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맛의 근원
산은 서울을 대표하는 경관이자, 근본적으로 도시 공간을 구조화한다.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우리의 삶과 도시 문법이 발달해왔다. 약과 먹거리를 인간에게 내어주던 산은 놀이터이자 풍류의 장으로 정서적, 문화적 근간이 됐다. 크고 작은 산들과 마을 뒷동산에서 취했을 식물들은 서울의 멋과 맛의 근원이었다.
‘류(流)의 근원’은 근원 식물을 바탕으로 조성된 정원이다. 근원 식물은 생명체와 에너지의 출발점이 되는 식물이다. 우리는 북한산 둘레길 등 서울의 산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식물을 중심으로 정원을 조성했다. 수천 년간 이 땅에 적응해온 식물들은 생명의 기반인 토양을 살리고, 신약, 화장품, 먹거리 재료로서 오랫동안 서울의 멋과 맛의 바탕이 됐다. 한국적 미학을 보여주는 정원수이자 신약과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생리 활성 물질로서 가치가 있는 식물을 활용해 정서적 회복을 꾀했다.
숲과 정원의 조화
정원은 벤치와 데크, 산책로와 함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식재를 계획했다. 대상지는 20년이 된 숲 속의 1.2m 높이의 둔덕으로 산의 환경과 유사했다. 특히 수목 뿌리가 많이 노출되었고, 하부 식생이 없고 답압으로 인해 뿌리 생육의 저해가 지속됐다. 우리는 숲의 건강한 돌봄과 정원의 적절한 이용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만들기 위해 땅의 생김새, 햇빛의 양, 뿌리가 노출된 정도와 위치에 따라 구역을 나눠 계획했다.
* 환경과조경459호(2026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설계 문성혜, 김승수
공동 설계 이용우, 최영민, 홍다은, 김선아
시공 이공조경설계와시공
후원 여주자연농원
문성혜는 설계와 시공을 함께하는 작업실 이공의 대표다. 도시를 산문적으로, 공원과 정원은 시적인 삶의 영역으로 바라보며, 공간을 인격체를 대하듯 정원이 지닌 고유한 이야기와 시적 경험에 주목한다.
김승수는 설계와 시공, 그리고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돌보는 데 관심을 가진다. 섬세한 시뮬레이션으로 식물의 배치와 빛, 시선에 대한 실험을 하고, 이를 실제 시공에 접목하는 작업을 이공에서 함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