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관의 상세 2: 호안처리
개관
한국의 경우 지당은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수경관 유형이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이것은 곡지형에서 원도방지형으로 변화되었는데, 이러한 변화의 내면에는 음양오행이라는 사상적 작용인자가 게재되어있다. 즉, 우리 조상들은 음양오행사상의 키워드인 음과 양의 결합과 목, 화, 토, 금, 수라는 다섯 기운의 감응을 통해 우주만물의 조화를 지당의 조성에서 찾기 위해 원도방지형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창안해냈던 것이다. 원도방지형 지당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난 날 우리 문화가 대단히 창조적이고 우수하였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당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못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일부 변형한 상태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적당한 장소를 선택하여 땅을 파낸 후 바닥을 처리하고 호안을 축조하여 만드는 인공물이다. 즉, 정원에 조성되는 지당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소沼나 호湖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지당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물의 도입은 경관적이거나 기능적인 필요 때문이었으며, 풍수적 관점에서의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다.
한중일 삼국의 지당을 비교할 때, 그 형태와 규모가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호안의 처리 역시 중요한 비교기준이 되어왔다. 중국의 경우에는 기묘하게 생긴 자연석을 호안에 여러 겹으로 쌓는 방식을 사용하여 조금은 그로테스크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일본의 경우에는 호안의 처리를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지당은 중국이나 한국의 지당과 같이 호안을 수직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호안의 경사를 완만하게 하고 그곳에 조약돌을 깔아놓아 지당의 물이 자연스럽게 조약돌 위로 채워지도록 하였다. 어떤 경우에는 호안에 둥근 통나무를 박아 넣어 호안을 안정시키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호안처리방식을 보면 일본의 지당은 사뭇 자연의 소나 호와 같이 부드러운 호안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지당은 돌을 쌓아서 안정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돌의 종류와 쌓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어서 호안처리만 보아도 그것이 어떤 곳에 만들어진 지당이었던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것을 보면 한국의 지당은 그 형식이 유사한 것 같지만 지당마다 특색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동일한 문화권에 위치하는 동양 삼국의 경우에도 호안처리방식이 서로 다른 것을 볼 수 있으니 이것은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화적 현상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지당의 호안은 주로 돌로 쌓아올리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때 축석에 쓰인 돌은 자연석과 장대석으로 대별된다. 자연석의 경우 일정한 크기로 다듬은 돌을 가지런하게 올려쌓기도 하지만 다듬지 않은 돌을 생긴 대로 놓으며 올려쌓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장대석인 경우에는 가공한 장대석을 가로줄눈에 맞추어 차례차례 올려쌓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지당은 어떤 돌을 사용하여 호안축석을 하더라도 들여쌓기 하는 법이 없으며, 하나같이 첩첩이 올려쌓는다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