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그 속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달리 아주 고요했고, 반짝이는 작은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열리는 그 세계의 입구에 오래도록 웅크리고 앉아 그 안을 들여다보며 그곳에 살아가는 비밀스러운 요정들과 잃어버린 보석에 대해 상상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웅덩이를 만나면 발걸음을 멈춥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만큼 해야 할 일도 많아져 종종 짧은 인사만 건네고 헤어집니다. 그러다 잠시 시간을 내어 그 앞에 몸을 낮추고 들여다보는 순간만큼은 머리에 더듬이가 난 작은 동물이 되어, 저 역시 그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것만 같습니다.
비가 옵니다. 공원의 흙길 한 편, 배수구 옆, 움푹 패인 아스팔트 위……. 온 도시에 그 세계로 향하는 문들이 열릴 것입니다. 나갈 채비를 해야겠습니다.
신영재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건축학부 조경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조경설계사무소 초신성의 소장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쓸쓸한 것에 관심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