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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가든 어바니즘, 도시를 달리는 정원
  • 환경과조경 2026년 7월호

만개한 봄의 정원 도시를 걷다

반가운 원고 청탁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서울숲에서 개최된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관한 비평문 요청이었다. 작년에 할 수 있는 말은 다 한 것 같은데 무슨 말을 더 하지 걱정이 앞서다가, 글쟁이의 자존심으로 생각을 애써 뇌이징(뇌와 에이징의 합성어)하고서 올해에는 어떤 정원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해 산책을 다녀올까 상상했다. 한국 조경의 마스터 피스인 서울숲의 도처에 어떤 다채로운 정원들이 들어섰을지 생각만 해도 행복해졌다. 서울숲은 경마장과 정수장이라는 도시 역사의 켜를 신중히 발굴하고 조경가의 디자인 터치를 더해 매력적인 도시공원으로 탄생한 곳이다. 그 자체로 완벽한 도시공원이 정원을 어떻게 품고 있을까.

 

뜨거운 햇살이 때 이른 여름의 열기처럼 느껴지던 오월의 어느 날 서울숲으로 떠났다. 산책 루트를 그려봐야지 싶어 서울숲 인근의 한 카페에 들러 담당 기자가 보내온 팸플릿을 아이패드로 열고 청탁서를 다시 읽어보았다. 순간 나의 착각이었구나, 깨달았다. 내게 요청된 원고는 서울숲의 내부가 아닌 외부 정원에 대한 비평문이었다. 올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박람회장인 서울숲 주변에 ‘이음정원’이라 명명한 정원 공간을 조성해 도시 조직으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비전을 펼치고 있었다. 다시 팸플릿으로 향한 내 눈은 이제 서울숲 내부가 아닌 외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공원이 아니라 도시를 더듬었다. 행사 안내도에는 성수 일대 곳곳에 정원이 표시되어 있었다. 긴 여정이 되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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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팸플릿 안내도 일부 성수 일대 곳곳에 이음정원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조경, 도시에 침투하다

당장 뇌리에 떠오른 건 서울로 7017 프로젝트(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당선작 서울수목원(Seoul Arboretum)의 청사진이었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식물로 가득한 공중 보행로로 디자인한 MVRDV의 투시도는 고가도로를 주요 녹지로 디자인하고 주변 도시 조직으로 뻗어나가는 잔가지를 녹색으로 그려냈다. 이는 교통 인프라가 도시에 생태적 성능을 발휘할 것처럼 녹색 질감으로 뒤덮어 현혹하는 포토페이크(photofake), 즉 사진사실주의적 이미지가 아니었다. 도시에 존재하는 서로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와 공개공지, 사유지의 정원들이 녹색의 보행 경험으로 연장될 수 있다는 풍부한 인상을 식물을 한 주씩 공들여 식재해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각주 1)

 

이러한 기시감의 출처는 조경으로 도시 조직을 파고들고자 하는 욕망이 투영된 조경가들의 플랜에 있다. 1990년대 초 피터 라츠(Latz+Partner)가 독일 서부의 공업 도시 뒤스부르크의 철강 공장 부지를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뒤스부르크-노르트 공원(Landschaftspark Duisburg-Nord) 계획은 공장이라는 면적 부지와 내부의 철도 인프라를 따라 도시로 뻗어나가는 녹지 보행축을 형상화했다. 이러한 실무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경관으로 도시를 디자인하고자 하는 소위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등장했고, 그 광풍이 국내외 조경계를 휩쓸었다.(각주 2)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주요 실천 도구가 포스트인 더스트리얼 경관, 즉 산업화 시대 이후에 소임을 다한 산업 시설이 되곤 했다. 기존의 도시 인프라는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히면 도시로 곧바로 투입할 수 있었다. 특히 선형 교통 인프라는 조경이 도시를 교정하는 올바른 해법이라는 관념을 설파하기에 아주 적절한 장치였다. 경의선숲길, 서울로 7017과 같은 작업은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조경을 도시민의 일상과 문화에 스며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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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빌보드 ⒸJIIN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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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스트리트 ⒸJIINYOO

 

 

* 환경과조경459(2026년 7월호)수록본 일

 

**각주 정리

1. Lee Myeong Jun and Pae Jeong-Hann, “Photo-fake Conditions of Digital Landscape Representation”, Visual Communication 17(1), 2018, pp.3~23.

2. 이명준, “키워드로 읽는 한국 조경설계와 이론”,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 한숲, 2022, pp.26~49.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다가 2020년, 안성으로 이사 와 한경국립대학교 친구들과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번 성수 정원 산책의 플레이리스트는 봄날의 산뜻함을 만끽하기 위해 후지타 마오가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로 시작했다. 활기 넘치는 성수 골목의 답사를 끝내고 저녁 먹을 곳을 검색하려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중, 어느새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 앨범이 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피식 웃었다. 이튿날 다시 찾은 서울숲, 공원 안에 조성된 정원들은 내 글의 범위가 아니므로 숲 안에 스며든 정원을 느긋하게 거닐 수 있었다. 유난히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