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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스러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스러짐의 시학
  • 환경과조경 202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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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지는 순간을 보기 위해 만든 정원. 히솝과 실새풀을 조연으로 삼고, 헬레니움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소멸의 시학

만발했던 진달래가 저물고 라일락이 필 무렵, 소격동에 방문했다. 조경가에게 관람을 추천할 만한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바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였다. 이 전시에서 작가들은 예술을 규정하고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명작이라 불리는 예술품들은 세월의 흐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화학적 보존 처리 후 엄격히 관리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최상의 예술적 상태가 있다고 믿고 그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 이에 반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작품 안에서 물성이 변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관계적 서사에 주목한다. 즉 예술은 불변의 상태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소멸은 무를 향해가는 과정이 아닌 생성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소멸은 어떻게 시학이 될까. 시학(poietike)(각주 1)이란 말은 아리스토텔레스 저서에서 인용됐다. 그는 인간의 지적 활동을 테오리아(theoria), 프락시스(praxis), 포이에시스(poiesis)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누었고, 포이에시스(poiesis)는 제작 또는 생성의 행위로서 예술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소멸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시인이 시를 짓는 것과 같은 예술적 창조 행위가 된다. 전시에서 작가들은 저마다의 기술(poietike)로 사물의 변화와 소멸 과정을 유도하며 이 과정을 통해 이야기(poiesis)를 전달한다.


환경과조경 457(2026년 5월호수록본 일

 

**각주 정리

1. 포이에티케(poietike)는 ‘poie’와 ‘tike’로 구분된다. ‘poie’는 ‘만든다’라는 의미이며, ‘tike’는 ‘기술’을 의미한다. 즉, 포이에티케는 ‘만드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최재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정원 및 조경 설계 실무를 익혔다. 2017년 오픈니스 스튜디오(Openness Studio)를 개소하여 생태적 관점을 바탕으로 정원, 공공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2026년 현재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 서울시 공원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학교 정원 설계, 공원 설계 스튜디오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