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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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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인공지능 혁명기의 조경 설계
  • 환경과조경 2026년 4월호

손 드로잉에서 CAD로, 다시 3D 모델링으로 이어진 조경 설계 매체의 발전사에서 기술의 역할은 대체로 도구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마주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혁명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궤를 달리한다. 이미 AI는 반복적 작업을 대신하거나 결과물을 매끄럽게 다듬어주는 보조자가 아니다. AI는 아이디어와 형태 생성, 시뮬레이션, 표현과 커뮤니케이션의 문법 자체를 재편하며 설계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인공지능은 조경 설계의 조건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가. 이번 호 특집 ‘인공지능, 설계 도구에서 상상력의 인프라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주다영의 “인공지능 시대, 디자이너의 존재론적 성찰”은 최근의 전환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짚는다. 생성형 AI의 보편화는 디자인 도구의 업그레이드를 넘어 디자이너의 뇌와 손 사이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이제 자신의 안목과 솜씨에 의존하는 창작자이기보다는 방대한 가능성의 스펙트럼 속에서 선택하고 판단하는 큐레이터다. 중요한 건 기술적 숙련이 아니라 왜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가치를 설정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하나의 “조경 설계를 위한 AI 에이전트”는 그러한 변화가 실무 현장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준다. 그의 사무실에서는 인간 팀원들과 더불어 다양한 AI 팀원들이 함께 일한다. 데이터 수집, 대상지 분석, 프로그램 구성, 이미지 생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으로 자동화되고, 행태 분석, GIS 맵핑, 3차원 공간 해석까지 인공지능이 관여한다. 이러한 자동화가 설계를 대체한다기보다 더 많은 대안을 빠르게 검토하고 더 정교한 근거를 생산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무엇을 읽어내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자의 시선은 더 중요해진다.

 

“조경 설계 자동화의 실험”의 필자 신진욱은 학부 졸업 설계부터 스타트업 창업에 이르기까지 줄곧 인공지능과 조경의 연결을 시도해왔다. 초기의 GAN 기반 실험에서 시작해 공동주택 조경 설계 자동화, 그리고 생성형 AI 활용에 이르기까지 그의 경험은 의미 있는 시사점을 남긴다. 설계는 일정 부분 구조화될 수 있으며 기계와 협업 가능한 영역이 분명 존재하지만, 동시에 좋은 공간에 대한 상상과 판단은 여전히 주관적이고 맥락적인 문제로 남는다는 것. 그의 오랜 실험은 인공지능이란 설계의 정답을 제시하는 기계가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유미의 “인공지능, 조경의 새로운 공동 설계자”는 교육과 연구의 장에서 펼쳐온 일련의 시도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조경의 협업 가능성을 살핀다. 이미지 생성 도구를 통한 조경 요소의 표현 실험, 식재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 스케치와 이미지 프롬프트의 결합, 설계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적용 등 다양한 실험에서 주목할 지점은, AI가 설계의 모든 과정을 대체하기보다 특정 단계에서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작동한다는 것. 인간의 직관적 표현과 AI의 생성 능력이 결합될 때, 새로운 설계 워크플로가 형성될 가능성이 열린다.

 

논의의 범위를 도시 스케일로 넓히는 김세훈의 글 “도시를 바꾸는 인공지능”은 AI가 도시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조망한다. 도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시뮬레이션과 예측, 정책과 설계의 연계 속에서 인공지능은 점점 더 핵심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넘어 도시라는 복합 시스템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흐름이다. 김세훈이 강조하듯, AI가 강해질수록 조경가와 도시설계가의 역할은 공간의 가치를 정의하고 도시 변화의 방향성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더 또렷해진다. 전문가의 경험과 방대한 데이터 속에 잠재된 공간지능을 명확하게 포착해 구조화하는 일이야말로 AI 혁명기의 도시설계와 조경이 나아갈 방향이다.

 

다섯 편의 글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인공지능을 바라보지만 하나의 공통된 방향을 가리킨다. 인공지능은 조경 설계 과정의 일부를 보조하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데이터, 알고리즘, 인터페이스, 협업 구조를 통해 설계의 조건 자체를 구성하는 인프라로 스며들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유하고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다. 반복적인 노동의 부담이 줄어든 자리에서, 조경가는 더 본질적인 가치—이를테면, 누구나 누리는 건강한 환경, 모두에게 열린 아름다운 경관—의 구현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설계 도구로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상상력의 조건이자 기반으로 인식할 때 조경 실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그 넓은 지평에서 이전보다 더 중요해지는 것은 조경가의 감각과 판단력, 그리고 더 나은 삶의 환경에 대한 책임감일 테다.


새 연재 꼭지 ‘비인간으로 도시 읽기’를 올린다. 도시 비인간(non-human)의 행위성이 지리학, 인류학, 사회학, 미학, 과학기술학(STS) 등 여러 학문분과의 중심 논제로 부상하고 있다. 매달 다른 필자가 도시 공간을 인간과 다종의 비인간 행위자가 얽힌 혼종의 네트워크로 해석해나갈 새 연재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비인간 존재들의 해상도를 환하게 높여주는 책『, ULC 7: 비인간, 도시의 생물들』(유엘씨프레스, 2025)도 함께 권한다.

 

또한 이번 호 지면에서는 지난 1월 20일부터 하버드 GSD에서 열리고 있는 ‘산수 설계자: 기후 변화를 맞는 대안적 랜드스케이프’ 전시와 2월 5일과 6일에 걸쳐 개최된 동명의 컨퍼런스를 심층 리뷰한다. 컨퍼런스의 모든 발제와 토론은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