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본래 ‘용산’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산줄기가 한강까지 이어져 내려오던 곳이었다. 예부터 ‘새창’이라 불리던 고갯길이었지만,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경의선 철길이 놓이면서 산줄기는 가파르게 깎여 나가고 옹벽이 세워졌다. 그 결과 기차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깊게 파인 협곡 같은 지형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푹 꺼진 땅을 숲길로 바꾸기 위해 여러 단의 지형을 만들고, 이를 완만한 경사로로 잇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콘크리트 옹벽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숲길에 드러나는 민무늬 콘크리트 벽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당시 노출 콘크리트 건물에 종종 사용되던 ‘송판 무늬 거푸집’ 마감을 적용했다. 그럼에도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회색 벽체의 풍경은 늘 마음 한편을 불편하게 했다.
오랜만에 찾은 새창고개에서는 시간의 마법이 만들어낸 변화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웠던 것은 콘크리트 벽을 타고 번져나간 덩굴 식물의 가지와 잎이었다. 관목 숲 뒤에 숨어 있다가 햇빛을 향해 치열하게 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은, 마치 켜켜이 겹친 산줄기의 레이어를 닮아 있었다.
* 환경과조경 457호(2026년 5월호) 수록본 일부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다. 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