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던 땅
피크닉그라운드의 자리는 보라매공원 변두리의 지나치던 땅이었다. 주출입구가 아닌 부출입구 쪽에 위치해 잘 인지되지 않고, 하부는 잔디로 비워져 있지만 경계석의 턱과 직립한 큰 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어 들어서려는 의지조차 생기지 않는 곳이었다. 의자 하나 없으니 발길도 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용성이 없다는 것은, 식물과 땅에게는 오히려 좋을 수 있었다. 사람의 발길로 다져지지 않은 땅은 자연스럽게 물을 머금고, 적절한 간격으로 선 나무들은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땅에 피크닉그라운드를 만들었다.
소풍의 땅, 피크닉그라운드
정원이 들어서기 전, 보라매공원은 일상과 소풍의 공원이었다. 숲 그늘과 곳곳의 잔디마당에서 사람들은 체육 활동을 하고, 돗자리를 펴고, 각자의 방식으로 공원을 썼다. 공원은 모두에게 다른 의미의 장소이니까. 변두리라는 생각을 버리고, 이 땅의 가능성을 다시 보았다. 직립한 큰 나무들은 봄과 여름이 되면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고, 비워진 하부 공간은 오히려 피크닉에 더없이 좋은 자리가 아닐까. 공원 중심부의 피크닉 프로그램을 이 변두리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하고 싶었다. 놀이와 머묾이 혼재된 소풍의 땅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 환경과조경 457호(2026년 5월호) 수록본 일부
김지환은 영남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씨토포스와 스튜디오엘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조경 작업장 라디오 작업반장이자 라디오도시조경 주식회사의 공동대표다. 스스로를 작업반장, 설계공이라 칭하며 설계와 시공 사이 중재자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그 관계성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다. 그런 현실적 태도 이면에는 사회적 대기업(MEDIO)을 구축하고, 사람과 도시 그리고 자연의 본질을 탐구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야망이 있다. 건축, 토목, 제조, 가구, 조명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통해 조경 너머의 방향성을 모색하려는 이상주의적 성향이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