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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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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으로 도시 읽기] 비둘기를 따라 도시의 하천을 걷다
  • 환경과조경 2026년 7월호

새에 관심이 생기면서 동네 하천을 걷는 길이 더욱 즐거워졌다. 불멍, 물멍만큼 힐링되는 ‘새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첨벙첨벙 고개를 숙여 얼굴을 물에 담갔다 떠오르는 청둥오리 무리들, 줄줄줄 줄지어 이동하는 흰뺨검둥오리 가족들에게서 시선을 떼기란 쉽지 않다. 꼼짝도 않고 먹이를 기다리는 왜가리, 햇빛을 반사해 희게 빛나는 쇠백로에게도 눈길이 오래 머문다. 덤불 사이를 오가는 참새나 뱁새들의 재잘대는 수다에는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수면을 스치고 재빠르게 자리로 돌아오는 물총새, 물가를 총총총 뛰어다니는 알락할미새까지 보는 날이면 어느새 사진첩은 새 사진으로 한가득이다.

 

새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는 새는 비둘기(각주 1)다. 사람들 발에 채일 듯 길거리를 걸어 다녀 ‘닭둘기’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바로 그 새 말이다. 그런데 하천이라는 자연에서 보는 비둘기는 도시 풍경 속에 있을 때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먹이를 찾아 고개를 움직이며 정신없이 걸어 다니는 아스팔트의 비둘기와 달리, 하천의 비둘기들은 대체로 한가롭다.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부리로 깃털을 고르거나 졸린 듯 나른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볕을 쬔다. 무리로 있을 때는 한 번씩 휙 날아올라 하늘을 한두 바퀴 빙 돌고서 다시 쪼르륵 내려앉기도 하는데, 감히 두루미나 기러기의 군무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규모가 작은 것 치고는 꽤나 장관이다. 하천에서는 비둘기 깃털 색도 색다르다. 맑고 푸른 물과 잔디로 배경을 바꾸니, 칙칙하고 우중충해 보이던 회색이 오히려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햇살까지 비추면 보라와 초록이 어우러진 목덜미 빛깔이 더욱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크기변환]bird01.jpg
하천변을 다니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비둘기들을 쉽게 마주친다. 비둘기들은 풀에 맺힌 씨앗을 쪼아 먹거나 하천에 가까이 다가가 물을 마시기도 한다. 2025년 5월 11일, 불광천.

 

 

비둘기는 어떻게 도시의 새가 되었나

참새, 까치, 까마귀, 박새, 직박구리.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이름도 친숙한 새들이다. 그럼에도 ‘도시의 새’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비둘기를 고를 것이다. 비둘기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도시민 대부분이 아마 같은 생각일 것이다. 어쩌다가 비둘기는 도시의 새가 되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지금의 도시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인간이 농경 생활을 시작하던 그 먼 옛날, 비둘기와 인간이 처음 만났던 시절까지 말이다.

 

당시 우리 조상들은 야생 동물을 길들이고 인간에게 유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를 골라 번식을 시켰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이 동물들은 자연의 상태와 유전적으로 달라질 만큼 큰 변화를 겪었고, 동시에 인간의 삶터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우리가 ‘가축(家畜)’, 말 그대로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라 부르는 개, 소, 돼지, 닭 같은 동물들이다. 언뜻 이들과 다른 것 같지만, 사실 비둘기도 가축이다. 비둘기의 먼 조상인 ‘바위비둘기’는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3,000년에서 10,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인 초승달 지대에서 최초로 가축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비둘기는 인류 역사 내내 인간과 함께해 왔다. 중세까지 제법 유용한 먹거리였고, 질 좋은 비료인 배설물도 귀한 자산으로 여겨졌다. 전신과 전화 같은 통신 수단이 상용화되기 전에는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쓰여 편지와 메시지를 날랐다. 또 한때는 특이한 외형의 관상용으로, 또 경주용으로 개량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렇게 긴 시간에 걸쳐 비둘기는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며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2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이 비둘기를 끊임없이 ‘생산’해온 셈이다. 그 시간 동안 여러 이유로 사람의 손을 벗어난 비둘기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개체군을 이루었다. 비둘기는 ‘야생’에서 ‘가축’이 되었다가 다시 ‘재야생화’된, 아주 독특한 경로를 밟아온 동물이다.

 

 

* 환경과조경459(2026년 7월호)수록본 일


 

**각주 정리

1. 정확한 명칭은 ‘집비둘기’다. 일반적인 쓰임에 따라 이 글에서는 ‘비둘기’로 칭한다.


조혜민은 동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동물에 관심이 많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며 특히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눈여겨본다. 어느 날 느닷없이 비둘기에 시선을 빼앗겨,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한 비둘기의 시간을 짚는 책 『도시인 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집우주, 2024)를 썼다. 평소 비둘기를 기록하러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곤 한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