 대상지 종단으로 배치되는 주 동선은 과거 철로가 놓였던 장소에 약 400m의 커뮤니티 가로로 배치했다. 가로 양쪽에 메타세쿼이아를 열식해 강한 축선을 만듦으로써 옛 철로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S자형 보조 동선에는 서부해당화를 식재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했다. 이는 추후 조성될 진주국립박물관 및 시민광장과 대상지를 자연스럽게 연계할 것이다. 대상지 중심부에 분리되어 있는 전차대와 잔디마당을 수종의 단순화와 정형적 식재 패턴으로 연결하고자 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맹꽁이의 대체 서식지로 조성되는 습지원에는 인근 맹꽁이 서식지를 참고하고 생활사를 고려해 갯버들, 물억새, 애기부들, 부처꽃, 꽃창포, 수선화 등을 식재했다. 습지원 남측으로 대상지와 함께 성장하는 백년의 숲에는 편백나무를 식재해 녹음과 그늘을 제공하고 남측의 자전거도로와 연계했다. 이러한 식재 계획을 통해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의 공간감을 극대화하고, 초화와 그라스로 계절의 변화와 자연스러운 경관을 연출하고자 했다. 포장과 시설 설계 과거의 흔적, 부분적 복원, 새롭게 조성되는 시설 간의 시간적 깊이의 차이와 이질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시설물의 배치와 자재, 디테일을 고민했다. 최대한 재료 본연의 물성을 보여줄 수 있는 스틸, 목재, 콘크리트를 주요 소재로 선정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틸의 부식과 목재의 색상 변화를 통해 기존 흔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전차대는 당초 커뮤니티 지원 시설과 접목한 야외 공연 시설로 계획했으나 차량정비고와 새로운 건축물 간 배치 문제, 전차대 자체의 희귀성을 고려해 최대한 보전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주변 환경을 투영하고 감상할 수 있는 미러폰드와 안개분수로 재설계된 전차대는 정적 공간이면서 과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철거된 철로와 승강장의 그늘막은 주민들의 기억을 회상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데 중요한 시설로 판단해 커뮤니티 가로와 승강장에 복원하는 방향으로 계획했다. 또한 철로를 잘 표현해주는 요소로 선로, 침목(나무, 콘크리트), 자갈 등을 다양하게 변형해 시설과 포장 설계에 반영했다. 커뮤니티 가로에는 철로를 복원하고 레일과 ㄷ형강을 포장 경계재로 활용해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복원된 철로에는 작은 정원과 휴게 시설을 결합해 다양한 활용을 모색했다. 포장재는 최대한 단순하게 선정하고, 복잡한 패턴보다 중성적 패턴을 도입해 대상지의 기존 흔적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공간의 분위기, 이용도에 따라 포장재를 달리했다. 주로 블록 포장과 콘크리트 포장을 사용하고 대상지의 종적 방향성을 살려 줄무늬 패턴으로 계획했다. 진행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이상수·고태영·김영덕 인터뷰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한 공원 세 설계사무소가 하나의 사무실을 쓰고 있다. 서로 어떤 관계인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상수(이하 수) 고태영 소장과는 스튜디오일공일에서 함께 일했다. 김영덕 소장과는 대학원에서 만났는데, 나보다 한 살 많지만 동기였기에 같이 공부했었다. 고태영(이하 영) 진주 철도문화공원 프로젝트 전에도 세 사무소가 공동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었다. 특히 건축공모 컨소시엄에 조경 팀으로 참여하면 업무량이 많지도 않고 부담이 적은 편이라 종종 참가했었다. 세 사무소 모두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시점에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조성 설계공모’(이하 진주역공원 공모) 소식을 접했는데, 이 공모를 할지 말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투표를 진행했었다. 찬성표가 많아 참가를 결정하게 됐고, 규모가 큰 조경 설계공모라 꽤 공을 들여 계획안을 만들었다. 수 우리 셋의 관계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는 ‘협동조합’이라고 본다. 설계사무소를 다니면 일은 바쁜데 월급은 넉넉지 않아 부침을 느끼기 쉽다. 세 소장 모두 개인 사무소를 차리게 됐는데 여러 사무소가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소 운영 경비도 절감이 되고, 이익 일부를 운영에 필요한 공동 자금으로 모을 수도 있다. 후에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 이렇게 모은 자금을 이용할 계획이다. 정원 사업을 하고 싶다면 공동 자금으로 농장을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설계사무소를 다니다 보면 미래가 막막할 때가 있다. 퇴사하지 않고 남아 소장 자리까지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중간에 견디지 못한 인재가 조경 분야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직원들을 자신의 사무실을 차릴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하고자 한다. 7년 차가 넘은 직원은 조경기술사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고민 중이다. 현재는 세 개 사무소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지만, 나중에는 네 개 혹은 다섯 개 사무소가 함께할 수도 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커지고, 사무소 규모가 작아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도 사라질 것이다. 영 사실 사무소 개소를 꿈꾸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경우 우리처럼 협동조합 체제를 이용하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함께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일을 배울 수도 있다. 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의 작업도 계속할 수 있다. 변호사가 하나의 법인 아래에서 각자의 일을 수행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세 소장의 주특기가 다를 것 같다. 공모를 진행하면 이에 따라 특정 부분을 담당하기도 하나. 수나는 설계공모 프로젝트를 주로 해왔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실시설계에서 부족함을 느낀다. 고태영 소장의 경우, 정원도 직접 시공하고 현장 설계에 강한 편이다. 김영덕 소장은 설계뿐 아니라 엔지니어링, 인허가 업무를 두루 경험해왔다. 덕분에 서로의 강점이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준다. 세 사무소의 직원들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경계 없이 묻고 답할 수 있어 좋다. 모두가 배치안을 한 번씩 그려보고 토론을 한다. 이를 취합해 최종 마스터플랜을 만든다. 만약 당선될 경우, PM(프로젝트 매니저)과 메인 디자이너를 정하고 몇몇 직원이 서포트 하는 형식으로 일을 이어나간다. PM을 비롯한 팀의 형태는 각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상황과 개수에 따라 유기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균형을 맞추고 있다. 영 공모를 진행할 경우, 세 사무소가 하나의 회사가 되어 일을 한다. 사무소의 구분 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공유하고 발전시켜 최적의 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누구는 마스터플랜을 그리고, 누구는 디테일을 발전시키고 하는 식을 지양하고 있다. 대상지가 철도와 역사라는 강력한 콘텐츠가 있는 땅이다. 이처럼 특성이 강한 대상지를 다룰 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 김영덕(이하 덕) 공모지침 자체에서 어느 정도 대상지 활용 방안과 틀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의외로 현장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부지 경계를 따라 일렬로 늘어선 키 큰 은행나무와 전차 사이의 땅 같은 요소였다. 오랜 시간이 축적되어야만 만들어지는 것들이라 이러한 요소를 살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 발주처가 요구한 조건이 모두 납득이 갔다. 맹꽁이 서식처라는 생태적 요소, 철도 역사와 차량정비고 같은 문화재적 요소 모두 보존 가치가 충분했다. 아쉬운 건 우리가 사는 곳이 서울과 경기권이다 보니 진주라는 대상지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진주시 총괄계획가와 도시국장, 공무원이 단기간에 파악할 수 없는 대상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어 큰 도움이 됐다. 대상지의 특성이 강한 곳을 설계할 때 딱히 고려하는 점은 없다. 철도와 같은 역사적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어느 대상지든 숨은 콘텐츠가 있기 마련이고, 모든 대상지가 도시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심도 있게 분석한다. 수 대상지는 워낙 색이 강한 땅이고, 우리 모두 그 땅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 생각은 당선 후 더 강해졌다. 사실 대상지를 분석하기는 하지만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은 아니기에 사람들이 그 땅을 어떻게 이용해왔는지 살피기 어렵다. 진주시 총괄계획가와 도시국장을 만나 진주역이 사람들의 생활 통로이자 지역의 작은 역사를 담아왔던 공간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대상지의 가치와 그곳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더 깊게 느끼게 됐다. 현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보호수나 박물관도 좋았지만 공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역사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플랫폼, 플랫폼에서 이어지는 얕은 경사로, 기차를 기다릴 때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막 같은 것들 말이다. 첫인상에서 느낀 감각이 방문자에게도 전해지도록, 오래된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요소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설계를 했다. 짓는 과정에서 사라진 게 많아 역사와 차량정비고 앞 잔디마당이 좀 끊긴 느낌이 들어 좀 아쉽다. 덕 그래도 마스터플랜과 현재 시공된 모습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진주시가 우리를 믿어준 덕분이다. 대상지가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관점에 따라 선형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면으로도 읽히는데, 어떤 공간이라고 인식하고 설계했나. 영 철도라는 선적 요소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철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분진을 막기 위해 경계를 따라 심은 키 큰 은행나무도 선의 느낌을 더 강조해주고 있었다. 조금 끊겨 있기는 하지만 대상지 전체에 열식된 은행나무가 긴 선을 그리고 있었다. 반면 지형에 따라 나뉜 공간들은 면적 느낌이 강하다. 지형이 낮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논밭으로 쓰이며 습지화되어 맹꽁이 서식처로 변한 반면, 높은 단은 과거 대상지가 철도로 이용되었을 때 깔렸던 자갈과 쇄석으로 인해 건조하다. 그로 인해 공간이 크게 구분이 된다. 도시적 맥락에서 바라봤을 땐 선형 공원이 맞지만, 그 속에 배치된 공간들은 면적 특성을 갖는다. 낙후된 원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원인 만큼,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한 곳이다. 동선의 큰 틀은 어떻게 잡았나. 수 지역과 지역을 잇는 방법을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이미 대상지에 철도라는 강력한 요소가 있고 본래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던 공간이라 길을 터주기만 하면 지역과 지역을 이을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 곳이었다. 게다가 지구단위계획 차원의 자전거도로가 이 공원을 관통하고 있고, 2단계 사업이 완료되어 대상지 북측에 국립진주박물관이 들어서면 더 많은 사람이 공원을 오가게 될 것이다. 철로라는 물리적 선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이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게 되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던 지점은 100년간 철로에 의해 단절되었던 동쪽과 서쪽 마을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길을 두어 연결하기보다는 주변 맥락에 어울리는 기능을 공간에 부여하고자 했다. 2단계 사업에 따르면 국립진주박물관뿐 아니라 공원의 경계를 따라 문화 가로가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가로와의 연결을 고려해 동선을 그리고 다듬어 나갔다. 영 공원 내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계획할 때 고민이 많았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본래 선로가 놓였던 자리에 자전거도로가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철도문화공원에서는 선로를 보존해 일종의 테마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 자전거도로의 선형을 자연스럽게 받게 되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길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오랜 고민 끝에 자전거도로를 바깥으로 조금 우회해서 돌리고 보행자 전용 도로는 따로 두었다. 덕 필지의 경계에 따라 길의 선이 바뀌기도 했다. 공모 당시 제출한 계획안에서는 대상지 동서를 연결하는 동선이 꽤 뚜렷하고 강한 편이었다. 그런데 도시국장이 이곳이 역으로 사용되기 전에는 강남동, 주약동, 망경동이 만나는 지점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필지선을 따라 마실길을 조성하고 길이 만나는 곳에 마실마당을 조성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수 의견에 따라 동선을 정리했지만, 본래 계획했던 동선의 고즈넉한 느낌이 사라져 좀 아쉽기도 하다. 소재나 수목 선정에서 진주라는 지역 특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면? 덕 진주에서 생산되는 청석이 있는데, 앉음벽이나 옹벽에 이 소재를 반영하고자 했다. 과거 대상지에서 많이 자랐다던 오동나무와 대나무도 주로 사용했다. 대상지 옆에 망진산이 있는데, 그 산에서 자라나는 수종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 맹꽁이 서식지가 있는 습지의 경우에는 최대한 보존하되 생태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만 집중했다. 이외에도 서부해당화, 이팝나무, 편백나무처럼 지역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목을 많이 선정했다. 철로의 흔적을 남긴 곳은 그 선형을 강조하듯 수목을 일렬로 심었다. 선을 강조해야 할 때 녹지 폭이나 수 목의 크기와 종류는 어떻게 정하나. 수 질문에 꼭 맞는 답은 아니지만, 정형적 설계는 시공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공공 프로젝트에서 가로수 외의 수목을 선이나 격자 모양으로 심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편이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흔히 트리 캐노피라고 부르는 공간을 설계했었다. 나뭇가지가 서로 겹쳐진 그 아래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모습을 상상하고 설계한 것인데, 실시설계 단계에서 사라지곤 한다. 한국에서 정형적 패턴으로 구성된 숲을 찾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덕 아마 이 프로젝트 역시 대상지에 철로가 없었다면 긴 선형의 식재 계획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 개인적으로 조경이 하는 여러 일 중 식재 설계가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경력이 10년 이상은 되어야 식재 설계를 좀 알게 되는 것 같다. 설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주변 경관이다. 대상지를 주변 경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만들지 생각하고, 주변 경관이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에 따라 설계로 풀어야 할 숙제가 달라진다. 공간에서 축이 중요하다면 어떻게 강조할지 고민하는데, 수목도 그 방법 중 하나다. 정형적 식재 설계를 하려면 우선 나무의 키가 큰 게 좋다. 등 간격으로 배치할 때 규칙적인 느낌이 나야 하고 수형이 예쁜 게 좋다. 조건에 맞춰 쓸 수 있는 나무를 추리다 보면 그 종류가 많지 않다. 메타세쿼이아, 튤립나무, 은행나무 정도다. 수 이런 대형목의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공사비나 유지·관리 비용 때문인지 식재 설계에 반영했을 때 원안이 살아남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예산이 넉넉한 민간 프로젝트가 아닌 공공 프로젝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도문화공원의 경우에도 수목 규격이 기존에 계획한 것보다 작아졌다. 대상지에서 자라고 있던 은행나무를 어떻게든 보존하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된 수목이 사라지고 꼬챙이처럼 볼품없는 수목이 심기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마스터플랜에서 전차대를 활용한 원형 전망대가 꽤 중요한 요소로 보였는데, 현장에 가보니 없더라. 수 원형 전망대에 얽힌 사연이 많다. 공모에 참여할 당시에도 전망대를 넣느냐 마느냐로 의견이 갈렸다. 영 선형의 부지에 놓인 원형의 선이 주는 느낌이 꽤 강하다보니 고민이 많았다. 토의 끝에 넣는 걸로 결정이 됐는데, 원형 전망대에 올라 공원 전체와 전차대 내부 모두를 조망할 수 있기를 바랐다. 덕 공모 당시에 제안했던 건, 주변 지형과 전차대 시설의 단차를 활용해 야외 공연장과 커뮤니티 지원 시설을 배치하고 그 둘레를 따라 공연과 공원의 성장을 관찰하는 원형 데크 전망대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설계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커뮤니티 지원 시설의 위치가 차량정비고와 대비를 이루면서도 공원에 들어섰을 때 한눈에 보이지 않는 어울림 마당 쪽으로 옮겨지게 됐다. 커뮤니티 지원 시설이 사라지니 원형 전망대가 가진 의미가 약해졌다. 전차대가 한국에 딱 두 곳 밖에 없는 희소한 시설이라,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설계안을 수정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여러 고민 끝에 전차대 구조물 자체를 거의 손대지 않는 선에서 수면에 주변 경관을 담을 수 있는 미러폰드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열차의 방향을 돌려주던 시설의 선은 미러폰드 위를 건널 수 있는 브리지로 활용했다. 본래 사람들이 모여드는 활기찬 공간에서, 과거의 역사의 모습을 추억하며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는 정적인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 수 본래 기획 의도가 사라져 좀 아쉬운 부분이다. 과거의 시설(전차대)과 새로운 시설(커뮤니티 지원 시설)을 연결하는 원형 보행로를 둠으로써, 100년의 과거와 새로운 100년이 만나는 듯한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철도문화공원으로 인해 주변 지역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이 전망대에 올라 지켜보고, 커뮤니티 지원 시설과 연계해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원의 코어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배리어 프리 설계도 해두었는데 함께 사라졌다. 미러폰드로 설계를 변경하며 최대한 주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손을 봤지만, 동선 체계나 경관 측면에서 살짝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동선의 경사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맹꽁이 서식처를 이전했다가 다시 되돌리기 위해, 공사를 부분적으로 나눠 진행하다 보니 길과 길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생긴 문제다. 보행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완성도가 조금 낮아 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설계설명서에 쓰인 “완결된 형태의 공원이 아닌 새로운 시설과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빈 공간이 있는 공원을 만들고자 한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공모 당선 후 약 3년이 흘렀는데, 앞으로 이 주변이 어떻게 변해갈 것이라 예상하나. 수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공원에 건축물이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건축물 안에서 일어나는 프로그램이 커뮤니티 활동의 촉진제 역할을 해준다. 지금도 차량정비고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앞서 100년이라는 단위를 많이 썼는데, 그만큼 단기간에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변 지역에 비어있던 공간들에 사람들과 새로운 콘텐츠가 천천히 들어차길 기대한다. 덕 역사 앞에 광장이 조성되고 도로가 확장되고 주차장이 만들어지면서 작은 변화를 목격하고는 있다. 한산했던 공원에 좀 더 많은 사람이 오가고, 비어있던 건물에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철도문화공원 주변에 특히 세월의 흔적이 담긴 오래된 건물이 많다. 주약동 옆쪽에서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오래된 목욕탕을 카페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철도문화공원 주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영 차량정비고와 더불어 야외에도 전시를 할 수 있는 가벽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이 지역 작가나 학생들의 전시 장소로 쓰일 거라 기대하고 있다. 전시가 개최되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니, 가벽 앞쪽에 빈 잔디밭을 조성해 놓았다. 도시공원에서 가장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잔디밭이라 생각한다. 이곳에서 내가 생각지 못한 여러 활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국립진주박물관이 들어서면, 이를 중심으로 도시가 또 다시 바뀌어갈 것이다. 어찌 보면 철도문화공원은 박물관을 지원하는 서브 공간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언제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설계한 것이다. 수 우리가 그린 계획을 마스터플랜이라 부르지만, 사실 우리가 마스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사는 곳이 아닌 공간을 설계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대상지에 몇 번 답사 가는 것만으로 그 지역 주민의 생활상이나 그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늘 완벽한 공간을 설계하기보다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한다. 디자인은 다른 이가 손댈 수 없는 창작물이라는 태도를 지양한다. 디자인 팽선민 사진 유청오 글 이상수, 고태영, 김영덕 사진 유청오 조경설계 SDHO Group 건축설계 건축사사무소 소솔 토목·조경 시공 영진건설조경, 하림종합건설 건축 시공 인성산업개발(진주역), 종합건설현범(차량정비고), 만도건설(복합커뮤니티) 전시 설계 및 제작 설치 이담 발주 진주시 위치 경상남도 진주시 강남동 245-110번지 일원 면적 42,077m2 준공 2023. 6. SDHO Group(스튜디오이공일 조경기술사사무소, 디자인가든,조경설계 하운, 오스케이프)은 이상수, 고태영, 김영덕, 오태현이 2020년 공동의 가치와 상생을 목표로 함께 시작했다. 각기 다른 디자인 설계 방안을 협의, 논의, 비평 과정을 거쳐 이상적인 외부 공간의 설계, 시공으로 이어지게 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그룹이다. 설계뿐만 아니라 가치와 방향을 함께하는 다른 조경가에게도 열려 있으며, 공동의 이익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무실 모델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상수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건축학과 조경학을 복수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화컨설팅과 씨토포스를 거쳐 스튜디오일공일을 공동 창립했으며, 2016년부터 스튜디오이공일을 설립해 서남권 국회대로 상부공원,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목마·신트리 공원 리모델링 설계공모에 공동 당선되며 조경가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태영은 동국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 대학원에서 부동산개발학을 배우는 중이다. 서인조경, 동일기술공사, DSK LA, 씨토포스, 조경설계 이화원 등 국내외 설계사무소에서 다양한 민·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력을 바탕으로 2014년 디자인가든을 설립했다. 현재 도시공원, 공동주택, 일반 건축 분야 조경설계와 더불어 LH가든쇼, 경기정원박람회 등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설계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김영덕은 단국대학교 식물자원학부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유림조경기술사사무소와 성호엔지니어링, 정엔지니어링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2020년부터 조경설계 하운을 운영하고 있다. 경관과 장소의 탐구를 통해 책임감과 균형 있는 디자인으로 환경설계에 접근하고 있으며, 도시, 조경, 건축 등 외부 공간을 대상으로 계획과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싼산 힐사이드 공원
중국 남부 주강 삼각주(Pearl River Delta) 지역 중심에 위치한 싼산 힐사이드 공원(Sanshan Hillside Park)(이하 싼산 공원)은 빠르게 성장하는 도심에서 보기 힘든 도시 숲을 보존하고 있다. 대상지는 도심의 저지대 수변 공간 위에 위치한다. 독특한 지형을 활용해 야생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숲 공원을 조성해 공공 오픈스페이스에 대한 시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주민과 자연환경을 연결하는 생태적 오아시스를 만들었다. 모임과 산책 등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은 도시와 자연에 대한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를 하나로 이어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한다. 개발로부터 지켜낸 숲 주강 삼각주 지역의 급속한 도시 개발로부터 보호된 싼산 공원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주변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오픈스페이스의 유형을 보여준다. 포산(Foshan) 중심부의 서쪽에 위치한 싼산 신도시에 만든 146헥타르 규모의 산악 공원은 숲 생태계보다 운하나 해운로에 초점을 두었던 이 지역에 보기 드문 지형적 랜드마크를 만들어 냈다. 이 공간을 도시 개발을 위해서 활용할 수도 있었으나 지방정부가 그 가치를 인식하고, 보호 구역으로 지정해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부터 지켜냈다. 세 개의 봉우리와 풍성한 숲으로 둘러싸인 싼산 공원은 도시 안에서 자연을 탐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도시의 평탄한 지형과 대비되는 산 정상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 공원은 싼산 신도시 중앙 공원으로서 이벤트, 관광과 등산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고도의 특징을 활용하는 동시에 지형의 중첩으로 인해 생겨난 공간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테마 공간이 된다. 도시화가 진행되며 자연과 교류할 기회가 적어지는 싼산 도심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풍부한 야생의 자연이 있는 기존의 생태계를 활용했다. 이용자들의 다양한 연령대와 관심사를 고려해 서로 연결된 산책로, 잔디 광장, 자연 놀이 공간 등을 마련했으며, 계절에 따른 축제와 이벤트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조성했다. 리질리언스 공원은 세 구역으로 나뉘며 자연 언덕 보호 지역, 산을 둘러싸고 있는 저지대 내 도시 개발 지역, 도시의 빗물 유출수와 기존의 산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물 모두를 집수하고 정화하는 리질리언스 지역(Resilience Zone)이 있다. 리질리언스 지역을 제외한 두 구역은 대상지의 보존과 활용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리질리언스 지역은 연못, 빗물정원, 생태수로(bioswale) 등을 활용해 민감한 자연 지역을 보호하면서 산 주변으로 확장되는 생태 벨트를 형성한다.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연 지형에 따라 설계한 리질리언스 에지(Resilience Edge)는 자연과 도시 지역 사이의 취약한 생태계를 안정화하고 산과 주변 도시 개발 구역 모두를 위한 중요한 배수 인프라다. 대규모 굴착을 피하고 인상적인 장소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지형 특성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공원의 새로운 공간에 내구성을 더하고, 산비탈 환경에서 견고함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녹색인프라 시스템 등급을 고려하고, 중국의 엄격한 빗물 관리 기준인 ‘스펀지 도시’ 지침에 따라 원활한 우배수와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글 SWA Group Landscape Architect SWA Group Local DesignInstituteShenzhen BLY Landscape & Architecture Planning & Design Institute Client Land Urban Construction and Water Conservancy Bureau of Nanhai District Location Foshan, Guangdong Province, China Area 146ha Completion The 1st Phase: 2020. 7. The 2nd Phase: ongoing Photograph Chill Shine SWA Group은 60년 이상 조경, 기획, 도시설계 등 전문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소규모 도시공원, 워터프런트, 도시재생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인간과 경관이 서로 교류하는 방식을 정의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장소와 지역적 맥락의 힘을 믿으며 대상지의 본질과 문화를 디자인에 담는다. 대상지의 생태 환경, 전통, 재료를 면밀히 파악하고, 설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인간과 자연, 예술과 생태 사이에서 교집합을 만들고,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건축과 자연이 결합해온 방식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장소와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익스피디아 본사 수변 공원
부둣가의 변신 익스피디아 본사(Expedia HQ)는 미국 시애틀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1.6km 떨어진 40에이커 규모의 해안 매립지에 위치한다. 캠퍼스는 퓨젓사운드(Puget Sound) 해안, 레이니어 산(Mount Rainier), 그리고 시애틀 도심을 향한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한다. 원래 이곳은 퓨젓사운드를 향해 뻗어 있는 두 개의 부두를 갖춘 바닷가였는데, 1962년부터 1969년까지 7년 동안 흙과 건설 잔해 등을 채워 현재 익스피디아 본사가 위치한 매립지로 거듭났다. 바이오필릭 디자인 설계 목표는 5,000명에 달하는 노스웨스턴(Northwestern) 직원들을 위한 혁신적인 업무 공간을 갖춘 캠퍼스를 구상하는 것이었다. 익스피디아가 설계의 지향점으로 요구한 것은 지속가능하고 자연 친화적인 캠퍼스였다. 이러한 목표를 고려해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을 통한 친환경적 경험 기반의 캠퍼스를 만들고자 했다. 공공 인터페이스 캠퍼스를 설계하는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는 공공 보행로와 공공 공간이었다. 엘리엇 베이 트레일Elliott Bay Trail 도로는 캠퍼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며 시애틀 시내와 스미스 코브(Smith Cove) 유람선 터미널을 연결한다. 기존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는 해안과 인접한 가장 바깥쪽 가장자리에 위치해 상습적으로 침수가 발생했고, 직선 형태의 보행로 모퉁이는 보행자에게 다소 위험한 사각지대였다. 엘리엇 베이 트레일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포인트(The Point)라고 불리는 공공 공간을 만들어 날카로운 모서리 형태의 동선을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다듬었다. 또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분리해 보행 안전성을 꾀하고, 해수면 상승과 홍수를 고려해서 이전의 위치보다 안쪽에 동선을 만들었다. 다양한 자생종이 식재된 굴곡진 형태의 선형 공원은 웨스턴 스미스 코브(Western Smith Cove) 경계를 따라 계속 이어진다. 사회적 책임과 즐거운 근무 환경 캠퍼스 내 5,000명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 극장, 사색 정원, 약 1,200㎡ 규모의 캐스케이드, 체리 과수원, 산책로 등을 조성했다. 야생의 자연을 감상하며 걷고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회의를 하거나 휴식을 취 할 수 있게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다. 대상지 곳곳에 놓인 바위와 유목은 기존 생태계에 대한 존중인 동시에 공간에 조형적 아름다움을 더한다. 분리된 보행로와 자전거도로와 연결된 곡선형 테라스에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기반으로 만든 수많은 경관은 건강하고 즐거운 근무 환경을 조성한다. 나아가 직원뿐 만 아니라 지역 주민도 이러한 경관을 즐기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익스피디아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 를 다하기 위해 기업의 공간을 지역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으로 바꿈으로써 조경과 장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글 Surfacedesign Landscape Architect Surfacedesign Design Team James A. Lord, Roderick Wyllie, Michal Kapitulnik,Junyi Li, Matt Bombard, Blythe Price, Tyler Mohr, Heath House Architect ZGF Architects(Main Campus), Aidlin Darling Design(Accessory Building) Contractor GLY, Teufel Landscape(Landscape) Collaborator Stantec(MEP Engineer), RMA(Irrigation),KPFF(Structural and Civil Engineer), CMS(Water Feature), F2 Environmental Design(Soils Consultant), Paladino(Environmental Consultant), Studio SC(Signage) Location Seattle, WA, United States Area The Beach: 2.6ac Campus: 40ac Completion The Beach: 2019 Campus: 2021 Photograph Marion Brenner 서피스디자인(Surfacedesign)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조경·도시설계사무소로 제임스 로드(James A. Lord), 로드릭 윌리(Roderick Wyllie), 제프 디 지롤라모(Geoff di Girolamo)가 이끌고 있다. 조경, 도시, 건축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협업을 통한 다학제간 디자인을 추구하며, 역동적 경관의 공원, 캠퍼스, 광장, 정원 등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건축과 자연의 연결에 초점을 맞추는 디자인을 통해 시민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경관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상지의 고유한 맥락과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잠재력을 강조하고 존중하며, 설계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대상지와 이용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한 세련된 매력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현대적 경관을 만들어 낸다.
랭스 프롬나드 재개발
18세기 옛 성벽의 해자가 있던 부지에 만들어진 랭스 프롬나드(Reims Promenades)는 유서 깊은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형성된 축을 따라 지속적인 추가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이 산책로에는 조각상, 기념물 등이 있다. 철도와 대로, 고속도로 등과 같은 기반 시설에 의해 산책로 일부가 훼손됐지만 밤나무, 단풍나무, 플라타너스로 이루어진 숲 덕분에 오랜 기간 형태를 유지해왔다. 숲의 나무들은 대상지의 주요 자산이지만 재개발 프로젝트의 제약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나무의 유지·관리를 고려한 섬세한 계획이 필요하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대상지의 자산을 개선하고 주민을 위한 활력 가득한 장소로 전환하는 것이다. 도시와의 조화를 위해 통일성과 장소의 시인성을 복원하는 동시에 각 공간을 이루는 장면의 분위기와 용도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수많은 기념물과 깊은 역사를 품은 산림 지대에 위치한 이 산책로는 새로운 숲의 설계법을 통해 도시에 심오한 변화를 가져오고 숲이 우거진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제시한다. 구조적 연속성과 산책로의 재결합 산책로의 일관성 복원을 위해 모든 시퀀스가 통과하는 축을 중심으로 마스터플랜을 계획했다. 이 축에는 기념물이 위치해 있고 나무 캐노피가 넓은 간격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산책로에 새로운 시설물을 추가해 유적지와 천연 기념물로 등재된 유산을 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기능하게 했다. 도시의 시퀀스와 이웃과의 연결 설계는 대상지의 기존 세력선과 수목 네트워크 세력선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선형의 두 자전거도로와 세 개의 대규모 보행자 산책로가 다양한 시퀀스를 연결하고 개방감을 자아낸다. 2차 그리드를 활용해 가장자리를 다용도로 활용하는 동시에 도심과 역세권을 잇는 연결고리로 만들었다. 공지와 산림 경계의 구조화 나무의 밀도와 햇빛이 내리쬐는 위치로 인해 산림은 대상지 가장자리를 둘러싼 형태를 띠고 있으며, 보행 로에 의해 길 주변으로 일련의 빈 공간이 생겨났다. 이 공터들은 산책로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장소이며 길 찾기를 용이하게 해주는 동시에 조형적 요소로 역할 한다. 빛과 그림자 조각 빛과 그늘, 조명 장치를 활용해 공간의 분위기를 조정 하고 부지의 활용성을 높이고자 했다. 빛이 부족한 곳 에는 조명을 더하고, 빛이 강한 곳은 빛을 덜어냈다. 나 무와 꽃, 바닥재와 시설물을 통해 조명이 적절한 그림 자를 드리우게 했다. 존중을 통한 수목과 기념물의 가치 향상 프로젝트는 나무라는 유산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보행로, 시설물, 구역 등 대상지 구조는 수목이 만든 틀에 의해 결정됐다. 중심축이 되어주는 기념물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로운 맥락으로 기념물이 읽히게 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도시적 풍경을 이루던 포르테 드 파리(porte de paris )주변 도로를 산책로로 바꾸어 보행자 공공 공간으로 대체시켰다. 포르테 드 마스(porte de mars )광장은 특별한 행사를 주최하는 동시에 대제국 아래 파리의 웅장함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고대 관문을 가진 장엄한 앞마당으로 변모시켰다. 물의 존재감 부각 주요 구성 요소 중 물은 평온함에서 장엄함까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스트 유역에서는 수증기가 피어올라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하고, 잔디밭 속 폰드의 수면에 비치는 모습은 유쾌한 도시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포르테 드 마스 광장의 대형 분수는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로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의미와 가치 복원 이 프로젝트는 산책로를 지역과 연계시키면서 도심의 개념을 정립하고 대도시 녹색 네트워크의 일부로 편입시켰다. 재개발을 통해 산책로는 도시가 지닌 역사와 기대를 품은 산책과 만남의 장 그리고 축제의 장소로 탈바꿈됐다. 이질적이고 관광객의 방문이 뜸했던 지역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지역의 의미와 가치를 복원했다. 재탄생한 18세기 산책로는 역사적 요소가 어떻게 고유의 특성과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 현시대의 환경과 기후 문제에 대응하는 한편, 명시적이면서 현대적 장소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 Osty et Associés Landscape Architect Osty et Associés Architect Encore Heureux Engineers TPF Ingénierie Fountain Maker OGI Lighting Design Les Éclaireurs Client Reims City Council Location Reims, France Area 12ac Completion 2023 Photograph Martin Argyroglo, Mikaël Mugnier 1983년에 설립된 오스티 앤 어소시스(Osty et Associés)는 재클린 오스티(Jacqueline Osty)와 프로젝트 매니저 로익 보닌(Loci Bonnin), 앙투안 칼릭스(Antoine Cailx), 미카엘 무니에르(Mikael Mugnier)를 필두로 30여 명의 조경가, 건축가, 도시 전문가로 구성된 설계사무소다. 연구와 재개발 프로젝트뿐 아니라 공원, 공공 공간, 워터프런트, 동물원 등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층위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표작으로는 셍삐에흐 공원(Saint-Pierre Park in Amiens), 마틴 루터 킹 공원(Parc Martin Luther King Park) 등이 있다.
세인트 캐서린 웨스트 거리와 필립스 광장
몬트리올(Montréal)은 친환경적 도시로의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세인트 캐서린 웨스트 거리(Sainte-Catherine West Street) 재설계는 자동차 중심인 몬트리올의 낡은 도로를 상업 중심지의 역사성을 드러내는 보행자 중심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사차선 도로를 한 차선만 차량이 통행하는 보행자 중심 거리로 변모시키는 재설계 과정을 통해 드 블루 거리(De Bleury Street)부터 맨스필드 거리(Mansfield Street)까지 여섯 블록에 달하는 규모의 자동차와 자전거 이용자, 보행자가 함께 공유하는 산책로가 조성됐다. 이 산책로는 유서 깊은 백화점을 아우르며 주변 지역을 하나로 연결한다. 필립스 광장(Phillips Square)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몬트리올에 새로운 친환경 공공 허브가 탄생했다. 새로운 세인트 캐서린 웨스트 거리 세인트 캐서린 웨스트 거리는 동쪽의 카르티에 데 스펙타클(Quartier des Spectacles) 재개발, 서쪽 몇 개 블록에 대한 재개발 계획과 함께 응집력 있고 친환경적인 마을을 만들기 위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노상 주차를 없애고 보도를 대폭 넓혀 자동차와 보행자 공간의 비율을 역전시키고 더 많은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창출시켰다. 거리는 이제 분리되어 있던 광장, 기념물, 역사적 건물들을 응집력 있는 도시 경관으로 연결하는 선형 광장 역할을 한다. 거리에 설치된 청동판은 이 지역의 역사 유산인 20세기에 지어진 백화점과 상업용 건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도시 표지판으로 기능한다. 차량과 보행자가 공유하는 거리는 도보와 자전거 이용을 장려함으로써 이동성을 촉진시키고, 이동 수단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원하는 곳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안전하고 응집력 있는 환경 만들기 새 도로는 다양한 공간과 용도를 구분하는 모듈식으로 포장한 것이 특징이다. 짙은 회색부터 옅은 회색까지 아우르는 바닥 색은 차량 전용 차로와 안전한 보행자 구역을 확실히 구분한다. 또한 어디까지가 보행 전용 구역인지, 자동차와 자전거 이용자와 공유되는 구역인지를 보행자에게 명확히 알려주며 응집력 있고 통합된 공공 공간과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 수목 식재 밀도를 활용해 안전성과 응집력을 더 강화했다. 조용한 지역에는 나무들을 서로 가깝게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활기찬 지역에는 나무 사이에 간격을 두었다. 이런 패턴은 대상지를 하나의 결속력 있는 산책로로 만드는 동시에 부지 전체에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자아낸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글 Provencher_Roy Design/Architectural/Development Firm Provencher_Roy Landscape Provencher_Roy Civil Engineering CIMA + Structure CIMA + Other Collaborators Ingénieur Fontainier - François Ménard Urban Furniture Michel Dallaire Client Ville de Montréal Location Montréal, Québec, Canada Area 13,000m2 Completion 2022. 5. Photograph Adrien Williams 프로벤처_로이(Provencher_Roy)는 1983년 클로드 프로벤처(Claude Provencher)와 미셸 로이(Michel Roy)가 새로운 건축 비전을 세우기 위해 캐나다 몬트리올에 설립한 건축사무소다. 건축, 도시 디자인, 도시계획, 조경을 하나로 연결하는 접근 방식을 추구한다. 프로젝트의 첫 단계인 철저한 분석과 이해를 중요하게 여긴다. 대상지에 존재하는 물리적·문화적·지리적·역사적·경제적 자원과 유형·무형 유산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들이 기존 도시 구조를 변화시킨다고 믿으며 설계에 임한다.
타이난 마켓
타이난(Tainan)에 새로운 농산물 도매시장이 들어섰다. 대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농산물 시장으로 불리는 이 야외 시장은 타이난의 농산물을 유통하는 중요 허브다. 마켓 건물의 지붕에 올라가면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이웃과 만나 교류할 수 있어 지역 관광을 촉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붕 위에서 과일과 채소를 재배할 수도 있다. 타이난 마켓은 과감한 건축적 실험이다. 일반적으로 단순한 철재 창고 형태로 지어지는 도매 시장을 재해석해 시장과 녹지가 결합된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디자인은 진부한 식품 산업 공간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식품을 경험하는 동시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냈다. 대상지는 타이난의 동쪽, 도시와 산 사이에 있다. 3번 고속도로와 연결되며 대중교통이 잘 마련되어 있어 주변 농지와 도시의 상인, 구매자, 방문객 모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타이난 마켓은 일련의 구불구불한 언덕으로 구성된 녹색 지붕을 가진 단순한 개방형 구조의 건물이다. 동쪽 모퉁이에는 다채로운 식물과 꽃이 심긴 테라스가 있다. 지붕에서 시작된 이 테라스는 점점 땅으로 내려와 방문객이 건물 꼭대기에 오르도록 유도한다. 타이난 마켓은 방문자가 이 지역의 특징적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높은 플랫폼 역할을 한다. 한쪽에 관리 사무실과 지역 농산물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 센터가 있는 4층 높이의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의 각층에 마켓의 지붕과 연결되는 출입구가 있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글 MVRDV Architect MVRDV Founding Partner in Charge Winy Maas Partner Shi Wenchian Design Team Liao Hui-Hsin, Chen Xiaoting, Liao Chi Yi, Chiara Girolami, Enrico Pintabona, Maria Lopez, Gustavo van Staveren, Emma Rubeillon, Lee Dong Min, Jose Sanmartin, Cai Cheng, Liao Yi Chien Visualisations Antonio Luca Coco, Pavlos Ventouris Strategy and Development Isabel Pagel, Bart Dankers Co-Architect LLJ Architects Contractor Yuh-Tong Construction; Jiuyang Electric And Plumbing Engineering Landscape Architect The Urbanists Collaborative Structural Engineer Columbus Engineering Consultants MEP FRONTIER TECH INSTITUTE Soil and Water Kuo Soil and Water Technicians Green Building Green Building Technology Consultants Client Tainan City Government Agricultural Bureau Location Tainan City, Taiwan Area 12,331m2 Completion 2022 Photograph Shephotoerd MVRDV는 1993년 비니 마스(Winy Maas), 야코프 판레이스(Jacob van Rijs), 나탈리 더프리스(Nathalie de Vries)가 설립한 회사다. 로테르담, 상하이, 파리, 베를린, 뉴욕에 사무소를 두고 전 세계의 건축,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설계 초반부터 이해관계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리서치를 바탕으로 협업을 한다. 이를 통해 더 나은 도시와 경관을 만드는 선진적이고 진솔한 프로젝트를 펼쳐왔다. 현재 로테르담에서 난징과 과야킬의 복합 용도 건물, 아인트호번의 니우 베르헌(Nieuw Bergen), 암스테르담의 웨스터파크 웨스트(Westerpark West)와 더 오스테를링언(De Oosterlingen)의 주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대구 대봉교역 금호어울림 에듀리버
대구 대봉교역 금호어울림 에듀리버는 대구 남구 이천동에 있으며 6개동 433세대 규모의 단지다.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두 개의 출입구, 버스 정류장과 맞닿아 있는 한 개의 부출입구와 네 개의 보행자 출입구가 있는 개방된 형태를 띠고 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이 이곳에서 여가 활동을 즐기고 일상을 영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단지의 첫인상, 맑은숲쉼터 이천동이란 동명은 ‘배나무 샘’에서 유래됐다. 수령이 60여년 된 정갈한 수형을 가진 돌배나무를 공간의 중심에 배치했다. 4월 중하순에 작은 흰색 꽃이 가득 핀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봄마다 노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는 산수유는 줄기 아랫부분에 많은 가지를 뻗는 다간형 수목으로 선정해 녹음이 짙게 드리워지도록 했다. 그 주변에는 키가 큰 소나무 군락지를 조성해 병풍에 둘러싸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양한 관목과 조경석, 초화류, 여러 소품으로 기분 좋은 단지 첫인상을 갖게 했다. 경계석을 생략한 현무암 판석이 비정형 녹지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그 경계를 따라 녹색 잎 끝을 붉게 물들이는 홍띠를 배치해 가장자리를 도드라지게 했다. 오후에 강한 햇빛을 받는 위치에 작은 물방울을 뿜어내는 미스트 폴과 노즐을 설치해 입주민들이 쾌적한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스트는 미세먼지를 지표면으로 떨어트림으로써 주변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 청량하고 쾌적한 산책을 가능하게 한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글 조재운 와이에스개발 대표이사 사진 유청오, 조재운 조경 기본설계 그린에이드 조경 특화설계 와이에스개발 시공 금호건설 조경 시공 와이에스개발 놀이·휴게·운동 시설 아우라이앤에이, 세인환경디자인, 디자인파크 위치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동 281-1번지 대지 면적 16,422m2 조경 면적 4,787m2 완공 2023. 8. 와이에스개발은 조경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통해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한다. 쾌적하고 편안한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차별화된 공간 연출을 추구한다.
[제도가 만든 도시] 도시의 비움
근대적 도시 제도는 태생적으로 밀집 포비아 성향을 가진다. 18세기 산업화와 도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야기한 정주 환경의 악화는 밀집은 죄악이라는 생각을 낳았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 곧 도시계획과 제도의 소명이었다. 그 결과 현 도시 제도는 대체로 ‘채움’을 억제하고 ‘비움’을 강제하는 방향성을 가지며, 채움과 비움의 양과 크기에 대해 비율, 최대·최소의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의 도시 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제도, 크기를 정하다’(2023년 5월호)에서 언급했듯, 신도시 계획은 수용 인구와 신도시 규모를 기준으로 공원·녹지의 비율을 설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주거 지역에서는 남쪽 대지의 건물이 북쪽 대지에 드는 햇빛을 가리지 않도록 건물 높이에 따라 이격거리를 만족시키는 계획이 필요하다. 크게는 도시 단위에서 작게는 필지 단위까지, 여러 도시 제도는 채움에 대해 최소한의 비움을 확보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도시 제도가 채움과 비움의 양에 관여하는 것만으로 충 분한 것일까? 채움과 비움의 총량적 비율은 도시의 모습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지만, 채움에 대한 비움의 방식에 의해서도 도시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그림 1). 우리의 도시 제도가 어떤 채움과 비움을 만들어 내는 지 살펴보자. 모아서 크게 혹은 나눠서 여러 곳에, 비움의 배분 근대 도시 제도가 채움에 대해 최소한의 비움을 확보한다면, 그 비움은 도시 내에서 어떻게 배분되어야 할까? ‘그림 1’의 뉴욕과 교외 단독주택지는 밀도와 높이도 매우 다르지만, 비움의 배분 방식도 매우 다르다. 전자는 개별 대지에는 건축물을 거의 꽉 채워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광장과 공원 등 도시에 공동의 비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세한 도시를, 후자는 개별 대지 안에 일정 비율의 비움을 확보하는 것이 우세한 도시를 보여준다. 달리 말해, 비움의 배분 방식 매트릭스에서 꽤 극단적인 위치에 해당하는 예다. 채움과 비움의 균형을 실현하는 배분 방식으로 어떤 것이 좋다 혹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도시의 기후는 물론 긴 시간 형성된 해당 사회의 공간 문화를 거스르는 비움의 특정한 배분 방식이 무작정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한 도시 내에서도 중심업무·상업지구냐 외곽의 주거지냐에 따라서, 산이나 하천 등 자연 지형요소의 인접 분포에 따라서, 도시 조직의 특성에 따라서, 채움과 비움의 배분 양태는 달리 평가될 것이다. 우리의 도시에서 채움과 비움의 배분에 관여하는 대표 제도로는 공동의 비움을 확보하기 위한 공원·녹지 설치 기준과 개별 대지 내 비움을 확보하기 위한 건폐율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두 제도가 애초에 비움의 배분 방식을 설정하는 짝으로 도입된 것은 아니며 목적한 바가 서로 다르다. 광장 등 다양한 형태를 포괄하는 공원·녹지 설치 기준은 도시민이 도시공원이라는 어메니티를 공평하게 충분히 누리는가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도시 지역 거주 인구 1인당 6m2로1 어디에서나 동일하다. 이는 총량적 접근으로 대개 시 또는 구, 생활권 등의 공간 단위로 달성 여부를 따지게 된다. 건폐율은 대지 내 위치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공지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으로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이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을 용도 지역에 따라 20~90% 이하로 제한한다. 두 제도의 조합이 비움의 배분 방식 매트릭스에서 어디쯤인지, 결과적으로 우리 도시의 비움에서 어떤 방식의 배분이 우세한지를 절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두 제도가 설정한 기준에서 드러나듯, 도시 공간의 여건에 대응해 공동으로 확보하는 비움과 개별로 확보하는 비움 사이 균형점을 달리 설정하고, 이를 위해 두 제도의 기준을 상호 조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거주 인구가 아닌 주간 상주 인구가 많고 건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심지에 공동의 비움을 더 확보할 제도적 근거는 없다. 대지면적이 작은 저층 주거지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진 주거지는 실질적인 건폐율의 차이가 현격하지만 공원·녹지 설치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된다(그림 2). 이처럼 현 제도는 도시와 개별 필지라는 양 극단의 단위에서 비움의 양을 정할뿐, 도시 내에 비움이 어떻게 배분되어야 하는가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가 만든 나쁜 비움 도시 제도가 채움을 억제해 얻는 비움은 모두 도시 공간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여러 연구자는 어떤 광장과 공원, 블록의 중정과 건물의 전면 공간이 잘 쓰이는지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윌리엄 화이트(William H.Whyte)는 1970년대 뉴욕에서 여러 외부 공간을 관찰해 어떤 곳이 사람들을 모으고 사랑 받는지 분석했다. 적당한 크기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 햇빛을 쬐며 앉을 수 있는 벤치, 아름다운 식생과 수공간 등 매력 요소,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 등이 활력 있는 외부 공간을 만드는 인자로 제시된다.2 이런 특징들을 갖춘 ‘좋은 비움’을 만드는 데는 제도보다는 계획과 디자인의 몫이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제도가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 맞는 좋은 비움의 조건을 개별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며, 설령 몇몇 지침을 제시하더라도 그 지침을 따르지 않는 좋은 공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나쁜 비움’도 개별 계획가와 디자이너만의 몫일까? 우리 도시 공간에 존재하는,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부 공간에는 도시 제도의 몫이 분명히 있다. 토지 수요가 높은 도시에서 대규모 비움을 확보하는 것은 공공 재원과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조성의 타당성과 목적과 활용을 제도 바깥에 둘 수 없다. 따라서 개별 대지의 비움에 비해 공동의 비움에는 상대적으로 더 구체적인 설치 기준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3’ 기사의 사례는 이를 설계한 디자이너의 역량 부족 탓일까? 동인천 광 장은 교통광장 중 역전광장에 해당하며, 관련 법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좋은 비움을 만들기에 충분한지 생각하게 된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2. William H. Whyte, The Social Life of Small Urban Spaces, Project for Public Spaces, 1980. 유영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로재와 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도시디자인과 사회과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현재는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에서 법, 제도, 현대 도시설계 이론, 스튜디오를 가르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케일에서 개별적인 공간 현상과 법제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계획과 디자인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어떤 디자인 오피스] 공간이오
검이불루 화이불치 정원이 과시의 수단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면서 정원에 대한 대중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비싼 소나무를 식재하는 정원에서 탈피해 내가 심고 가꾸는 한 그루 나무와 한 포기 야생화에 의미를 담고, 꽃이 피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정원을 즐긴다. 정원은 더 이상 화려할 필요가 없으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자 사치스러울 필요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그러나 화려하거나 사치스럽지 않은 담백한 정원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를 지향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정했다. 공간 구조의 단순화 너무 복잡한 공간 구조는 오히려 공간에서의 감흥을 떨어뜨리며 조잡해 보이게 만든다. 특히 정원을 처음 만들거나 너무 많은 것을 한 공간에 담고자 할 경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욱여넣게 되고 완성 후 시간이 지날수록 조잡해진 공간을 보며 후회한다. 공간을 쪼개는 것보다 절제하고 단순화해 공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감흥)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의 감흥이 점점 증폭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자연스러운 식재 우연히 국립수목원을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마주친 주목을 보고 한 대 맞은 사람처럼 머리가 띵하게 울린 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주목의 자연스럽게 뻗은 줄기와 거친 질감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원뿔형 토피어리 주목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위적으로 뿌리 주변의 줄기들을 잘라 잘 관리하며 키워온 외대로 자란 교목(공사목 스타일)보다는 멋대로 자라난 다간형 교목이나 밑동부터 여러 가지가 나오는 관목은 정원에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더한다. 다간형의 겹쳐진 줄기를 가진 식물은 좁은 정원에서 오히려 깊은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며, 꽃이나 잎의 색깔이 화려하거나 위압적인 소나무가 아니더라도 정원의 감흥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원 디자인에서 다간형 교목이나 관목을 선호한다. 재료의 물성을 살리는 시설물 과도하게 가공한 시설물의 사용을 지양한다. 그러한 시설물은 재료 본연의 물성이 사라지고 인공적 느낌이 강해지면서 검소하거나 세련된 느낌을 반감시킨다. 최소한의 가공과 디자인으로 나무는 나무로서, 돌은 돌로서, 철은 철로서의 본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을 때, 공간의 편안함과 세련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급적 돌의 물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두께감과 무게감이 있는 디딤석을 사용한다. 나무는 통나무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트렁크 형태의 벤치를 활용한다. 철로는 날렵하고 차가움을 느낄 수 있는 형태의 시설물을 디자인한다. 콘크리트는 콘크리트답게 무채색의 도시적 세련됨이 돋보이게 연출하고자 한다. 공간의 켜와 시간의 켜 공간의 켜, 깊이를 더하다 이오(異澳)에 담긴 뜻처럼 깊이가 남다른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공간의 켜를 쌓아 깊이를 만들어 공간에서의 감흥을 극대화시킨다. 오태현 소장의 ‘오픈 월 링크드랜드스케이프(Open Wall: Linked Landscape)’(2020년 제2회 LH가든쇼)는 투명한 커튼 월과 돌 담장, 그리고 그 너머의 수목들이 수평적으로 겹치며 시각적으로 공간이 깊어 보이게 했다. 이러한 깊이 있는 공간감을 만들기 위해서 설계 단계부터 3D 작업으로 끊임없이 공간을 분석하며 시뮬레이션한다. ‘청초: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2020년 제2회 LH가든쇼)은 산단풍의 배식에서 굵은 줄기의 단풍나무를 앞으로 배치하고, 가는 줄기의 단풍나무를 멀리 식재했다. 두꺼운 줄기는 더 두껍게, 멀리 있는 가는 줄기는 더 가늘게 보이도록 착시 현상을 이용해 공간의 켜를 깊어 보이게 연출했다. 산속 나무들을 보면 여러 줄기가 겹치며 깊은 숲속의 공간감을 만드는 것처럼. 게다가 안과 밖에서 보는 풍경 프레임에 자연스럽게 식재가 겹치는 경관은 공간의 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시간의 켜, 즐거움을 더하다 정원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시간의 켜다. 조성한 직후 완성된 모습을 보며 정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더욱 풍성한 재미를 맛보려면 꾸준함이 필요한 가드닝이 필수적이다. 정원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미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사계절로도 부족해 일곱 계절로 정원의 아름다움을 말한 피트 아우돌프가 그랬듯, 정원에 식재된 다양한 관목과 숙근초가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은 다양한 시간의 켜를 만들어 낸다. 한양타워 옥상정원의 여름과 겨울 화단의 모습을 보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록수는 작은 블루스타향나무 5주가 전부다. 겨울의 썰렁한 경관을 보완하기 위해선 상록수가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디자인했다. 우리가 디자인한 정원에 식재된 수십 종의 식물들이 계절마다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들은 시간의 켜를 쌓아가며 정원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디테일한 설계와 시공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설계와 시공은 설계와 시공이 모두 가능한 우리의 장점이자 자랑이다. 설계만 하는 설계사무소는 현장의 모든 상황을 100% 예상하며 설계할 수 없어 늘 아쉬움이 있다. 시공사는 남이 설계한 것을 도면에 의존해 재현하다 보니 설계 의도를 100% 표현하긴 힘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설계와 시공을 같이 작업하다 보니 과도한 도면으로 시간과 인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예상치 못한 현장의 상황으로 부족한 설계를 현장에서 보완할 수 있다. 게다가 정원 디자이너가 현장에 상주해 결정해야 할 사항을 설계 의도와 현장 여건에 맞게 결정한다. 현장 경험이 많은 소장의 경험치가 보태져 섬세한 정원으로 완성되어 간다. 설계는 시공 탓을, 시공은 설계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결과의 책임은 오롯이 우리 몫이다. 현장에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수시로 소통하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며,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들이 지속적으로 공간이오를 지원하는 정신적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우리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 준다. 식재 설계 식재 설계는 우리의 차별점 중 하나다. 일단 수종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도면을 그리는 방법에도 차이가 난다. 특히 초화를 표현할 때 넓은 면적을 하나의 해치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 포트 한 포트 직접 현장에서 식재한다는 상상으로 도면을 그려 나간다. 이러한 식재 계획은 자연스러움을 통한 편안함, 그리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정원 디자인을 위한 기본요소가 된다. 섬세한 식재를 하기 위해 관목, 초화 식재 공사 때는 전 직원이 현장에 출동한다. 단순한 관리자 역할이 아닌 직접 식재하는 가드너 입장에서 현장에 투입되며,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스럽게 위치와 꽃의 얼굴을 보며 식재한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에 입사한 직원들은 공간이오의 스타일을 익히는 일종의 트레이닝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을 땐 모으고 흩어질 땐 흩어지는 공간이오만의 식재 스타일을 구현한다. 식재 계획과 시공이 동시에 이루어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설물 설계 시설물은 정원의 공간 디자인을 위한 요소로 식물의 섬세함을 돋보이게 해주는 중요한 배경이다. 세밀한 도면으로 계획해 섬세한 시공으로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시설물의 디테일한 상세도를 만들어 시공의 완성도를 높이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 공간만의 시설물을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한다. 소재의 종류, 컬러와 마감재 선정은 항상 마지막 발주까지 거듭해서 고민한다. 특히 벽 마감재의 컬러 선정은 면적의 크기에 따라 색감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을 기한다. 울산권역 정원드림프로젝트 때 고래의 색을 결정하기 위해 세 가지 핑크색을 구입해 직접 테스트해서 결정하기도 했다. 청초 작업 때도 자연스러운 목재의 느낌을 찾아내기 위해 목재상을 수차례 찾아다녔다. 정원 관리 공간이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정원 관리다. 설계하고 시공한 정원을 모니터링하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다만 정원 관리를 제초 작업이나 교/관목 전지 정도로 인식하는 탓에 아직은 가드너로서 정당한 인건비를 청구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정원 사업이 확장되면 정원 디자이너나 정원 컨스트럭터(constructor)보다 정원 유지·관리를 하는 정원 관리 가드너의 수요가 더 부족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원 관리는 정원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보살피는 중요한 일이며, 우리는 오랜 관리 계약으로 정원을 지속적으로 완성해 가고 있다. 정원 관리의 하이라이트는 정원 조성 후 과도하게 자라난 식물의 분주나 가지치기와 생육에 맞는 환경에 식재되지 못한 식물들의 재배치에 있다. 정원의 방위와 주변 건물들의 그림자를 고려하며 식재했지만, 예상치 못한 그늘이나 물고임 현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관리계약과 정당한 인건비 책정이 필요하다. 정원 관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관수다. 정원 식물에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양의 물을 공급하는 것이 정원 관리의 기본이다. 우리는 건강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 관수 시스템 설치를 권장한다. 물론 초기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기후변화로 생기는 봄 가뭄이나 주기적으로 제 시기에 관수를 못해 발생하는 식물 고사를 막을 수 있어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으며, 설치 후 만족도가 높은 아이템 중 하나다. 우리의 프로젝트 중구 빈집 정원 서울 한복판 구도심에 생긴 빈집의 자투리 공간을 정원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몇 평 남짓한 빈집을 헐어낸 자리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원을 조성했다. 공사 여건이 열악했지만, 간결하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좁고 보잘것없는 공간을 편안하고 세련된 정원으로 만들었다. 카페 정원 2020년 우연히 맡게 된 카페 정원은 LH가든쇼에서 선보인 청초의 확장 버전이다. 늘 관심 가졌던 그늘정원을 구현할 수 있어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청초에서 시도해 보았던 음지 식물들을 실제로 넓은 면적에 식재할 수 있었다. 음지 식물로 차분하고 편안한 그늘정원을 디자인했다. 단순한 선형의 동선 외에는 이렇다 할 디자인은 없지만, 식재 자체로 공간의 아우라를 만들어 낸 프로젝트였다. 지하 주차장 위의 인공지반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교목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고 관목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독립형으로 자연스럽게 자란 관목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이 됐다. 돌이켜보면 매순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클라이언트의 결정은 늘 한결 같았다. 전문가 관점에서 결정을 내려 달라고 하다 보니, 대부분의 결정은 디자이너 몫이었다. 결과 또한 디자이너의 책임이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했었고, 그 고민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프로젝트라 애착이 많이 간다. 테라스 정원 최근 하이엔드 레지던스가 많이 늘어나며 테라스에서 정원을 즐기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최근에 우리도 이러한 테라스 정원 프로젝트를 맡았다. 심플한 느낌의 백색 건물에 경관 중심의 자연스러운 정원과 이용자 중심의 모던한 정원을 디자인했다. 진주 월아산 작가정원 지난해 진주 월아산 작가정원 지명 설계공모에 참여했다. 공간이오가 처음으로 공모를 준비했던 프로젝트였다. 음양오행의 원리를 이용한 자연 복원을 콘셉트로 디자인했고, 고정희 박사의 식물적용학을 기반으로 식재 설계를 했다. 아쉽게 당선작은 되지 못했지만, 첫 공모전 작품이라 애정이 남다른 프로젝트였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생활정원 2020년 평택역, 2021년 용인시장 그리고 2022년 전북대학교 특성화캠퍼스(익산)와 광양시청 앞 광장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발주한 생활정원 프로젝트였다. 정원작가로 참여해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진행했다. 특히 2022년 전북대 캠퍼스와 광양시청 현장은 설계와 시공을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여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밸런싱 네이처 2022년 제3회 LH가든쇼 해외초청작가 앤디 스터전이 설계한 정원 ‘밸런싱 네이처’를 시공할 기회가 생겼다. 사명감을 갖고 시공했다. 초청작가정원 ‘경외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금전을 쏟아부었다. 앤디 스터전의 기본계획만으로 실시설계 없이 현장의 숍드로잉으로 레벨을 파악하는 등 어려움은 많았지만,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주택정원 지난 겨울 동안 설계를 하고 올봄에 시공한 정원이다. 능력을 펼쳐 보일 기회를 준 클라이언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매순간 합리적이며 이유 있는 결정으로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흘러갈 수 있었던 즐거운 프로젝트였다. 정원의 배경이면서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요소이기도 한 기존의 대형 수목이 공간에 잘 녹아들게 디자인했다. 공간마다 켜를 만드는 데 고민한 프로젝트였다. 공간이오(空間異澳)는 팀펄리 L&G의 플랜팅 디자인 중심 정원설계와 오스케이프 스튜디오의 공간 디자인 중심 조경설계가 만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완성도 높은 정원 공간을 설계, 시공하는 정원 스튜디오다. 정원을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삶의 쉼이며 공간을 통해 정서적 감흥을 일으키는 예술로 생각하고 한 땀 한 땀 만들어 나간다. 두 대표의 성인 이(李)와 오(吳)에서 발음을 가져왔지만, 한자는 異澳(다를 이, 깊을 오)를 쓰고, 깊이가 남다른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뜻을 담았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통해 세련되면서도 정갈한 정원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모던스케이프] 인물을 기념하는 법
기념과 숭배의 의례는 인류의 오랜 전통으로, 동상은 그 수단이 되었다. 높은 대좌 위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인물 동상은 신전이나 교회에 설치되어 복종 혹은 권위를 상징했다. 이때 동상은 신성한 종교와 같아서 낙서 등의 불경스러운 행동은 용납하지 않았다. 종교와 동일시될 만큼 신성하게 여겨진 동상은 시민 사회의 태동과 함께 국가 권력의 과시용 혹은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상징용으로 전환된다. 대표적 예가 프랑스의 마리안느(Marianne) 동상이다. 마리안느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혁명과 공화정의 가치를 담았던 가상의 여성으로, 도시와 농촌 코뮌 전역에 동상이 확산된 바 있다. 지금은 마리안느 흉상을 설치하지 않은 관공서가 없을 정도니 프랑스의 대표 동상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신생 국가의 경우, 체제의 정당성을 위해 나라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을 동상으로 제작해 이용하기도 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회쇠크 테레(Hősök tere, 영웅 광장)는 헝가리 건국 1,000년의 역사와 위대한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1896년에 조성된 곳이다. 광장 중앙의 대천사 가브리엘 동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회랑이 펼쳐지는데, 이곳에 헝가리 건국에 큰 역할을 한 영웅들을 표현한 청동상을 돌기둥과 나란히 세웠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특별한 장소를 동상을 이용해 기념하기도 했다. 1862년 조성된 오스트리아 빈 시립공원(Stadtpark)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모차르트, 안톤 브루크너 등 빈의 저명한 예술가 동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근대기에 들어서면서 동상은 때로는 사회의 부조리에 맞선 급진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때로는 국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영웅을 기념하고, 또 한편으로는 문화예술 분야의 천재를 기념하며,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공간을 압도하는 강렬한 장치로 다채롭게 활용됐다. 한국에서는 동상이 1960~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립됐다. 그 중심에는 1966년 8월 11일에 발족한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愛國先烈彫像建立委員會)가 있다. 1964년 서울 한복판에 세워진 37인 선현 석고상의 착색, 결락 등의 문제가 불거진 것이 위원회 발족의 배경이었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류기현, “‘애국선열’의 거리 만들기”, 『광화문 앞길 이야기』, 서울역사편찬원, 2021, pp.182~196. 서울특별시 푸른도시정책과, 『공원현황』, 서울시, 2010. 전우용, “서울의 기념인물과 장소의 역사성”, 『서울학연구』 25, 2005, pp.89~122. 정호기, “박정희시대의 ‘동상건립운동’과 애국주의”, 『정신문화연구』 30(1), 2007, pp.335~363. 조은정, “한국 동상조각의 근대이미지”, 『한국근대미술사학』 9, 2001, pp.285~287. 에릭 홉스본 외, 박지향·장문석 역, 『만들어진 전통』, 휴머니스트, 2004. 그림 출처 그림 1~2. 위키피디아 그림 3. 국가기록원 그림 4. 대한뉴스 제468호 장면 캡처, KTV 아카이브
커넥티드 필드
지난 8월 1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광교 중심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청운이엔씨+HEA)의 ‘커넥티드 필드(Connected Field)’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택지개발지구 공공공지에 조성되는 광교 중심광장은 광장, 지하부 문화 시설(테마형 체험 시설, 전시장), 실내정원으로 구성된다. 광장을 통해 새로 마련되는 보행 브리지(공중 보행로)는 도청사가 입지한 북쪽 경기융합타운과 연결되고, 지하보행로·지하차도는 남쪽 수원컨벤션센터와 이어진다. 광장, 보행 브리지, 지하보차도 건립을 통해 지역 규모의 보행축을 완성하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8개 컨소시엄이 공모안을 제출했고, 7월 25일부터 이틀간 2단계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은 당선작이 캐노피 구조로 독특한 장소성을 구현했고, 수직·수평적 동선 구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장인 니얼 커크우드(Niall Kirkwood,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입체적 가변형 캐노피로 도시 맥락 속 유연한 대처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광교 중심광장은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5년 착공해, 지하 2층, 지상 1층, 연면적 12,655m2 규모의 입체적 장소로 조성될 예정이다.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도록 당선작과 수상작을 간략히 소개한다. 당선작, 커넥티드 필드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청운이엔씨+HEA 커넥티드 필드는 도시의 핵심 행정 시설과 주변 상업지역을 보다 강력하게 연결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촉매제로서 인근 호수공원과 경기정원의 자연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로써 탄생한 풍경은 랜드마크가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도시 보행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도시가 공유하는 모든 종류의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된다. 도시의 흐름을 잇는 입체적 필드: 도시의 평면적 흐름을 수직적으로 변화시켜 입체적인 도시 지형의 흐름을 만든다. 입체적 필드는 문화·근생시설과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한 그라운드 레벨의 필드, 공중의 또 다른 캐노피 필드로 구성된다. 상부 캐노피 필드는 단순 회랑이 아닌, 보행로와 생태적 자연 공간으로 구성된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공간이다. 곳곳에 위치한 포켓 공간은 휴식 및 소규모 모임, 이벤트를 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와 규모를 갖추고 있다. 포켓 공간은 캐노피 루버 시스템과 더불어 지상 광장과 교류하는 입체적 필드를 경험하게 한다. 도시 일상과의 조화: 커넥티드 필드는 광교 시민의 다양한 일상 풍경을 담아내는 곳이다. 경기정원에서 이어지는 공중 보행로는 입체 공중 정원으로서 도시적 풍경의 가드닝 공간 속에서 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보행로에서 하부 오픈스페이스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를 관람할 수도 있다. 그라운드 레벨에서는 경기정원과연계된 수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하며 끌어들인다. 아케이드의 상가 이용객들은 캐노피 하부의 그늘에 모이고 거닐며 휴식을 즐긴다. 지하보차도를 통해 컨벤션센터를 지나 호수광장을 향해 걷고 뛰며 도심 속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사계절 내내 식물이 가득한 실내정원, 지하에 위치한 운동 시설과 전시 시설을 자연스럽게 마주하며 더욱 풍성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기웃거리는 편집자] 커피와 도서관
소소한 일상이 한 편의 영화가 된다면 어떨까. 짐자무쉬의 영화 ‘커피와 담배’(2006)는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이들의 일상을 11개의 단편으로 담아낸다. 사촌 간의 미묘한 질투와 손님에게 오지랖을 부리는 종업원,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배우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커피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혹자는 커피와 담배가 어지럽게 놓인 지저분한 테이블이 자꾸 나와서 금연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지루해서 다 보기가 힘들다고 하고, 어느 사람은 자꾸만 보면 담배가 당긴다고 하더라. 비흡연자라 담배 피우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지만, 커피와 담배를 두고 다양한 인간 군상의 꾸밈 없는 일상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들었다. 농담과 수다, 오지랖과 질투 등이 교묘하게 뒤섞인 관찰 예능이라고 할까. 내가 만약 영화감독이 된다면 이러한 소소한 일상을 다룬 영화를 한 편 만들고 싶다. 제목은 ‘커피와 도서관’. 짐 자무쉬에 대한 오마주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하지만, 대개 영화감독이나 소설가들의 데뷔작이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하지 않나. 그래서 내 첫 영화도 자전적 이야기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개봉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겠지만 영화의 얼개가 되어줄 나의 이야기를 전한다. 커피와 도서관에 얽힌 첫 에피소드는 사실 상습적 연체와 관련이 있다. 학창 시절, 공부하러 도서관은 가는데 막상 가면 하기는 싫어서 교과서 대신 도서관 책을 잔뜩 빌려놓고 맨날 반납일을 까먹거나 덜 읽어서 늦게 반납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늘 연체료를 내고 남은 동전들로 주머니가 가득했고, 짤랑거리는 동전을 처리하려고 도서관 자판기 밀크커피를 연신 뽑아 먹었다. 미어캣처럼 도서관을 괜히 어슬렁거리는 동지(?)가 눈에 보이면 괜히 한 턱 쏘는 척하면서 자판기 앞으로 데려가서 같이 밀크커피를 마셨다. 한약방 벤치에 앉아서 근황 나누는 할머니들처럼 소소한 농담을 곁들이면서. 그때 공부를 좀 할 걸 그랬나 하며 후회하던 시절도 있었다. 백수라 쓰고 취준생이라고 읽던 그 시절, 집에서 빈둥거리기 싫어서 동네 근처의 정독도서관에 매일 같이 출석 도장을 찍었다. 시간이 많으니 책이나 원 없이 읽자는 마음도 있었지만, 구내식당 밥맛이 꽤 내 입에 맞았고, 점심 먹고 매점에 들러 캔커피 하나 들고 도서관 앞마당을 산책하곤 했다. 재잘거리며 서로를 앵글에 담는 연인들, 점심시간 잠시 틈을 내 등나무 퍼걸러 아래에 앉아서 책을 읽는 직장인, 천진난만하게 팔을 휘두르며 뛰어노는 꼬맹이들을 보며 괜히 왠지 모르게 공간의 ‘활기’가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요새 회사와 집을 오가는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종종 일부러 짬을 내서 또 도서관에 간다. 한 재단이 유료로 운영하는 회원제 도서관인데, 약 2만여 권의 문학 도서를 구비하고 있다. 술자리 두어번 안 가고 아낀 돈으로 가입하면 1년 간 이용이 가능하다. 공간을 둘러보면 예술적 취향이 대단한 장서가의 서재를 구경하는 기분이 난다. 국내외의 다양한 예술과 문학, 철학 서적은 물론 작가별로 책을 구분해 둬서 장르 구분 없이 작가의 전작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피천득 선생님의 전작도 읽을 수 있고, 칸막이가 있는 1인용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또 입구의 카페에 들러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들어가면 금상첨화라고 할까. 저녁에는 카페에서 칵테일도 판다고 하더라.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칵테일과 도서관도 꽤 좋은 조합일것 같다. 물론 두 발로 갔다가 네 발로 나오는 불상사가 있으면 안되겠지만. 생각해 보면 커피를 마시며 즐겼던 도서관이 내게 일종의 케렌시아(Querencia)였는지도 모른다. 투우에 출전하는 소가 결전을 앞두고 케렌시아란 장소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결전을 준비했던 것처럼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도서관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밀크커피로 시작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오기까지 꽤 세월이 흘렀지만, 언제나 늘 함께 해준 도서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너의 영원한 동지 올림.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려고
뭘 써야 하는지 또렷해지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머릿속이 복잡해서다. 그럴 때면 어떻게든 주제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문장 사냥을 나간다. 억지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노래를 듣고 전시를 보러 간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의 혜택도 벗어던지고 영상 앞뒤에 붙는 광고를 들여다보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영 의욕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괜히 지난 30일을 되돌아보기나 했다. 한때 영원히 기억되는 장소를 만드는 방법은 이야기 속에 공간을 넣는 것이라 믿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에 공간을 녹여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시절, 남들은 어떻게든 듣지 않으려 하는 1교시 수업을 골라 신청하고 남는 시간에 곧잘 영화관에 다녀왔다. 인물 관계의 촘촘함이나 서사, 대사도 중요했지만 마음을 사로잡는 분위기의 배경이 있으면 그걸 한참 들여다보곤 했다. 귀신이 출몰한다 해도 ‘장화, 홍련’(2003)의 목조 건물에 하루정도 머물며 아름다운 벽지를 낱낱이 뜯어보고 싶었다. 졸업작품으로 회현시민아파트의 골조를 남겨 수직 공원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에서 죽은 아내 미오가 돌연 나타난 숲 속 폐공장의 이미지를 자주 떠올렸었다. 힘있게 마구 번성한 자연이 부셔져 가는 콘크리트 골조를 삼키는 듯한 모양이 좋았다. 물론 이제 영화 속 배경 대부분은 온전한 장소가 아니라 카메라 시점에 따라 조각을 낸 세트라는 걸 안다. 그래도 여전히 길을 걷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공간을 만나면 심장이 뛴다. 기차역, 특히 이제는 열차가 니지 않는 폐역도 그중 하나다. 진주에 가는 KTX는 띄엄띄엄 있었다. 가는 데만 서너 시간을 잡아먹으니 새벽 열차에 올라야 했다. 돌아오는 기차가 빨리 끊기는 터라 출발 전부터 마음이 급했다. 틈틈이 서울로 올라갈 수 있는 교통편을 찾아보며 「한겨레」의 ‘서울 말고’ 연재를 떠올렸다. 언제든 원하는 곳에 한두 시간이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꽤 재수 없게 느껴졌다. 도착한 철도문화공원은 기대한 것만큼 고즈넉하고 단정했다. 계획안으로 보았을 때는 뜬금없다고 생각했던 맹꽁이 서식처에서 느껴지는 야생적인 자연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버려진 선로가 무성한 풀에 덮여 있어 꼭 자연이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을 잠식해버리는 듯한 풍경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이용과 유지‧관리를 고려하지 않은 공간은 장소가 아닌 이미지로 남아버린다는 것도 이제 안다. 하얀 구름을 돋보이게 해주는 청명한 하늘은 좋았는데, 예상보다 강렬한 햇빛이 문제였다. 숨을 쉬는 건지 뜨거운 증기를 마시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무 그늘에 숨어 드론을 날릴 때마다 그 열기를 해치고 나가는 작은 비행체에 미안할 지경이었다. 틈이 날 때마다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부어야 했다. 지구가 따뜻해지는 시기를 넘어 끓기 시작했다는 지구 열대화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얼마 전 부산에 사는 친구 L은 홀로 해운대를 다녀왔다. 아무래도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바다와 작별을 해야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모래사장 위에 깐 돗자리에서 튜브를 불고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그날 점심시간에는 휴대폰 갤러리에서 올해 다녀온 부산 바닷가의 사진을 뒤적이며 아쉬워했다. 인간들이란, 하고 중얼거리며 회피하다가 오후에 교정을 보던 ‘새책’ 지면에 얻어맞았다. “환경운동의 여러 방향 중 인간 혐오라는 극약처방은 내 옆의 가난한 이웃보다 북극곰에게 더 공감하기 쉽게 했을 뿐 아니라…….”(125쪽) 요즘 나는 날 오롯한 개인으로 느끼지 못한다. 나는 서울에 사는 사람이며, 여성이고, 자연 파괴에 일조하는 인간이라는 종에 속해 있으며, 노동자 계급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비장애인이다. 그래서 내가 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도 몇번씩 죽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손가락이나 다리 하나가 사라진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빠졌다가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면서 다시 신체의 감각이 돌아오는 걸 느낀다. 해결할 방법 없는 슬픔이 무력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이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진다.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를 얻기도 하니까.각주 1.안희연의 시 ‘소동’의 첫 문단 일부. 첫 문단은 다음과 같다.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거리로 나왔다 / 슬픔을 보이
[PRODUCT] 360도 파노라마 경관이 매력적인 ‘투명 돔’
무료한 도심에서 벗어나 교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가족 단위 캠핑 문화가 확산되고, 각종 매체에서 캠핑 문화를 조명하면서 캠핑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디자인파크의 레저시설물 브랜드 ‘캠프4(Camp4)’는 이러한 캠핑 문화에 주목하며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활용한 독특한 시설물로 신개념 캠핑 공간을 제공한다. 투명 돔은 360도 파노라마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돔 형태의 파빌리온으로 야영객들에게 새로운 캠핑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기능적인 측면도 우수하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일반 유리보다 200배 높은 내구성을 가진다. 표면 UV 처리로 자외선을 차단하고, 3T 설계로 소음을 차단해 비와 눈 등의 외부 영향 없이 자연 속에서 아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캠핑장뿐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원형 돔에 LED, 커튼 등을 설치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리조트, 호텔 등의 투숙객에게 작은 편의 공간을 제공하거나 수영장, 카페 등의 이용객에게 무박 피크닉 또는 자연 친화적인 캠핑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색적인 포토존으로 이용할 수 있다. TEL. 1577-2243 E-MAIL. www.camp4.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