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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배치와 조율, 감독의 시선
  • 김영민
  • 환경과조경 2026년 7월호

2025·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는 감독이 있었다. 보통 비엔날레나 전시 행사는 감독이 지휘하지만, 정원박람회의 감독제는 일반적이지 않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이하 서울정원박람회)의 감독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다른 예술 감독과는 사뭇 달랐다. 외부자이지만 실상은 내부자에 가까운, 매주 진행을 체크하고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실무자적인 위치였다. 원래 10개 내외의 정원으로 이루어지던 서울정원박람회는 아주 큰 규모의 행사는 아니었다. 2024년부터 62개로 규모가 커졌다.

 

2025년에는 111개의 정원이 조성됐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일이 복잡해지고 내부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영역들이 생겼다. 그렇다고 기존의 방식대로 위원회를 통해 집단 지성으로 결정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었다. 때문에 즉각 대응이 가능하며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이라는 역할이 필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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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경계의 앉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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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채워진 서울숲 잔디마당

 

 

정책적 틀 안에서 방향성 설정

그럼, 감독은 정원박람회에서 무엇을 하는가. 비엔날레의 감독처럼 그해 박람회의 전체적인 방향을 잡는 일을 하는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감독의 역할을 이해하려면 서울정원박람회가 행사나 프로젝트가 아닌 정책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원·녹지를 담당하던 푸른도시국이 정원도시국으로 바뀌었다. 공원·녹지에서 정원으로 전환이라는 정책적 변화가 무엇인지를 규정하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가 서울정원박람회인 것이다. 보라매공원에서 진행된 2025서울정원박람회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서남권 지역의 공원·녹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정책의 산물이었다. 서울숲의 2026 서울정원박람회는 K-콘텐츠의 부상을 위해 국제 도시로서의 서울의 문화적 위상을 부각하기 위한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이처럼 매해 서울정원박람회 장소와 큰 방향성은 감독이 아니라 정책적 필요에 따라 정무적으로 결정된다.

 

감독은 큰 정책적 틀 안에서 세부적인 주제를 결정한다. 세부 주제는 장소의 특징에 더 집중하게 되며 항상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2025 서울정원박람회의 세부 방향은 ‘식재’였다. 정원박람회가 시설물 중심의 전시로 변질되는 데 제동을 걸면서 정원의 본질적 요소인 식물에 집중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예를 들어 보라매공원에는 대부분 하부 식생이 존재하지 않아 경관적으로도 문제가 많았고 생태적으로도 건강한 땅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원을 들임으로써 흙을 보토하고 식물로 땅을 덮고자 했다. 한편 2026 서울정원박람회의 대주제는 K-콘텐츠를 내세운 ‘서울의 문화’였다. 하지만 세부 주제는 앉을 자리가 늘 부족한 서울숲의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원에 앉을 자리를 만들 것을 요청했다. 100개가 넘는 정원이 만들어지면 공원 곳곳에 그보다 많은 쉼터가 만들어지는 것을 의도했다.

 

* 환경과조경459(2026년 7월호) 수록본 일


김영민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다. 서울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조경과 건축을 함께 공부했다. 미국에서 도시설계와 조경 설계 실무를 하고 여러 나라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론적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설계를 추구하며, 설계를 각성시킬 수 있는 이론과 비평 작업을 해나가고자 한다.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과 함께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