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이 힘인, 디자이너가 행복한 회사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경제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요즘, 조경업계 여기저기에서도 경영난 때문에 시름에 잠겨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인재 양성 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은 지난 IMF를 겪으며 우리가 이미 얻은 교훈이다. 더욱이 아이디어 경쟁, 기술 경쟁, 지식의 경쟁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전문 인력을 얼마만큼 확보하고 있느냐는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미래 가능성까지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가 되고 있다. 다수의 미래학자들은 미래로 갈수록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은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끌어오기란 자금을 끌어오기만큼이나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만큼 기업 내부에서 육성된 전문 인력이 더 없이 소중한 이유이다.
이번호 업체탐방에서는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이 때, 이른바 과감한 ‘인재경영’ 실천을 통하여 그 이름만큼이나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참신한 맞춤형 디자인을 선보이며 조경시설물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SpaceTalk(이하 스페이스톡)을 찾아가 보았다.
공간을 이야기하다
스페이스톡은 조경시설물설치 및 조경식재 전문업체인 청우개발의 여러 관계사 중 하나로 설립되었다. 처음 시작은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편집디자인 회사였으나 모기업인 청우개발과의 연계성 및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여 지난 2005년 지금의 환경디자인 전문업체로 새롭게 출범하게 되었다. “스페이스톡”이란 이름은 문자 그대로‘공간을 이야기하다’란 뜻으로 2004년 이재홍 대표이사가 홍콩 출장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Bread Talk’이라는 제과점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당시 조경분야의 전문적인 디자인 인력을 갖춘 제품회사를 염두에 두었던 이 대표에게‘talk’이란 단어가 던지는 의미는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회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스페이스톡은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았으며, 랜드스케이프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으로 제품디자인, 조경,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컨버전스 디자인을 추구하여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최근 주목받는 조경시설물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1월에는 (사)한국경관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주용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 부임해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정관념 No, 자유로운 상상 Yes
인문학과 출신의 책임자와 다섯 명의 산업디자인, 공업디자인 출신의 디자이너로 시장에 진출한 스페이스톡은 기존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디자인이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란 이 대표의 선견지명 아래 기존의 시설물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일의 제품디자인을 선보인 것이 시장에 주효했다. 기존 시설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주 무기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 오늘의 스페이스톡을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이다. 지금은 30여 명의 규모에 디자이너 12명, 조경, 건축, 토목, 기계공학 등 관련 분야의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설계, 영업, 공무, 현장관리를 맡고 있지만 디자인 본위의 사업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디자이너 출신의 기술부장, 건축학도 출신의 디자이너, 미술사 전공의 기획자에서 볼 수 있듯 서로 다른 전문 분야의 크로스 오버를 통해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하고 다른 시각에서 디자인을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 스페이스톡만의 장점이자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스페이스톡만의 디자인파워로 이어져 불과 5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2008 굿 디자인 선정, 서울시 표준시설물현상공모 우수상, 제5회 문화가 있는 놀이터 공모 금상/동상 수상, 2010 서울 우수 공공디자인 공모 당선을 비롯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 속하는 ‘IF 디자인 어워드’와 ‘IDEA 디자인 어워드’ 등 각종 디자인관련 상을 석권하는 계기가 되었다.
디자인이 영업이다
“스페이스톡의 모든 디자이너는 곧 영업사원이다?”환경디자인팀(조경시설물), 퍼블릭아트팀(조형물), 플레이톡(놀이시설물)팀으로 구성되어 있는 스페이스톡은‘디자인이 영업이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좋은 디자인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는 영업 전략이 없다는 것인데, 그래서 디자이너가 직접 설계사무소를 방문해서 원하는 디자인 방향을 체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디자인을 제안한다. 때문에 설계사무소나 현장에서 영업자들보다 디자이너에게 직접 문의나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편 그동안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여 온 스페이스톡은 그림 속 디자인이 아닌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파주와 김포에 자체 공장을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제품을 외주가 아닌 직영으로 생산함으로써 자칫 구조적으로 불안정하거나 마감이 디테일하지 못 할 수 있는 부분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은 물론 우수한 자재와 기술력으로 심미성, 내구성, 사용성을 더함으로써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듯 제품의 디자인에서부터 설계,제작, 시공의 전 과정이 단일 프로세스로 진행되는 것 역시 absolute quality를 지향하는 스페이스톡이 우수한 품질을 보여주는 요인이다.
인재 양성, 미래를 심다
스페이스톡이 시설물 및 환경디자인 전문업체로 단기간 내에 시장에 안착하며 급성장 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디자이너를 포함해 전 직원의, 직원에 의한, 직원을 위한 각종 교육/양성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1년에 1회씩 허물을 벗고 지식을 쌓는다는 의미의‘자미화학당’에는 직급이나 직무별, 입사연차별로 이수해야할 교육과정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올해는 월 1회씩“창의성과 소통”을 주제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인재등용 및 양성을 최우선 방침으로 하고 있는 오너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로, 특히 임원이나 팀장급은 서울대 인문학 과정 및 차세대 CEO를 위한 과정 등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근무시간을 조절하여 각자의 업무에 따라 필요한 대학원 과정도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자기개발이나 견문확대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아 거의 모든 직원들이 중국 광저우 가구 박람회, 이태리 가구 박람회,뉴욕 현대가구 박람회, 상해엑스포 등에 해외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특히 디자이너의 경우 매년 50%씩은 해외 연수의 기회를 제공해 해외에 다녀오지 않은 디자이너가 한 명도 없을 정도이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기주도 자기개발 프로그램’이라고 명명된 자율예산 시스템. 급여 외에 직급별로 주어지는 자기개발 지원금을 팀원들이 한데 모아 팀별로 배우고 싶은 프로그램을 짠 후 개인에게 몰아주거나 서로 분배해서 사용하도록 한 제도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한편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인턴십 프로그램 역시 디자인 유망주를 앞서 발굴하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스페이스톡의 인재경영의 일환이다. 이 모든 것이 스페이스톡은 물론 직원 개개인의 발전 및 미래를 심는 것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눔, 스페이스톡의 브랜드를 심다
지난 5년 동안 급속한 성장을 일궈내 시장의 주목을 받은 스페이스톡은 최근‘나눔’이라는 기업문화를 실천하고 있어 또 한 번 눈길을 끈다. 우선 연말이면 전 임직원들이 자기 성과급의 10%씩을 모아 월드비전에 기부해왔으며, 작년에는 월드비전의 노숙자 지원사업인‘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에 쌀 500포를 기부하기도 했다. 또한 스페이스톡은 조경분야에서는 보기 드물게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기업메세나 활동을 벌이고 있기도 한데, 대학로에서 매년 흥미로운 작품으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극단‘오늘’과 1대1 결연을 맺고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메세나 활동은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적인 저변확대가 모든 디자인이 성장하고 숨 쉴 수 있는 토양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에는 문화마케팅 차원에서 뮤지컬‘락시터’와‘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관람 행사를 진행하였다.
주요 고객인 설계사무소 직원들을 초청하여 함께 공연을 관람함으로써 야근과 철야로 인해 문화적 소외를 느끼기 쉬운 디자이너들에게 잠시간의 휴식과 더불어 문화의 향기를 맛볼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지금까지 행사가 4차례 진행되었는데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한다. 비록 작은 나눔 행사이지만 배려의 마음이 전달되는 곳곳마다 스페이스톡이라는 브랜드가 함께 전달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올해 3월 스페이스톡은 조경시설물 업계최초로 웹진(www.webspacetalk.co.kr/xe)을 창간하였다. 회사 내의 소식과 각종 시설물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비롯해 기타 컬럼 및 답사기 등을 기사화해서 제공함으로써 정보 공유 및 교류를 실천하기 위한 것인데, 홍보효과와 더불어 많은 조경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정관념이 아닌 톡톡 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미래의 자산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며, 더불어 나눔의 미학까지 실천하고 있는 스페이스톡을 보면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훌륭한 디자인은 바로 사람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니 말이다. (스페이스톡 홈페이지 www.spacetalk.co.kr)
Interview
이주용 사장
빠른 성장, 그 배경 및 철학
첫째는 회사의 핵심역량에 대한 방향을 디자인으로 설정해 집중한 것이고, 둘째는 문화적인 측면으로서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여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직급이나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팀장제도를 활성화한 것이 조직운영 면에서 도움이 됐다고 생각된다. 셋째는 상품판매 전략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요구하는 중저가의 기성품이 아닌 고가의 특화제품으로 차별화한 시장 접근이 주효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스페이스톡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를 등용해서 꿈을 펼치게 하겠다는 이재홍 대표이사의 통찰력과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스페이스톡의 매출은 100억 규모이지만 회사의 운영시스템은 1천억원 규모라 할 정도로 사람에 대한 투자나 육성에 대한 관심 및 지원이 많다. 직급별, 직무별, 입사연차에 따라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일례로 관계사 중에는 현재 차장급이 CEO를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직위나 직급은 하나의 기간 내지는 경륜을 매기는 수단일 뿐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여 그에 따른 직책을 맡김으로써 기회를 주는 이재홍 대표의 경영철학이 지금의 회사를 세운 원동력인 것 같다.
로테이션 근무, 모든 직원이 장래의 CEO
현재 스페이스톡의 기술부 총책임자는 디자이너이다. 원래 디자인 총괄 실장이었는데 오랫동안 디자인만하다 보니 제작과정의 문제점이나 어려움 등을 알기 어려웠다. 그런데 기술부 일을 맡겨보니 정말 잘 수행하는 걸 봤다. 일반적으로 공사를 하다보면 설계와 시공이 많이 부딪치기 마련인데, 서로 바꿔가며 일하다보니 현실의 공사과정에 있던 문제점을 알게 되었고 그런 것들이 실제 설계에 반영되는 등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은 벤처의 개념으로 직원들이 마음껏 장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한 우물을 파기만 해도 되는 세상이었지만 지금은 여러 우물 즉, 전공이 여러 가지여야 하는 제너럴-스페셜리스트의 시대이다. 과거 한창 돈이 가뭄이었을 때는 CFO(최고 재무관리자)가, 무조건 많이 팔아야 했을 시절에는 CMO(최고마케팅관리자)가 그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디자인을 모르면 CEO가 되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경영이 디자인만을 알아서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제너럴리스트로 조금씩 두루두루 아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두루 섭렵한 제너럴-스페셜리스트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제너럴-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회사에서 여러 업무를 두루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의 개념과 문화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스페이스톡의 부서장들은 MBA 과정을 반드시 이수하게 하고 있다.
디자인이 영업이다
스페이스톡은 제품을 판매한다는 개념보다는 디자인 능력과 시공 능력을 판매하려는 회사이다. 설계사무실에서 무언가를 디자인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찾고 싶은 회사,맞춤형 디자인, 견적, 설계와 같은 고객의 요청을 제일 먼저 해결해주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때문에 전 인원의 40%가 디자인 관련 인원일 정도로 디자인에 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오늘도 우리 회사는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공에 이르기까지 스페이스톡만의 디자인 브랜드를 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목표, 비전과 행복을 주는 회사
큰 틀에서는 우선 회사의 볼륨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성장이라는 큰 축을 전제로 현재의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적인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강화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조경을 정원으로만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유관사업 개념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조경은 아름다움과 편안함이라는 측면에서는 레저와 휴양으로도 연결될 수도 있다. 결국 새로운 사업모델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느냐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최근 스페이스톡이 엔지니어링과 기계설계 분야의 우수한 경험자들을 영입하기위해 노력하는 것도 새로운 사업모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함이다.
혹자는 성장전략이 지금 시대와 맞지 않다고 이의를 달기도 한다. 그러나 거꾸로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면 직원들에게 비전제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소기업은 벤처정신으로 직원들에게 스스로 성취감을 줄 수 있는 계기 또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핵심에는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당장에는 매출 200억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며, 장기적으로는 1천억을 달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또한 회사 전체로 볼 때 이재홍 대표가 갖고 있는 철학이 바로‘행복’이라는 것인데, 모든 직원들이 행복하고 즐거움(fun)을 느낄 수 있는 사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우리 회사의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