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공지능과 조경
조경 설계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아직 도입 단계에 있다. 일부 디자이너는 기획 단계에서 이미지 생성 도구 등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조경가는 인공지능을 낯설고 모호한 기술로 인식한다. 인공지능이 설계자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조경 분야에 대한 학습 데이터가 부족해 결과물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식재, 지형, 배수 체계와 같은 조경 고유의 설계 요소들이 AI 시스템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구현되는지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동안 조경 설계 과정에서 AI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과 논의는 많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AI를 조경 설계 과정에 적용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첫 번째 실험이 AI 도구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였다면, 두 번째 실험은 이를 설계 과정에 적용하는 단계였다. 현재 진행 중인 세 번째 실험은 AI와 협업하는 설계 교육을 모색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의 실험이 보여준 결론은 명확하다. 이제 우리는 AI를 설계 과정에 사용할지 말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설계 과정에 통합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그간의 실험 과정과 결과를 정리하고, 조경 설계에서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실험: 조경과 생성형 AI, 2023
조경 설계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첫 시도는 2023년 ‘조경과 AI’를 주제로 한 세미나 수업에서 시작되었다. 참고로 조경 세미나는 매년 다른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조경 설계의 이론과 기술, 새로운 설계 방법을 탐구하는 수업이다. 우리는 “조경 분야에서 생성형AI는 과연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고, 학생들은 논문 리뷰와 사례를 분석하고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한 실험 연구를 과제로 수행했다. 학기 말에는 공개 콜로키움을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I는 조경 요소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가
첫 번째 연구에서는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하여 AI가 조경 요소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지를 실험했다. 미드저니(Midjourney), 신서시스 엑스(Synthes ys X),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AI) 등 다양한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해 포장, 수목 형태, 공간 구조와 같은 조경 요소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비교 분석했다.
실험 결과, AI는 공간 형태와 같은 추상적 구조를 생성하는 데는 비교적 높은 성능을 보였지만, 포장 패턴이나 재료와 같은 세부 요소에서 표현의 정확도가 낮았다. 또한 동일한 프롬프트를 사용하더라도 AI 도구마다 결과의 스타일과 표현 방식이 크게 달랐다. 이는 디자이너가 하나의 도구에 의존하기보다 설계 목적에 따라 다양한 AI 도구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AI는 식재를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연구는 식재 표현에 관한 실험이었다. 조경 설계에서 식재는 단순한 이미지 요소가 아니라 생태와 공간 경험을 동시에 결정하는 중요한 설계 요소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는 실제 나무를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은행나무, 향나무, 이팝나무 세 가지 수종을 대상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전문가 평가를 통해 정확도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AI는 수목의 분위기나 색감은 비교적 잘 표현했지만, 수형이나 수피와 같은 식물 고유의 형태적 특징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즉 AI는 ‘나무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능숙하지만, 특정 수종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이미지를 생성하기에는 부족했다. 이러한 결과는 생성형 AI가 조경 식재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와 학습을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이러한 한계가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아이디어 스케치에서 공간 이미지로
세 번째 실험은 손으로 그린 디자인 스케치를 이 미지 프롬프트에 입력하여 AI 이미지로 변환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였다. 일반적인 설계 과정에서는 아이디어 스케치 이후 도면 제작과 3차원 모 델링을 거쳐서 설계안을 도출한다. 이 실험에서는 일반적인 텍스트 프롬프트와 함께 손으로 그린 스케치를 이미지 프롬프트로 입력했을 때 AI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이미지를 생성하는지를 분석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고 명확했다. 텍스트 프롬프트보다 이미지 프롬프트가 설계 의도를 전달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었다. 특히 색을 포함한 스케치가 단순한 선 스케치보다 공간 구조를 더 정확하게 전달했다. 또한 사람이나 나무처럼 스케일을 유추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될 때 AI의 인식 정확도가 높아졌다. 이는 설계 과정에서 스케치와 같은 직관적 산출물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디자이너의 스케치와 AI의 이미지 생성 능력이 결합될 때 좀 더 효율적인 설계 워크플로의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설계 프로젝트 이미지 생성 도구
생성형 AI를 활용해 미래 도시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설계 프로세스는 대상지 분석, 이슈 분석, 콘셉트 구상, 사례 조사, 전략 수립, 디자인 구체화의 단계로 구성됐고, 이 과정에서 AI는 특히 사례 조사와 디자인 구체화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연구자는 ‘Future(미래)’, ‘Zero Waste(제로 웨이스트)’, ‘Loop-style(루프-스타일)’과 같은 키워드를 조합한 프롬프트를 입력해 다양한 미래 도시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설계 아이디어 발전 과정에 활용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사례 조사와 유사한 역할을 하지만, 디자이너가 원하는 개념을 직접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디자인 구체화 단계에서는 모델링 프로그램 으로 제작한 3D 형태에 AI 렌더링 도구를 적용해 재질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AI를 활용한 렌더링은 기존 렌더링 작업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이미지를 생성했으며, 설계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됐다. 이는 AI가 설계의 모든 과정을 대 체하기보다는 특정 단계에서 설계자의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실험: 설계 프로세스로 들어온 AI, 2024
2024년에 두 번째로 진행한 ‘조경과 AI’ 수업에 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실제 설계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전 수업이 AI 설계 도구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였다면, 이번 수업에서는 AI를 설계 과정의 일부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학생들은 정원 설계, 유니버설 설계, 수변 공 원 설계, 배수 설계 등 다양한 설계 주제를 설정 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설계 아이디어를 발전 시켰다. 텍스트 프롬프트를 통해 공간 이미지를 생성하고, 여러 대안을 비교하면서 설계 개념을 확장하는 방식을 실험했다. 3D 모델과 AI 이미지를 결합해 공간의 분위기와 설계 방향을 빠르게 검토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I는 단순히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설계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작동했다. 학생들은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디자인 가능성을 탐색하고, 기존 사례에 의존하 던 아이디어 발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 이미지를 실험할 수 있었다. 특히 참여 학생의 일 부가 비전공자였기 때문에 AI가 설계 전문가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일반 사용자도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한 유용한 설계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패션 디자인에서 조경 설계로
이 연구의 목표는 패션 디자인의 조형적 요소를 조경 설계에 적용해 새로운 정원 공간 디자인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연구를 진행한 학생은 조경 설계를 처음 접하는 패션 디자이너로, 패션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곡선적 실루엣, 색채 조합, 질감 같은 미적 요소를 설계 개념으로 전 환해 정원의 동선, 공간 구조, 식재와 재료 디자 인에 적용했다.
설계 과정에서 챗지피티(ChatGPT),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미드저니 같은 생성형 AI 도 구를 활용했다. 챗지피티는 설계 개념을 정리하고 프롬프트를 구성하는 데 사용했으며, 스테이 블 디퓨전과 미드저니는 디자인 이미지를 생성하고 시각적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데 활용했다. 연구 결과, 생성형 AI는 초기 아이디어 생성 과 시각화 단계에서 설계자의 창의적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조경 설계를 처음 접하는 디자이너라도 AI를 통해 설계 아이디어를 탐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평면도나 단면도 같은 정밀한 설계 도면을 생성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의 AI
발달장애인을 위한 치유 정원 설계를 생성형 AI 를 활용해 탐색했다. 연구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접근성 원칙을 바탕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포용적 정원 공간을 제안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AI는 설계 초기 단계에 서 접근성 문제를 검토하고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었으며, 생성된 이미지는 텃밭, 쉼터, 그늘 공간, 커뮤니티 공간 등 다양한 프로그 램 요소를 포함한 치유 정원 설계안을 도출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됐다.
연구 결과, 생성형 AI는 설계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며, 특정 설계 기준에 부합하는 설계안을 도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접근성과 이용자 경험을 고려한 공간 구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AI는 설계자가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하도록 돕는 보조 도구로 작동했다.
도시 경관 이미지를 활용한 설계 아이디어 탐색
조경 설계 초기 단계에서 수집되는 현황 자료를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아이디어 구상 단 계의 시각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지를 수변 공원으로 설정하 고 손 스케치, 대상지 사진, CAD 도면, 3D 모델 이미지 등 다양한 현황 자료를 이미지 프롬프트로 입력해 공간 설계와 프로그램 제안에 대한 디자인 이미지를 생성했다. 생성형 AI 도구로는 미드저니, 달리(DALL·E), 스테이블 디퓨전을 사용했으며, 각 프로그램에서 생성된 결과를 비교·분석해 설계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생성된 이미지들은 단순한 시각 자료를 넘어 설계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참고 자료로 활용됐다. 공원 공간, 녹지 네트워크, 보행 동선과 같은 도시 경관 요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되면서 기존 사례 조사 방식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공간 구성을 탐색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는 설계 결과를 직접 생성하기보다는 설계자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돕는 아이디어 도구로 작동했다. 특히 다양한 이미지를 빠르게 생성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계 초기 단계의 개념 탐색 과정에서 유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설계 자동화 시스템으로서의 AI
이 연구에서는 조경 설계에서 반복적이고 규격 화된 작업인 배수 계획도 작성의 자동화를 인공 지능 기술로 구현할 가능성을 탐구했다. 배수 계획도 작성은 정밀한 계산과 반복 작업이 필요한 대표적인 설계 업무로,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설계 영역이다. 연구자는 챗지피티, 달 리, 코파일럿(Copilot)과 같은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도면 분석 가능성을 검토했으며, 동시에 CNN 기반 딥러닝 모델을 활용하여 도면 데이터를 학습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AI는 도면의 정형적 요소를 인식 하고 일부 배수 시설물을 자동으로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비정형적 요소를 인식하거나 실제 설계 수준의 정밀도를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AI가 설계자의 창의적 사고를 보조하는 도구를 넘어, 설계 프로세스의 일부를 수행 하는 설계 자동화 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험 결과 : AI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새로운 실험
두 차례의 세미나 수업을 통해 진행한 실험들은 생성형 AI가 조경 설계에서 유용한 도구가 될 가 능성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몇 가지 중요한 한계도 확인했다.
먼저 AI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 생성 도구로 작동했다.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각화하고 새로운 공간 이 미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AI는 설계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다. 특히 여러 가지 디자인 대안을 짧은 시간 안에 비교하고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계 과정의 속도와 탐색 범위를 크게 확 장시킬 수 있었다. 특히 스케치 기반 이미지 생성 기술은 설계 과정의 시각화 속도를 높이는 가능 성을 보여주었다. 초기 아이디어를 간단한 스케 치로 표현하고 이를 AI가 공간 이미지로 변환하 는 방식은 설계 의사소통 과정을 보다 빠르고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몇 가지 분명한 한계도 확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확성의 부족이다. AI는 공 간의 분위기나 스타일을 생성하는 데는 강점을 보이지만, 식재나 재료와 같은 구체적인 설계 요 소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또한 AI가 생성하는 이미지는 학습 데이터 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식생이나 환경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한계는 생태적 맥락을 중요하게 고 려해야 하는 조경 설계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실험들은 AI가 조경 설계의 가능성을 확장할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요한 점은 AI를 설계자의 사고를 확장하는 협업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다.
세 번째 실험: AI와 함께 설계하기, 2026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AI와 협업하는 조경 설계 과정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새로운 설계 스튜 디오를 기획했다. 2026년 봄 학기에 처음 개설 한 ‘인공지능 조경 설계 스튜디오’는 그동안의 실 험을 실제 설계 교육 체계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학생들은 AI를 활용해 데이터 수집, 프롬프트 설 계, 이미지 생성, 공간 분석을 넘나들며 설계 아 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경험한다. 특히 인공지능을 단순한 시각화 도구가 아니라, 설계 과정에 참여 하는 협력적 파트너, 즉 공동 설계자로 이해하는 관점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패턴 을 이해하고 새로운 결과를 생성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다양한 학습 방식이 존재한다. 프롬프트를 매개로 작동하는 생성형 AI는 이미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입력을 해석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반면, 학습 기반 AI는 특정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면서 모델의 성능을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조경 분야의 경우, 아직 설계와 환경 데이터를 포괄하는 대규모 데이터셋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조경 설계에서의 인공지능 실험은 단순히 생성형 AI의 결과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환경 조건과 설계 요소 데이터를 입력하고 학습시키며 설계안을 발전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은 학습 기반 AI 설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조경 설계 스튜디오에서는 생성형 AI와 함께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 자체를 설계 과정에 접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의 학습 방식에는 생성형 학습 외에도 지도 학습, 비지도 학습, 강화 학습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설계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설계자의 데이터를 입력하여 설계 패턴과 구조를 찾아내는 비지도 학습과 반복적인 피드백을 통해 최적안을 찾는 강화 학습 을 실험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아직 초 기 단계이지만, 인공지능이 일반적인 이미지 생성 외에도 설계자 고유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설 계 과정에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의 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과연 인공지능이 단순 한 설계 도구의 역할을 넘어, 설계자의 창의적 사고를 보조하며 설계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새로 운 공동 설계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에필로그: AI 시대, 새로운 조경 설계 교육의 시작
인공지능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설계 분야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우리가 3년 전 실험했던 도구들은 연구가 진행 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업데이트됐고, 지금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미지 생성 결과가 개선됐다. 조경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일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인공지능을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설계의 가능성을 확장하 는 새로운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나 의 질문이 등장했다. AI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필 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앞으로의 설계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먼저 조경 설계 교육에서도 추론적 사고와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설계 역량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AI는 빠르게 이미지를 생성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지만, 공간의 의미 를 해석하고 설계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조경 설계 교육에서는 단순히 설계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을 설계 사고를 확장하는 파트너로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프롬프트 작성, 데이터 이해, 알고리즘적 사고와 같은 새로운 설계 역량도 점차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기존 설계 교육에서 크게 강조되지 않았던 영역이지만,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설계 환경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학생들의 빠른 적응이었다. 수업 초기에는 많은 학생들이 AI 도구를 처음 접해본다며 어색해했지만, 실험을 거듭할수록 프롬프트 작성 방식과 도구의 특성을 이해하고 점점 더 능숙하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과 위기 의식을 더 크게 느끼는 쪽은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자인 경우가 많았다.
인공지능을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으로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실험해 보는 태도다. 지난 3년간의 인공지능 수업은 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넘어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작은 시도였다. 우리는 수업 안에서, 스튜디오 안에서, 그리고 실무 현장에서 계속 실험을 이어가며 조경의 방식으로 AI를 이해하고 활용해 나가야 한다. 아직 많은 질문이 남아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조경 교육과 실무에서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하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유미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설계학과 부교수이자 콘테크 기업 에스엘즈(SLZ)의 공동대표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미술 석사(MFA),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MLA)를 취득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10년간 조경 설계 실무를 하고,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조경 설계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조경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설계, 디지털 트윈, XR 기술 등 첨단 기술을 환경 설계 분야에 접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을 통한 설계 방법론을 탐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