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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조경가 백종현] 다섯 가지 감각의 확장
  • 백종현
  • 환경과조경 2026년 1월호

1. 자연의 ‘감각’

2. 자연의 ‘가치’

3. 조경 공간의 ‘영향’

4. 조경가들의 ‘연합’

5. 조경의 ‘확장’


1. 자연의 ‘감각’


2017년 어느 봄날, 최재혁 소장(오픈니스 스튜디오)을 만났다. 한국으로 귀국해 세계수프로젝트 창업 2년 차인 나는 고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창업한 이코이드(Ecoid)에서 개발한 그린 모듈 ‘셀라’와 그린 레고 ‘셀로’를 통해 한국 시장을 개척하려 했지만 시장의 문턱은 높았고, 대량 생산과 마케팅을 위한 투자 또한 지지부진했다.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쳤고, 새로운 도전을 혼자서 해나갈 자신이 없어져만 갔다. 그때 무작정 최재혁의 현장으로 찾아가 그를 만났다. 대학 후배이긴했지만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 최재혁은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에서 독립해 정원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우리는 그가 조성 중인 정원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김대희 대표(HEA)를 만났다. 김대희는 나와 유학 동기다. 우리는 유학 생활 동안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사이였다. 그는 직설적이고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인 동시에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다. 김대희는 하버드 GSD 졸업 후 싱가포르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서 5년의 근무 후 독립해 개인 회사를 설립했고 조경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었다. 오랜만에 서로의 근황과 고민을 나누었고 최재혁과 함께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만난 우리 셋은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나눴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조경 디자인 그룹 활동을 함께 해보기로 했다. 한 달여를 고민해 ‘자연감각’이라는 그룹의 이름과 함께 이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 도출됐다.

 

자연감각은 합리적이고 세심하며, 감각적인 자연을 만들어가는 그룹입니다(JYGG(Jayeongamgak, ‘sense of nature’ in Korean) is a group creating sensible, sensitive and sensuous nature).

 

감각이라는 말이 신선하게 들렸다. 영어로 감각을 뜻하는 sense는 합리적(sensible), 세심한(sensitive), 감각적인(sensuous)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자연감각은 마치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모두 담아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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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자연-세포’ 전시 계획 및 설계 자연감각(백종현, 최재혁, 김대희), 일송환경복원(김용규) 전시 시공 자연감각(백종현, 최재혁, 김대희), 일송환경복원(김용규) 위치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43-20 준공 2017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자연-세포’

2017년, 처음 개최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유일하게 조경가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자연감각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데뷔 무대였다. 전시 장소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작은 건물 한 채였다. 나와 최재혁, 김대희는 그동안 내가 이코이드와 세계수프로젝트에서 개발했던 그린 모듈 시스템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큰 주제인 ‘공유 도시’에 대응해 우리는 네 가지 자연-세포(셀로, 셀라, 이끼-세포, 상자-세포)를 통해 도시의 새로운 공유 자연을 제안했다. 공유 도시의 질서를 구성하는 새로운 자연은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며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인 동시에 공유하고 연결되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자연이다. 자연-세포는 이러한 자연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적당한 크기와 성질의 재료로 마치 세포와 같이 모이고 결합해 도시의 공간과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에 전이된다.

 

1) 셀로는 도시 일상의 그린 레고이며 가볍고 조립과 해체가 쉽다. 안개 관수 방식, IoT 기술과 결합해 도시 녹화, 도시 농업, 도시 바이오 필터로서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2) 셀라는 자연의 형성을 돕는 최소 단위 모듈로 비균질적인 다공성이 특징이며 흙, 물, 햇빛, 바람의 미묘한 변화를 일으켜 자연의 형성을 촉발한다. 3) 이끼-세포는 이끼를 다루는 최소 단위 모듈로 자연을 매개로 하는 표현의 도구다. 4) 박스-세포는 땅과 자연을 담는 재료이며 개인의 힘으로 이동 가능한 크기와 무게로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하다. 박스-세포는 도시 정원, 도시 농업의 재료로 유용하나 공기의 이동, 비, 바람 등과 같은 자연 현상과 맞물려 때때로 스스로 자연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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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세포로 조성한 옥상의 공유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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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레고 셀로로 조성한 실내 정원

 

 

자연-세포는 도시의 변화와 예측 불가능성에 대응하는 방식이자 누구나 쉽게 원하는 모습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이를 통해 도시의 일상과 자연은 더욱 적극적이고 흥미롭게 연결될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됐다. 최재혁은 셀라와 이끼-세포의 전시 공간 디자인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그만의 세심하면서도 감각적인 면모를 드러냈고, 김대희는 그만의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전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시를 함께 준비한 김지학, 송의지, 김혜란, 오상진, 손두현과의 시간 또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에는 조경 디자인 그룹이라는 것이 생소하기도 했고 일반 조경 프로젝트가 아닌 전시로 활동을 시작한 것도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렇게 자연감각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 자연의 ‘가치’

 

2017년 시작된 조경 디자인 그룹 자연감각은 2018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최재혁은 본인만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오픈니스 스튜디오를 설립해 독립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나와 김대희는 HEA를 공동 설립해 신사동 공유 오피스 지하 1층의 한 편에서 첫 발걸음을 떼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우리 셋은 종종 만나 서로의 근황과 고민거리를 나누고 자연감각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자 활동의 존중을 전제로 서로 응원하고 지원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그룹으로서의 자연감각을 유지하자는 것에 서로 공감했다. 각 회사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때로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간이 날 때면 나 또는 김대희가 최재혁의 현장을 찾아가고, 최재혁이 HEA 사무실에 찾아오며 우리는 각자의 생각을 공유해 나갔다. 오픈니스 스튜디오는 디테일한 조경 설계와 더불어 디자인 빌드 회사로서의 모델을 모색했고, HEA는 큰 스케일을 포함한 다양한 스케일의 조경 설계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의 모델을 고민하게 됐다. 동시에 HEA는 자연 본연의 ‘가치’에 기반을 둔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을 찾는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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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빛누리공원 조경 계획 및 기본설계 HEA, 조제(Joje) 조경 MP 김현(단국대학교) 조경 실시설계 서인조경 건축 설계 조호건축사사무소 조경 시공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위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동탄지성로 549-15 규모 45,103㎡ 준공 2020 사진 유청오

 

 

글빛누리공원

신생 회사인 HEA가 공원 설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수원시 망포4지구에 조성되는 기부채납 공원으로 타 회사의 설계안이 수원시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아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공원 계획의 MP였던 김현 교수(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와 함께 대상지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는 경작 활동을 멈춘 논과 밭이 만들어낸 초지 풍경에 매료됐다. 대상지 주변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거나 새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쌓인 근미래의 이 땅을 상상했을 때 우리가 마주한 초지의 경관은 여전히 유효하며, 더욱 소중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와 김대희, 그리고 용병으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제(joje)는 머리를 맞댄 끝에 공원 중앙을 비워 대상지의 초지 경관을 재현하고, 공원의 주변부에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계획안을 도출했다. 중앙의 초지 경관은 논밭 사이를 걸어가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하는 1m정도 들어 올려진 산책로와 낮지만 풍성한 식재로 구성된 드넓은 공간이다. 이는 주변 아파트 단지로 높아진 밀도의 도시 한가운데서 탁 트인 하늘을 마주하고 불러오는 바람을 느끼는 동시에 일상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공원의 주변부에는 학교와 면해 새로 조성되는 공원 내 도서관의 기능을 외부로 확장한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넓은 도로의 소음과 공해를 막아주는 대왕참나무숲을 계획했다. 연접한 도시의 맥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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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를 위해 밤새워 준비한 글빛누리공원 모델

 

공원 조성까지 굉장히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큰 수정 없이 초기 콘셉트와 설계안 그대로 구현됐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외면 받아온 논밭의 풍경을 조경가에 의해 새롭게 재해석해 그 가치를 드러나게 했다는 감회와 여운을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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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 한가운데 조성된 쉼터에서 바라본 공원과 도서관 Ⓒ유청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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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중심에서 마주한 초지와 하늘 도시 한가운데서 탁 트인 하늘을 마주하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동시에 일상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유청오

 

 

제주 스타빌 리뉴얼

제주 스타빌은 제주도의 해발 약 600m 고지에 조성된 프리미엄 글램핑 리조트다. 제주 천혜의 자연 속에 둘러싸여 자리 잡은 이 리조트는 특이하게도 모든 객실이 냉난방이 완비된 텐트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야영장으로 허가받은 이 땅에서 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발주처가 치밀하게 기획한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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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스타빌 리뉴얼 조경 계획 및 기본설계 리조트 단지: HEA, VIP존: 오픈니스 스튜디오 조경 실시설계 리조트 단지: HEA, VIP존: 오픈니스 스튜디오 건축 설계 아틀리에11 조경 시공 CJ건설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로 34-154 규모 75,025㎡ 준공 2022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성격의 프로젝트였기에 발주처는 리조트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구역을 1차 오픈했다. 오픈하자마자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모습을 확인한 뒤 겨울 동안 휴장을 결정했다. 리조트 완성도를 높일 리뉴얼 작업을 위해서였다. HEA는 초기 리조트 콘셉트 리뉴얼을 통해 공간으로 구현하고 2차 부지를 추가 계획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기존 콘셉트의 핵심 모티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였다. 공간으로 풀기에 다소 난해한 콘셉트를 두고 심재연, 안연수를 비롯한 HEA의 디자이너와 함께 대상지를 방문해 하루를 보냈다. 낮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새벽에 리조트를 거닐면서 대상지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상지 외부 자연은 삼나무숲과 억새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상지 내부에 삼나무숲의 흐름이 일부 보존되어 있었다. 리조트 내 동선은 유기적 형태로 구성되어 리조트의 성격과 부합한다고 여겼지만, 순환 보행로는 야간 보행 시 너무 밝은 볼라드 조명이 설치되어 대자연의 고요하면서 도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은하수와 별자리를 새긴 천문도의 콘셉트를 재해석해 스타빌에서의 미리내(은하수)길과 별자리길을 구현하는 것을 제안했다.

 

미리내길은 대지 중심을 가로질러 외부 자연으로 뻗어 나가는 경관의 흐름을 지칭하며 이는 주변의 억새밭과 삼나무숲을 대지 내에서 연결·강화하는 계획으로 발전했다. 삼나무숲은 바람이 심한 이 땅에서 방풍의 역할과 동시에 대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자연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새로운 억새밭은 광활한 주변의 자연을 대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경험을 선사한다. 별자리길은 순환 보행로를 재조성하면서 함께 리뉴얼했는데, 기존 경관 조명을 교체하고 포장면에 별자리 조명을 새겨 산책하면서 별 이야기를 발견하고 경험하도록 했다. 기존 스타빌 센터동 옥상은 경사가 있었다. 산책로로부터 자연스럽게 걸어 올라갈 수 있었는데, 산책로를 제외한 옥상면이 인조 잔디로 마감되어 있었다. 이곳에 새로운 선형의 산책로를 계획하면서 토심을 확보하고 주요 식재를 억새로 교체했다.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제주의 밤하늘과 별을 조우할 수 있는 관측 데크를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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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면서도 고요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명을 계획했다.

 

성문안 CC

성문안 CC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크밸리 리조트 내 새롭게 조성된 골프장이다. 오래전에 조성된 오크밸리 리조트의 다소 올드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발주처의 의지가 명확한 프로젝트였다. HEA는 골프 코스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조경 요소에 대한 설계 전반을 맡게 됐다. 골프장이라 하면 흔히 떠올리는 모습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고 수차례 대상지를 답사하면서 우리가 얻은 결론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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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안 CC 조경 계획 및 기본설계 골프 코스 조경: HEA, 가든랩스(이안숙), 클럽하우스 주변: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조경 실시설계 골프 코스 조경: HEA, 가든랩스(이안숙), 클럽하우스 주변: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골프 코스 설계 로가이앤지(노준택) 건축 설계 LESS 아키텍츠 조경 시공 HDC리조트 위치 강원도 횡성군 지정면 월송리 규모 2,700,000㎡ 준공 2023

 

산을 깎고 골짜기를 메워가면서 골프 코스의 형상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돌산의 숨겨진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클럽하우스 후면, 코스 곳곳에서 드러난 거대한 돌의 절개면은 감춰야 할 것이 아닌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으로 느껴졌고 이를 골프 코스의 정체성으로 강화하자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토목 작업 중인 현장 사진 위에 수많은 스케치와 포토샵, 시뮬레이션, CG를 얹어가며 이해 관계자를 설득해 나갔다. 결국 녹생토로 돌의 절개면을 덮어 마감하려는 기존 계획이 대부분 철회되어 돌의 풍경을 온전히 담은 골프장으로 변모해 나갈 수 있었다. 돌산을 깎아내며 생기는 수많은 돌의 파편은 코스 곳곳에 세심하고 감각적으로 놓여져 돌의 풍경을 완성했다. 또한 눈에 거슬리는 어떠한 인공적인 요소, 건물, 철탑 등도 보이지 않는 높고 깊은 산과 숲에 둘러싸인 자연의 경험을 골프장 내에서 연속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기존의 골프장에서 많이 보이는 홀 사이사이의 빽빽한 식재 패턴을 최대한 배제하고 골프장의 면이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 포인트가 되는 나무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산과 숲을 향해 열리도록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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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홀 카트 도로에서 바라본 돌의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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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홀 중 하나인 9홀

 

 

골프장 조경 설계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물산에서 수많은 골프장 현장을 경험하고 정원 작가로 활동하고 있던 이안숙 대표(정원연구소 가든랩스)와 협업했다. 1주 또는 2주에 한 번씩 현장을 오가며 그와 나눈 대화는 야심 차지만 투박한 내 생각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성문안(城門安)이라는 이름은 옛 월송리(月松里) 지역의 지명과 지형적 의미에서 따온 것이다. 이 지역의 거대한 암벽 두 개가 마치 마을을 지키는 문처럼 있었고, 그 안쪽 마을과 산세가 둘러싸인 풍요롭고 평온한 땅을 의미한다. 발주처인 HDC리조트는 이러한 ‘옛 지형과 지명, 자연의 기억’을 살려 ‘사람과 자연이 교감하는 공간’으로서 성문안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설계자의 의도가 전해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성문안 CC는 2024년 한국 10대 골프장 중 하나로 선정됐다.

 

환경과조경 453(2026년 1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