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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공터의 감각, 여지의 오픈스페이스를 위해
  • 환경과조경 2026년 7월호

정원 전환

최근 몇 년간 도시와 조경에 관한 논의에서 ‘정원’이 자주 등장한다. 공공이 운영하는 국가정원과 지역정원에 더해 민간정원에 관한 연구와 논의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전국 공공 장소에 생활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또 다른 정원 담론의 한 축은 정원박람회다. 10년 간격을 두고 진행된 두 차례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정원과 원예 엑스포를 통한 생태 중심의 개발과 지역 관광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현재 2028년 울산국제정원박람회가 바통을 이어받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대도시에서 진행되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축제의 성격을 지니고 다양한 정원을 도시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노후공원 리모델링을 꾀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2026년 서울숲과 성수동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앞서 언급한 국내 타 정원박람회에 비해 후발 주자지만, 2015년 월드컵공원에서 시작한 뒤 확장을 거듭해 대표적인 국내 정원박람회 사례로 자리잡았다. 최근 국내에 나타난 ‘정원 전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작년과 올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외연적 확장에 연달아 성공했다. 작년에는 111개의 정원으로 보라매공원을 채웠고, 올해는 160개 이상의 정원이 서울숲과 성수동 일대를 채웠다. 명실상부 서울의 녹지 공간을 개조하는 시도로, 시민의 호응도 매우 높다. 지난 5월 1일 개막 이후 약 한 달간 300만 명이 훌쩍 넘는 시민들이 서울숲을 찾았고, 덩달아 성수동 상권 매출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공원에 활력을 주고 지역 상권에 기여한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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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전경 Ⓒ유니원 키뮤니케이션즈

 

 

공원의 재생을 위한 시간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경 실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엮여 있다.(각주 1) 누군가는 운영에, 심사에, 공모에 참가한다. 또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은 관객으로 참여하고 있다. 즉, 현재 조경계 내외부에서 상당한 위치를 지닌다. 그렇다면 몇 년 후 이 행사의 유산은 어떻게 남아 있을까.

 

기존 공원에 백여 개의 정원이 새롭게 조성되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목적 중 하나는 노후 공원을 재생하고 재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원의 재생’의 의미에 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공원 재생이란 유지·관리가 어려운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주변 지역 상권을 살리고,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녹색 복지 불평등을 해소하는 복합적 목표를 수립하는 것으로 시작한다.(각주 2) 작년의 경우, 1980년대 중반 개원한 보라매공원의 노후된 시설을 보수하고 인지도를 높였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000년대 초반 개원한 서울숲을 대상으로 진행된 올해는 지난 20여 년간 바뀐 성수동의 맥락을 담아낸다는 측면에서 공원을 업데이트하고자 했다.

 

작년과 올해를 고려할 때,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말하는 ‘공원의 재생’이란 시설 정비만큼이나 인지도와 방문 확대라는 측면, 즉 사회문화적 재생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공원의 가능성을 살피는 것인데, 아쉽게도 매년 진행되는 박람회의 형식으로는 몇 개월간의 설계와 시공을 통해 단편적인 모습을 담아낼 뿐이다. 앞서 진행된 정원박람회를 통해 방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미래에는 이처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공원의 모습을 조금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살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맴돈다. 사실, 공원의 재생이라는 중대한 목적 앞에 1년은 너무나도 짧은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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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의 기업정원이 감싸고 있는 서울숲 중앙부 가족마당 Ⓒ임한솔

 

공터의 욕망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은 달리 말하면 녹지에 대한 열망이고, 좀 더 정확히는 접근과 활용이 용이한 도심 녹지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원박람회를 방문한 사람의 7할 이상이 본인 정원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각주 3) 아마 수도권이나 주요 대도시권에 거주하고 있다면 정원 소유자 비율이 오히려 생각보다 높다는 점에 놀랐을지 모른다. 


우선 눈여겨볼 것은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정원의 본질에 대한 것 이다. 정원은 흔히 ‘제3의 자연(Una Natura Terza)’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하 는데, 제1의 자연인 야생이나 농경지 혹은 제2의 자연인 도시와 같은 실용적 공간과 대비되는, 예술과 기술이 더해져 창조된 인공 자연 혹은 이 상향을 의미한다.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선보인 많은 정원은 대도시와 녹지가 맺는 관계를 다양하게 풀어가며 이상향이라는 단어를 축약했다. 자연의 문화적 차원을 깊숙이 다루기도 했고, 성수동과 케이팝 에서 힌트를 얻은 팝아트적 요소가 돋보이기도 했다. 


특히 점차 규모를 키워가는 기업정원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소비 가능한 혹은 가능할 것 같은 이상향을 제시한다. 시민들의 열띤 호응이 보여주듯, 이렇게 제시된 브랜드적 이상향이 대중과 완전히 괴리된 것은 아니다.(각주 4) 어쩌면 대중의 욕망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공 공간에 조성됐기 때문에 향유의 대상이 되는 욕망이란 결국 개인이 단독으로 가지기 힘든 공간이 아닌가. 이처럼 서울숲에 새롭게 조성된 정원들은 미개발지, 새로운 것을 조성할 수 있는 공터, 그리고 그 위에 인공으로 잘 조성된 자연을 갈망하는 현실적 고민을 담고 있다. 이는 공공의 땅에 조성된 서로 다른 저마다의 콘텐츠를 외치는 정원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속성이다. 공터를 두고 공공과 개인의 욕망이 교차 하고 부딪히는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서울의 현재 그 자체다. 


잠재: 캐노피 아래 흐르는 것들 

잘 정돈된 자연에 대한 갈망은 필자가 심히 공감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시절을 숲속에서 보낸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야생 혹은 대자연은 결국 편안한 공간이 아니다.(각주 5) 정비된 자연은 감각을 통해 접근을 촉진하며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비단 범죄를 예방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아니더라도, 생태 복원으로 점진적인 사고의 전환을 위해서는 질서와 익숙한 형태의 녹지 공간 조성이 요구된다는 환경미학자들과 조경학자들의 의견은 타당하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작년과 올해 공원 내 조성된 초청정원을 주목하고 싶다. 먼저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박승진의 ‘세 번째 트랙’은 정원과 공원의 연계 지점을 고민한 사례이다. 보라매공원 중앙의 잔디마당에 트랙을 배열하여 정원의 속성을 부여한 모습은 공원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 활용의 방식을 따랐다. 일상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는 공원에 새로 운 프로그램을 삽입한 접근 방식은 경관에 한 행위적 켜를 추가하는 데서 비롯된다. 


작년 해외 초청 작가인 마크 크리거는 ‘비행사의 정원’으로 다년생 식물과 수분 매개자가 계속해서 찾아올 수 있는 정원을 이 오래된 공원에 조성했다. 사실 이 정원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날아다니는 벌꿀도, 각 양각색의 초화류도 아닌, 발 아래 토양이다. 공원으로 조성되기 전부터 오랜 기간 밟혀 딱딱해진 운동장 구역은 정원에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 토양 재건의 단계는 현재의 공원이 생태적 인프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전처리 단계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는 아장스 테르의 앙리 바바가 설계한 ‘흐르는 숲아래 정원’이 서울숲에 자리 잡았다.(각주 6) 수목의 캐노피 아래 수로가 깔리고 그 안으로는 양치 식물과 초화류가 낮게 식재되었으며, 걸 어다닐 수 있는 공간에는 자갈과 돌이 놓였다. 구조적 단순함은 시야를 열어 사방이 보이도록 만든다. 여기서 흐르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일면 단조로워 보이는 공간이지만, 그 잠재성은 사람이 지나다닐 때 비로소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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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바바가 설계한 ‘흐르는 숲아래 정원’

 

여지: 확장된 자유의 감각 

앞서 언급한 세 정원은 모두 공원이라는 맥락을 중심에 두고 있다. 생태적 기회의 내포, 접근성의 적용, 프로그램의 확산 등 도심에서 공원이라 는 형식으로 녹지 공간을 조성하고 유지해야 할 이유를 적극적으로 구 현한다. 오래전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자신의 두 번째 대형 공원 프로 젝트였던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을 조성하며 공원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확장된 자유의 감각’을 꼽았다. 물론 이 개념을 200여 년이 지난 현재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옴스테드가 언급한 자유를 ‘여지’의 개념으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여지(餘地)란 남은 땅 혹은 공터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하거나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 혹은 희망을 뜻하기도 한다. 즉, 잠재적으로 무언가 일어날 수 있는 시공간적 여유다. 


정원의 언어를 통해 공원이 지닌 잠재성, 즉 도심 녹지 공간의 가능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위급함보다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경관의 가치가 스스로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국제박람회에서 가시화된 다양한 욕망의 긴박한 충돌 사이에서 여지를 만들어내는 지점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공원의 설계와 시공, 관리의 모든 순서에는 좋고 싫음이 공존하는데, 이는 지속가능성에 관한 녹지의 가능성과 미래상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와 우선순위가 하나의 공터에서 넘실거리기 때문이다. 공원은 문화적 공간이자 생태적 공간이고, 휴식을 위한 공간이자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며, 인문적 공간이자 사회적 공간이다.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욕망들의 충돌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도 어떤 특정 요소가 공원 속 공터를 차지하고 영구적으로 남는 일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은, 먼 미래에 아직 발현되지 못한 공원의 잠재성이 온전히 구현될 여유가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부디 공원이 여지로 남아 있을 수 있기를, 그리고 여지의 정원이 조성되기를.

 

 

**각주 정리

1. 필자도 이에 해당한다. 한 발짝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분리된 고찰이 불가능할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썼음을 밝힌다.

2. 이태희, 최석인, 박용석, 『성숙도시 시대, 노후·저이용 도시공원 재정비 방안』,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21.

3. 김용현, “정원박람회 방문동기 유형별 만족도와 재방문의도 비교 연구”, 『한국조경학회지』 54(2), 2026, pp.46~62. 

4. 필자 역시 오랜만에 포켓몬고 앱을 열었다. 은행나무 숲속 피카츄 소대는 포켓몬 트레이너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5. 숲속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부모님을 보면 이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다.


신명진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조경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마친 도시 연구자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최근 옴스테드의 기록 담은 편역서 『공원의 탄생』을 썼으며, 갤러리와 미술관을 오가며 온갖 세상만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jin.everyw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