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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생감각 ‘모란 폴리 2016’ 대상
    모란, 새로운 아트 플랫폼 1990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문을 연 모란미술관은 조각 전문 미술관으로, 한국 현대 조각의 향방을 모색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기획전을 열어왔다. 2015년 창립 25주년을 맞이한 모란미술관은 ‘모란, 아트 플랫폼Moran, the New Art Platform’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모란미술관은 인근의 모란 묘원 공원으로 전시 공간을 넓히고, 조각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로의 확장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시행된 ‘모란 폴리 2015Moran Folly 2015’는 건축, 설치 미술, 조각의 결정체인 폴리를 다룬 국제 공모전이다. 홍선관 부관장의 말에 따르면 공모전은 폴리가 지닌 고유의 특성에 주목해 기획됐다. 그는 소품 하나에도 다양한 맥락이 혼재되어 있는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명확한 목적과 용도를 부정하는 폴리는 임시성, 탈목적성, 가변성이라는 고유한 특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아무런 기능도 의미도 철학도 없어 보이는 폴리는 건축가에게 실험적인 도전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이며 건축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할 것이라며 공모전의 취지를 밝혔다....(중략)... *환경과조경344호(2016년12월호)수록본 일부
  •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국립중앙박물관, 10. 5. ~ 11. 23.
    꿈틀거리는 용의 허리처럼 거칠지만 역동적으로 솟은 북한산 자락 아래 비늘처럼 낮게 흐르는 수많은 한옥 지붕을 보면서 ‘도시를 도시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작자 미상의 ‘한양 전경’에 묘사된 19세기 한양은 현대인들이 ‘도시’하면 떠올릴 그 흔한 고층 빌딩이나 번쩍이는 야경 불빛 없이도 건강한 ‘도시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다닥다닥 붙은 낮은 지붕 아래 펼쳐질 한양 시민들의 활기찬 삶을 거칠게 솟은 푸른 산등성이가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10월 5일부터 11월 23일까지 개최한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은 조선시대 후기(18세기)부터 1930년대까지 우리 미술을 도시 문화의 맥락에서 살펴본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년간 공을 들여 준비한 전시로 총 204건 373점의 국내·외 작품을 소개했다. 전시는 총 4부(‘성문을 열다’,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 ‘도시, 근대를 만나다’)로 구성되어 조선 후기부터 근대로 이어지는 도시민의 초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중략)... *환경과조경344호(2016년12월호)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 특별상 _ 정주현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조경계에서 정주현 이사장은 업계, 학계, 관계에 두루 발이 넓은 행동파로 유명하다. 동명기술공단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며 청계천 복원 사업, 서울대공원 재조성 계획 등에 참여해 커리어를 쌓았으며 2012년, 개인 설계사무소인 경관제작소 외연을 열고 현재까지 꾸려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4년간은 그의 조경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였다. 2013년, 한국조경사회 17대 회장에 취임해 2년의 재임 기간 동안 조경 업계의 권익을 보장하고 분야를 홍보하는 데 힘썼으며, 2015년부터는 환경조경발전재단 7대 이사장으로서 조경진흥센터 설립과 이를 위한 모금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정주현 이사장은 수상 소식에 “그동안 일복만 많고 상복이 없었는데 올해의 조경인 상을 받게 되어 굉장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앞으로 이 상의 명예에 걸맞게 긍지를 갖고 더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략)... *환경과조경344호(2016년12월호)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조경인상 정책부문 _이재준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말에 책임을 지고 싶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와 협성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20여 년간 연구자로, 또 경실련 도시개혁센터에서 10년 넘게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이재준 교수가 수원시 제2부시장을 맡으며 행정가로 변신한 이유에 대한 답변이다. 연구하며 주장했던 내용을 몸소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지난 해 5년간의 부시장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올해는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 참가해 정치에도 도전장을 낸 바 있다. 현재는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를 역임하며 그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해 왔던 ‘시민 참여’와 ‘거버넌스’에 대해 글을 쓰며 강의하고 여러 지자체에 자문하고 있다. 이재준 교수는 “조경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책적인 노력에 좀 더 매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올해의 조경인’ 정책분야 수상 소감을 밝혔다....(중략)... *환경과조경344호(2016년12월호)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조경인상 산업부문 _김요섭 디자인파크개발 대표
    김요섭 대표는 2000년대 초 야외운동기구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장본인이다. 이후에도 자가발전형 체육 시설, 물놀이형 놀이 시설, 캠핑하우스, 맞춤형 복합운동기구 등을 차례로 출시하며 시설물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로 입지를 굳혔다. 10년간 문을 두드린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1월 제52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백만불 수출의 탑’을 받으며 신시장 개척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의 회장으로서 그는 지난해 공동 브랜드 ‘알론Allon’을 조달청 ‘우수조달 공동조달상표 물품’에 등록시키며, 중소 놀이 시설 업체의 판로를 넓히는 데 공을 세웠다. 김 대표는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받았던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지만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며 ‘올해의 조경인’ 산업분야 수상 소감을 전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44호(2016년12월호)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학술부문 _ 김한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과일이 익어서 떨어지는 단계에 회장이 되었을 뿐이다. 기쁘고 영광스럽다.” 지난 2014년 한국조경학회장으로서 조경 분야 육성과 발전의 토대가 될 ‘조경진흥법’ 제정을 확정 지은 김한배 교수의 말이다. 그는 한국조경학회가 2007년부터 추진해온 조경진흥법 제정에 힘을 보태고자 조경의 정체성을 천명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한국조경헌장’을 제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현재는 한국경관학회장으로 일하며 한국 고유의 국토 경관을 만들기 위한 경관 관리의 원칙을 담은 ‘대한민국 국토경관헌장’의 제정을 추진 중이다. 또한 한국농어촌공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해양수산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조경 분야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44호(2016년12월호)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 2016 Landscape Architects of the Year
    본지는 한 해 동안 조경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본지 독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매년 연말 ‘올해의 조경인’을 발굴·선정하고 있다.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올해의 조경인’은 본지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이메일, 팩스, 우편 등을 통해 독자와 관련단체, 업체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는다. 수상자는 별도의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조경 관련 단체장+역대 올해의 조경인 수상자+본지 자문위원)’에서 주요 공적을 토대로 선정한다.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은 지난 10월 13일부터 11월 7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았으며, 11월 8일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최종 수상자로 학술분야에 김한배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산업분야에 김요섭 대표(디자인파크개발), 정책분야에 이재준 교수(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특별상에 정주현 이사장(환경조경발전재단)을 선정했다.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에는 김남춘 교수(단국대학교, 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 15회 특별상), 김재준 회장(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방림이엘씨 대표), 신경준 대표(장원조경, 전 한국환경계획ㆍ조성협회 회장, 18회 산업분야), 양덕석 처장(K-water 공간환경처, 공공기관조경협의회 회장), 이창환 교수(상지영서대학교,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12회 특별상), 임승빈 원장(환경조경나눔연구원, 7회 학술분야), 조세환 교수(한양대학교, 13회 학술분야), 황용득 회장(한국조경사회, 동인조경 마당 대표)이 참여했다. 송년호 특집으로 수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주요 공적과 수상 소감을 들어보았다. 학술분야 김한배 _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산업분야 김요섭 _ 디자인파크개발 대표 정책분야 이재준 _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특 별 상 정주현 _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 편집부 / 2016년12월 / 344
  • [CODA] 기성세대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12월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호를 준비하다보니 조금 일찍 송년의 기분에 젖어든다. 특히 연재를 마감하는 필자들의 마지막 원고를 보고 있자니 여러 소회가 엇갈린다. 한껏 지적인 글의 필자도 마지막 순간에는 독자와 자신의 거리를 좁힌다. 마치 연극이 끝난 후 무대 인사를 하듯이 본연의 모습을 살짝 드러내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년의 연재를 마무리하며 내비치는 필자들의 속내를 보니 할 일을 끝냈다는(이젠 마감을 안 해도 된다는) 홀가분함보다는 아쉬움이 묻어난다고 느끼는 것은 멜랑콜리한 연말 기분 탓일까. 가끔 필자와 편집자의 관계는 연애하는 사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감을 두고 벌이는 밀고 당기기와 그로 인해 쌓이는 일종의 애증(!) 때문이다. 10년 전쯤 만난 한 필자는 매달 빚쟁이처럼 원고를 받아가는 나를 힘겨워했다(당시 나는 필자가 마감 날짜를 잘 지키도록 유도하는 편집자가 좋은 편집자라고 생각하고 원고 독촉 전화를 즐겨하곤 했다). 연재를 마무리하고, 연재 원고를 묶어 단행본을 출간하는 지난한 과정까지 모두 마치고 난 후 하루는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내가 더 할 일이 없냐”고 묻는 전화였다. 매달 당연하게 쓰던 원고를 쓰지 않으니(매달 받던 독촉 전화를 받지 않으니) 갑자기 주말에 뭘 해야 할지 당혹스럽단 이야기였다. 그는 얼마 뒤 취미로 밴드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려 왔다. 지금도 가끔 그가 생각난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나의 연애 방식도 다변화되었다. 심소미 씨와는 그녀가 기획한 전시회에서 만났다. 첫눈에 반했다고 할까. 도시와 예술, 조경과 건축의 영토를 넘나드는 듯한 그녀의 관심사에 호기심을 느낀 난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날 것 같지 않나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시장을 떠났다. 결국 올해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에서 좋은 글과 사진으로 매달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바쁜 가운데 필요한 말만 주고받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필자다. 굳이 필자 유형을 구분해 본다면 이심전심형 필자랄까. 아쉽게 내년 1월호면 연재가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지면으로 만나고 싶다. 다른 이들의 연애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매달 독일에서 원고를 보내온 고정희 박사의 ‘100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는 조한결 기자가 맡았다. “처음에는 형식적인 관계였어요. 사실 박사님과 전 일면식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펜팔하는 기분이에요.” 조 기자는 20세기부터 고대 이집트까지 5천 년 조경사를 종횡무진 늘어놓는 필자의 박식함과 원고를 뒷받침하는 사료의 방대함에 늘 감탄하는 애정을 보인다. 그녀에게 필자는 흠모의 대상처럼 보인다. 조 기자 역시 만만치 않은 꼼꼼함으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갔다. 몇 시간씩 구글링을 하며 원고를 확인하다 질문을 보낸 후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곤 다시 필자에게 탄사를 내뱉는 식이다(내가 보기엔 너님도 대단하다). 지난 해 이맘때, 그러니까 2015년 12월호 에디토리얼에 배정한 편집주간은 ‘마감에 임하는 필자들의 태도’를 유형화한 적이 있다.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가 마감이 한참 지나 독촉 문자, 메일, 전화를 하면 그제야 아직 못 쓴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읍소형”과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리는 잠수형”을 오고가는 필자 덕택에 매달 애를 태우는 기자도 있다. 하지만 인쇄소로 넘어가기 직전 주옥같은 원고를 토해(?)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쁘고 반가운 것이 또 편집자의 마음이랄까. 매달 반복되는 두 사람의 줄다리기는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는 연애를 보는 듯하다. 이번 호에 여러 필자들이 덧붙인 ‘연재를 마치며’를 살펴보니 그들과 함께 연재를 기획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지금은 내년 연재를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연재를 마감하는 필자가 여럿 있는 만큼 2017년 새로운 꼭지로 독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는 필자도 여럿이다. 새로운 연재 꼭지의 기획 의도와 방향, 호별 주제 목록 등이 담긴 기획서를 보면서 마감 유형을 가늠해 보는 것도 이즈음의 즐거움이다. 누군가는 “마감을 칼같이 지키는 모범생형”이지만 까다로울 것 같고, 어떤 이는 기획서부터 기한을 지키지 못해 애를 태우지만 결국 편집부가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기획으로 새로운 연애에 대한 설렘을 유발한다. 개인적으로 2016년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돌아본다면, 올해는 내가 마흔 살이 된 해다. 얼마 전 마흔 살이 되니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웃으며 얼버무린 그 자리에서 삼켰던 말은 이러했다. 항상 젊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닌 것 같다고. 사실 마흔 살이 되면서 내가 ‘기성세대旣成世代’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 단어가 떠올랐을까. 사전을 찾아보니, “현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나이가 든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지금의 사회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올해는 나도 어디엔가 후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단체를 물색했다. 그러다 언론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한 시민 단체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어렵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잡지사에 몸담은 내 첫 번째 후원 대상으로 언론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는 좋은 선택처럼 보였다. 온라인 가입 신청서의 최소 금액 버튼을 누르고도 내심 뿌듯했다. 이후 그 시민 단체로부터 매달 소식지가날라 왔다. 포장지도 뜯지 않은 채 책상 한구석에 쌓여가는 소식지를 보면서 그 시민단체의 살림살이를 걱정했다. 나처럼 적은 회비를 내는 사람에게까지 소식지를 보내면 과연 운영이 될까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포장지를 뜯고 소식지를 넘겨보았다. 소식지는 흑백의 소박한 편집이었지만, 한 달간의 활동 내용과 여러 필자와 회원들의 글이 실려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후원자가 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뜻에 동의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참여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일원이 되었구나. 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전문지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려 보면, 어려움이 닥치면 습관처럼 환경을 탓하곤 했다. “문화가 성숙해야” 혹은 “저변이 확대되어야” 하는 말들을 되뇌기도 했다. 세상은 남이 바꿔주는 것이 아님을 이제야 깨닫는다.
  • [편집자의 서재] 살인자, 화가, 그리고 후원자
    2006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영화가 개봉했다. 론 하워드 감독의 ‘다빈치 코드’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예술 작품 속의 비밀, 시체 주변에 남겨진 다잉 메시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밀 단체, 전설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성배 등 각종 흥미로운 요소로 흥행에 성공했다. 암호를 풀면 열리는 신비한 장치들은 현란한 액션 없이도 ‘인디아나 존스’나 ‘툼 레이더’를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각종 자료로 뒷받침해 관객들을 실재와 허구를 넘나들며 영화에 몰입하게 했고, 이는 다빈치 코드의 원작 소설가 댄 브라운을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다빈치 코드의 중심에는 명화 최후의 만찬이 있다. 사실 다빈치 코드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나 드라마가 명화를 재해석해왔다. 북구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속 소녀의 삶을 그린 동명의 영화나 조선의 풍속화가 신윤복이 사실 ‘미인도’ 속 여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담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 등. 그림은 화가에 의해 포착되어 멈춰진 장면이다. 앞뒤 맥락을 알 수 없어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고, 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래서인지 유독 명화를 소재로 한 책에는 의외의 전개로 재미를 주는 작품이 많았고, ‘르네상스 명화에 숨겨진 살인사건’이라는 문구를 표지에 내건 『살인자, 화가, 그리고 후원자』 역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스토리로 나를 이끌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였다. 『살인자, 화가, 그리고 후원자』는 오히려 설득력 있는 역사적 자료를 제시해 명화에 숨겨진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책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다빈치 코드의 로버트 랭던 교수는 없지만 숨겨진 사건을 풀 힌트를 제공하며 나를 따라다니는 해설가가 있다. 초반에는 지면을 가득 메운 사진과 예시들이 버겁게 느껴졌지만, 어느새 책장의 앞뒤를 넘겨가며 자료를 살피고 사건의 추적에 동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살인자, 화가, 그리고 후원자』가 다룬 명화 ‘채찍질’은 회화의 군주라 칭송받던 삐에로 델라 프란체스까의 작품이다. 그림은 크게 좌우로 나뉜다. 왼편에서는 세 명의 남자가 기둥에 묶인 예수를 채찍질하고 있다. 그러나 채찍질이라는 잔인한 단어와는 거리가 먼 낮은 채도의 색이 그림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어 평화롭게 느껴진다. 고문당하고 있는 예수의 몸에는 피는 물론이고 작은 생채기 하나 없다. 게다가 고통스럽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 현실을 뛰어넘은 초인 같아 보인다. 이 공간에는 괴로운 신음도 채찍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도 없다. 이 고요함은 오른편에 서 있는 세 남자에 의해 더욱 커진다. 왼편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을 전혀 모르는 듯 평온한 표정의 남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남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서로를 보지 않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라도 머릿속엔 다른 생각이 가득해 보인다. 베른트 뢰크는 이처럼 고요한 그림 속에 살인의 키워드가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그림 오른편의 세 명의 남자 중 왜 가운데 남자만 맨발일까?’라는 트집 같은 호기심에서 시작됐는데, 무려 맨발의 남자가 ‘오단또니오 다 몬데펠뜨로(이하 오단또니오)’ 백작이라는 결론에까지 이른다. 오단또니오는 사치스러운 생활과 각종 범죄를 일삼은 이탈리아 우르비노의 고문관으로 1444년 7월 시민 봉기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밤중 문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난 그는 십자가 앞으로 끌려갔다. 봉기군에게 살려 달라 애원했지만 살해당했고 죽은 후에도 이리저리 끌려다녀 사지가 찢겼다고 한다. 작가는 오단또니오와 맨발의 남자를 ‘붉은 튜닉’이라는 매개로 엮는다. 맨발의 남자가 입고 있는 붉은 튜닉이 오단또니오 백작이 살해당할 당시 입고 있던 잠옷이며, 붉은색은 순교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맨발은 오단또니오의 결백함을 상징한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는 이 그림 자체가 오단또니오를 그의 이복동생 페데리꼬 다 몬떼펠뜨로(이하 페데리꼬)가 죽였다며 고소하는 기소장이라 주장한다. 고작 행색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림 안에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암투와 살인사건이 숨어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베른트 뢰크는 삐에로 델라 쁘란체스까의 다양한 작품에 나타난 “적절한 증거”와 “어둠 속에 파묻혀 있던 이야기의 파편들”을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공고히 다져나가고, 이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페데리꼬가 오단또니오의 작위를 물려받은 해가 오단또니오가 죽은 지 30년 되는 해이며, 로마의 살인 공소 시효가 끝나는 시점이라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책을 덮고 나니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가 분명 “나는 엄정한 사료 분석에 따라 채찍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을 것이다”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내겐 몬떼펠뜨로 가문의 형제 살인 사건이 역사적 사실처럼 느껴진다. 너무 많은 자료와 그 사이를 연결하는 ‘~한 것이 아닐까’라는 그럴듯한 추측을 반복적으로 접한 탓이다. 만약 베른트 뢰크의 가설을 무너뜨릴 만한 정보를 접하게 된다면 난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A는 B다’라는 뉴스와 ‘A는 B가 아니다’라는 뉴스가 동시에 올라오는 시대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답은 하나뿐이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 언론인이 갖춰야 할 소양 중 하나일 텐데, 인내심이 없는 내겐 항상 힘든 일이다. *환경과조경344호(2016년12월호)수록본 일부
  • 3등작: 그녀의 뜰 인도 허왕후 기념공원 설계공모전
    허왕후는 고향의 자연을 그리워했고, 가야의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사라유Sarayu 강변의 공원에 가야와 인도의 자연을 담은 ‘그녀의 뜰’을 만든다. 뜰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허왕후를 기억하게 한다. 이로써 뜰은 허왕후를 기억하고 두 시대의 자연을 체험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 된다. 대상지는 아요디야Ayodhya의 사라유 강변 퇴적토가 쌓여 만들어진 삼각형의 부지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종교 의식, 농업, 어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활동이 강의 경계와 가트ghat에서 이루어지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땅을 좀 더 편리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강변에 시민을 위한 수변 공원의 축을 형성한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기존의 허왕후 기념 공간에서는 누구도 그녀를 기억하지 않았다. 허왕후를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는 연속된 시퀀스가 필요하다. 강으로 다가가게 만드는 것, 가야의 자연을 즐기게 하는 것이 그녀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44호(2016년12월호)수록본 일부
    • 풍경이엔지, MW’D.lab, 서인룡 / 2016년12월 /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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