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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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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기의 시대, 도시의 답은 공원이다
  • 환경과조경 2026년 1월호

2026년 새벽이 밝았다. 세계는 지금 경제, 사회, 환경 모든 영역에서 전환의 압력을 받고 있다. 기후 위기는 한층 거세졌고,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요동치고 있다. 양극화는 일상 깊숙이 들어왔고, 문화적 균열은 공동체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이 격랑 속에서 도시가 스스로 찾아낸 해법이 있다. 다름 아닌 녹색, 그리고 그 녹색을 설계하는 조경의 힘이다.

 

지난 몇 년간 전국 곳곳에서 정원박람회가 열렸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막 158일 동안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지방 소도시부터 광역 도시까지 정원은 도시재생의 언어이자 지역의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 단순한 축제를 넘어 정원이 도시의 미래 전략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정원이 도시의 중심으로 돌아온 이유는 명확하다. 도시가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도시가 회색 인프라로 구축됐다면, 미래의 도시는 녹색 인프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폭염, 집중호우, 생태 붕괴는 도시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그 해결책은 조경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홍수를 막는 저류지, 열을 식히는 도시숲, 생태를 회복시키는 공원 네트워크 등 조경가가 설계한 공간은 도시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다. 기후 위기 시대, 조경은 도시의 ‘생존 기술’이 되었다.

 

최근의 국내 건설 경기 침체는 조경 업계를 포함한 모든 도시 산업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이야말로 공원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기다. 대규모 개발이 줄어드는 대신, 공원, 녹지, 생활환경의 질을 개선하는 사업이 도시의 핵심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은 비용이 아니라 도시의 생산성과 건강을 높이는 투자이며,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자산이다. 또 양극화 시대에 공원은 가장 공정한 복지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대일수록 공원의 가치는 더 커진다. 경제적 여건, 사회적 지위,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단 하나의 복지가 바로 공원이다. 공원은 아동에게는 놀이터가 되고, 청년에게는 숨통이 되며, 노인에게는 건강의 무대가 된다. 도시의 안전망은 더 이상 의료와 주거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녹색 복지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기본 복지 정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시대에 조경가는 단순히 나무와 식재를 배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공원에는 생태, 기후, 문화, 사회, 기억,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 조경가는 도시의 기후를 설계하고 인간의 걷기 방식과 머무는 방식을 바꾼다. 지역의 이야기를 풍경으로 번역하고 공동체가 다시 만나는 장소를 만든다. 조경가가 만든 공원은 도시의 시간을 바꾸며 사람의 삶을 바꾼다. 도시의 품격은 공원의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 세계 주요 도시가 공공녹지 확충, 생물 다양성 회복, 자연 기반 해법, 도시 숲 네트워크 구축을 국가 정책으로 선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녹색은 더 이상 환경 정책이 아니라 건강, 경제, 문화, 정의, 미래 세대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복지 정책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2026년을 기점으로 녹색 복지를 도시 정책의 중심으로 가져와야 한다. 이제는 공원을 ‘있는 것’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아니라, 도시의 전략적 자산으로 기획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지난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조경 분야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7월에는 정원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한 전국 단위 민관 협력 기구인 ‘대한민국 ESG 정원정책포럼’이 공식 출범했다. 이 포럼은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 감소 등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원도시 모델과 녹색 전환 전략을 모색하며, 조경 전문가, 국회의원, 지방 정부 등이 함께 현실적인 정책 제안과 실행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5년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제도 도입 이후 한 번도 지정되지 못한 국가도시공원의 활성화를 위해 지정 최소 면적을 300만㎡에서 100만㎡로 완화하고, 공원시설 기준도 기존 도시공원보다 낮춰 지자체의 부담을 줄였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조경 분야의 역할과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함께 논의하며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조경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세계는 불안정하고, 사회는 분열되고, 기후는 더 거칠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도시가 의지할 마지막 안전망은 자연이다. 그 자연을 도시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들이 바로 조경가다. 정원박람회가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공원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지금, 2026년은 조경이 새로운 시대의 복지를 설계하는 원년이 될 수 있다. 도시는 결국 녹색을 통해 회복된다. 그리고 그 회복의 설계자는 조경가다. 올해, 도시가 기다리는 녹색의 문을 조경이 다시 열어젖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