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간의 바깥
2030년, 파리 피카소미술관이 개관 40주년을 맞아 미술관 뒷마당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피카소 2030’이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미술관 뒤편의 정원을 인접한 공원과 연결하고, 피카소의 ‘염소’(1950)를 비롯해 청동 조각 12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완성된 정원은 미술관 개관 시간 동안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 세실 드브레이(Cécile Debray) 관장은 “이 미술관은 1980년대 ‘보석 상자’처럼 설계되었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며 열린 정원을 조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각주 1)
국내외 여러 문화 공간이 주변에 정원 또는 녹지가 가미된 광장을 두고 있다. 관람객이 아니더라도 이 오픈스페이스에 들러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머물다 가는 풍경이 익숙하다. 이 같은 바깥 공간은 실내에만 머물던 전시 콘텐츠를 외부로 확장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바람과 같은 자연에 반응하는 작품을 설치하기에도 좋고, 많은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퍼포먼스나 참여 예술 작업을 펼치는 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여백의 땅이 미술관 콘텐츠와 대중의 접점을 만들어내며, 예술의 일상에 녹여내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
지난 3월 30일, 리움미술관(이하 리움)은 그간 조각 정원 역할을 해온 야외 데크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원으로 탈바꿈된다는 소식을 알려 왔다. 지난 20년간 야외 데크는 알렉산더 콜더의 ‘거대한 주름’(2004~2005), 루이즈 부르주아의 ‘엄마’(2005~2012),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2012~2023) 등 세계적 작가의 대형 조각을 설치해 선보여 왔다. 리움은 이 야외 데크를 2004년 개관 이래 처음 시도하는 커미션 정원 프로젝트를 통해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가 설계한 정원으로 재탄생시켰다. 리움은 이 정원을 “기념비적 조형에서 수평적 환경으로”의 변화라고 표현했다. 그간 야외 데크에는 관람객의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는 기념비적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그에 반해 정원은 “시선을 발밑과 수평으로 낮추며, ‘무엇이 놓이는 전시 공간’이 아니라 ‘관람객이 걷고 머무르며 시간을 직접 경험하는 수평적 환경’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때의 수평적 환경이란 단순히 낮게 좌우로 뻗은 긴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축, 자연, 그리고 정원에 들어서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공공의 경험이 공존하는 환경을 함축하는 표현이다. “걷고 쉬고 바라보며 경험하는 ‘조각으로서의 정원’으로,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이 지향하는 바다.
* 환경과조경 457호(2026년 5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Richard Whiddington, “A Picasso Sculpture Park Is Opening in Paris”, Artnet 29, September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