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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에디토리얼] 조경이 도시를 재편하는 여섯 가지 방식
  • 환경과조경 2026년 6월호

여름을 여는 이번 6월호에는 국내외 근작 여섯 개를 모아 싣는다. 주거지 내의 역사공원부터 워터프런트 공원,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공원, 도심 광장, 건축 외부 공간, 도시 인프라 재개발지에 이르는 여섯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공간 문화와 생태 기반을 재편하는 동시대 조경의 최전선을 마주할 수 있다.

 

‘잠실역사공원’(기술사사무소 이수 설계)은 역사 유산의 보존과 도시의 일상 문화라는 상반된 두 가치를 하나의 공간 안에서 조율한 실험작이다.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백제 한성기 유구가 대량 발굴된 뒤 공원 설계부터 시공까지 4년 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 밀도 높은 프로젝트다. 조경가는 민간 사업지에서 출토된 유구의 이전·복원과 공원 조성 비용을 사업자가 모두 감당해야 하는 제도적 한계와 시공상의 난맥을 헤쳐나가며 고고학적 규제와 주민의 요구를 지혜롭게 중재해냈다.

 

잠실역사공원은 보존해야 할 유적을 중심에 가두고 주변에 공원 시설을 배치하는 역사공원 설계의 관례를 과감히 깨뜨렸다. 역사 유적의 원형을 일상에서 만나는 ‘현장박물관’이자 여유롭고 활기찬 동네 공원이다. 인근 몽촌토성의 지형을 완만한 마운딩으로 재해석해 공원의 골격으로 삼았으며, 육각형 구조의 백제 주거지 형태를 유구 보호각 디자인의 모티브로 택했다. 보호각의 슈퍼미러 반사면은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도시 풍경, 그리고 공원 이용자의 행위를 한 장면 안에 겹쳐 담아내면서 시간과 공간을 감각적으로 연결한다. 역사 유산이 고정된 전시물로 박제되지 않고 현재의 삶과 관계 맺는 살아 있는 풍경으로 전환된다.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사용하는 공원이다.

 

‘갠스부트 페닌슐라’(필드 오퍼레이션스 설계)는 뉴욕 맨해튼의 워터프런트를 새롭게 정의하는 혁신적인 수변 공원 프로젝트다. 개장 직후 현지의 여러 언론은 “맨해튼 최초의 공공 백사장”이라는 표제어를 단 기사들을 쏟아냈다. 도시와 강의 관계를 재편한 이 공원의 다층적 의미에 주목한 것이다. 맨해튼은 두 개의 강 사이에 놓인 섬이지만, 물에 접근하거나 물가에 머무를 공간은 거의 없다. 갠스부트 페닌슐라는 오랜 세월 동안 뉴욕시 위생국의 쓰레기 소각장과 청소차 차고지로 쓰이며 시민의 접근이 차단된 도시의 회색 흉터였다. 필드 오퍼레이션스는 강으로 길게 뻗은 반도 형태의 부지 특성을 극대화해 1,200톤의 고운 모래를 채운 도심 속 백사장을 빚어냈다. 빌딩 숲에 둘러싸인 뉴요커들이 허드슨강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일광욕을 즐기고 미스트 분수에 열을 식히는 풍경. 초현실적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공원의 진정한 혁신성은 모래사장의 낭만 이면에 기획한 다층의 프로그램과 기후 탄력성에 있다. 갠스부트 페닌슐라는 촘촘하게 짜인 도시 인터페이스라 할 만하다. 공원 남쪽의 백사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책로를 지나면 축구장과 야외 피트니스 공간, 반려견 놀이터가 나온다. 아티스트 데이비드 해먼스가 옛 부두(피어 52)의 골조를 재해석해 반도 서쪽 끝에 설치한 ‘데이즈 엔드’는 산업 경관의 기억을 현재의 경험 속으로 호출한다. 북쪽 수변에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조성한 염습지는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폭풍우로부터 도시를 보호하는 생태적 완충 지대다.

 

갠스부트 페닌슐라의 설계 전략은 불과 몇 블록 떨어진 워터프런트에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한 ‘리틀 아일랜드’와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비평과 토론을 초대한다. 리틀 아일랜드가 허드슨강 위에 132개의 거대한 튤립 모양 콘크리트 파일을 박아 공중에 띄운 환상적인 무대라면, 갠스부트 페닌슐라는 단단한 매립지면 바로 위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받아내는 이성적인 광장인 셈이다. 전자는 섬세한 조형미와 압도적인 스펙터클로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 예술 오브제인 반면, 후자는 공원이 도시 맥락 속에서 다층적 행위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행성적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한다.

 

두 프로젝트뿐 아니라 이번 호의 다른 작업들도 동시대 조경의 의제와 지향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광저우 조선소 공원’(SWA 그룹 설계)은 옛 조선소 부지를 도시의 문화적·생태적 거점으로 재생시킨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설계의 수작이다. 녹슨 크레인, 선박 제조용 도크, 거대한 철골 구조물 등 산업 시대의 거친 잔해를 생태 환경, 세련된 보행 인프라와 결합했다. 몬트리올 도심의 ‘몽트리알레즈 광장’(르메 설계)은 교통 인프라로 단절되었던 장소들을 연결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가시화한 공공 공간이다. 인프라 상부를 복개한 입체적 설계로 보행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이은 이 광장은, 몬트리올 여성 스물한 명의 삶을 기리는 서사를 담고 있기도 하다. ‘알비냐세고 극장’(풀 랜드스케이프 설계) 외부 공간은 문화 시설과 도시 공공 영역을 유연하게 엮은 가변적 도시 거실이다. ‘르아브르 진입부 재개발’(아장스 랑통 & 아소시에 설계)은 도시의 거대한 교통 인프라 구역을 생태적 경관 회랑으로 탈바꿈시킨 프로젝트다. 공원이 도시의 잉여 공간을 채우는 장식물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를 재편하고 환경을 재구성하는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