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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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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지금 이 기술은 우리에게 어째서 문제적인가
  • 환경과조경 2026년 4월호

언젠가 나도 대체될까. “이번 특집이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며 터부시하기보다, 인공지능을 좋은 설계 도구로 여기며 새로운 활용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내게 보내는 격려 편지처럼 읽게 될 줄 몰랐다. 고백하자면 이 문장들은 내가 작성한 특집 기획서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글이다.

 

커서만 깜빡이는 흰 화면에 최초로 적었던 제목은 “인공지능으로 만드는 조경?”. 물음표가 주는 뉘앙스가 영 별로였다. 고심 끝에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조경”으로 바꾸어 보았지만 이 역시 마음에 차지 않았다. 더 나은 제목을 짓는 일은 미래의 내가 해결하겠지. 책임을 미뤄두고 기획 의도를 적었다. “인공지능이 화두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다. 『환경과조경』은 2017년 5월호 ‘빅데이터와 도시’ 특집으로 미약하게나마 사물인터넷과 스마트 시티, 증강현실, 인공지능을 다룬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빅데이터를 비롯한 여러 기술은 설계 분야와 많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설계 솔루션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취업에 필요한 역량으로 언급된다. 현재 조경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시대의 변화 속에서 조경가는 어떤 태도로 인공지능을 마주해야 할까. 이번 특집이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며 터부시하기보다, 인공지능을 좋은 설계 도구로 여기며 새로운 활용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편집 회의를 하던 중, 남기준 편집장이 던진 한 마디 말이 많은 걸 바꾸었다. “이번 특집의 여는 글은 챗지피티에게 맡겨보는 건 어때?” 평소 거부감 때문에 쓰지 않는 편이라 기대가 없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과 조경 설계를 다루는 잡지 특집 기획문을 작성해줘”라는 짧은 명령어에 믿기지 않을 만큼 매끄러운 문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장을 부풀리는 수식만 가득하고 내실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찰나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덧붙은 조언들이 더 놀라웠다. “많은 잡지가 빠지는 함정은 ‘예쁜 AI 이미지 모음집’이 되는 것입니다. 설계 과정을 보여줘야 합니다. AI로 만든 프로젝트가 아닌 AI와 함께 설계한 프로젝트를 보여줘야 합니다. 더 좋은 방식은 실제 프로젝트에서 AI가 어디에 개입했는지 분석하는 것입니다. 현재 디자인 잡지 AI 특집의 문제는 비판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조경 분야는 장소성의 문제(AI 이미지의 풍경은 보통 어디에도 없는 풍경입니다), 생태 문제(AI는 식물 군락, 계절 변화, 토양 같은 생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데이터 문제(AI가 학습한 풍경 이미지의 대부분은 서구 조경 이미지입니다)를 다뤄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결국 그에게 특집 제목을 제안해달라는 말까지 하게 됐다. 기대한 만큼 꽤 만족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인공지능, 설계 도구에서 상상력의 인프라로.” 

 

특집에 초대한 필자들은 인공지능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사고하는 인간의 역할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초조함을 느끼는 건, 내가 이미 인공지능을 사고의 도구로 활용하며 편리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AI로 얻는 장점 중 하나가 ‘시간의 단축’ 아닌가. 여유가 없을 때 AI를 나 대신 사고하는 도구로 선택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지치지 않는 인공지능 도구들처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산하거나 더 성실할 자신도 없다.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던 중 뉴스레터 ‘한편’(민음사)이 도착했다. “AI 시대의 신중한 마음”이라는 제목에 홀린 듯 내용을 훑었고, 『AI블루』라는 책을 만났다. ‘기술에 휩쓸린 시대를 살아가는 마음들’이라는 부제가 따스하게 읽혔다.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까 고민하기 전, 변화를 앞둔 우리의 마음을 한 번쯤 점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AI의 급속한 발전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우울 또는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감정 자체가 기술에 적응하지 못했다거나 새로운 기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의미인 건 아니다.……어쩌면 우리의 마음, 왜 이토록 요동치는지 알 길 없는 이 감정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응답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그 감정을 다스리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귀 기울이고 분석해야 한다. 왜 우울한가. 어떤 점이 불안한가. 지금 이 기술은 우리에게 어째서 문제적인가.”(각주 1)


**각주 정리

1. 조경숙·한지윤, 『AI블루』, 코난북스, 2025, p.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