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e, Gee, Gee, Gee. Baby, Baby, Baby.” 2009년, 중독적인 훅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흔들던 장면을 또렷이 기억한다. 거리, 카페, 심지어 회사 안에서도 누군가는 그 리듬을 흥얼거렸다. 그저 하나의 대형 히트곡이었다. 그러나 그해 겨울, 그 노래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시 다가왔다. 어느 날, 하버드 GSD에서 한국 학생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플래시몹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소녀시대의 ‘Gee’로 디자인스쿨을 흔들어보겠다는, 다소 장난스럽지만 묘하게 진지한 젊음의 퍼포먼스였다. 긴 머리와 꽤 요염한 몸짓의 한 남자가 이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그렇게 영상 속 장면으로 백종현을 처음 만났다.
시간이 흐른 뒤, 이끼 프로젝트 ‘셀라(Cella)’를 통해 그의 이름을 다시 접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행보의 방향이었다. GSD 졸업 후 자연스럽게 미국의 유수 설계사무소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을 비껴나갔다. 그는 탄소 흡착력이 높은 이끼와 조약돌 형태의 모듈을 결합한 벽면 녹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길을 택했다. 안전한 선택도, 익숙한 궤적도 아니었다. 그 선택은 묘하게도 도전보다는 확신에 가까운 태도처럼 보였다. 그때부터 나는 그의 다음 행보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2016년 겨울, 나는 미국 생활을 갑작스럽게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먼저 졸업했던 젊은 조경가들이 하나둘 귀국하며 한국의 상황을 가늠하던 시기였다. 그해 겨울, 여러 젊은 조경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설계사무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왠지 아직은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짧았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8년, 그는 김대희와 함께 HEA를 설립했고, 이 젊은 사무소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원동력은 단순히 ‘실력’이나 ‘기획력’이라는 말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열린 협업, 그 바탕에 깔린 상호 신뢰가 가장 큰 힘으로 작용했다. HEA, 오픈니스 스튜디오, 건국조경, 식물감각이라는 서로 다른 네 개의 회사가 ‘자연감각’이라는 하나의 브랜드십으로 확장된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장소를 바라보는 열린 사유
나 역시 그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다. 설계안을 놓고 토론할 때, 우리는 보통 비판부터 시작한다. 대안, 문제, 결핍. 그러나 그의 방식은 달랐다. 그는 먼저 장점부터 이야기한다. 비판이 조경가의 기본값처럼 작동하는 이 업계에서, 그의 태도는 오히려 낯설 정도였다. 그의 태도는 공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이한 개념이나 과도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기보다, 그 장소가 이미 가지고 있던 힘을 긍정하는 방식을 택한다.
* 환경과조경 453호(2026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지난 20년간 작은 스케일의 공공 정원부터 큰 스케일의 도시계획까지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립새만금 수목원, 세운상가 녹지축 조성계획, KT 디지코 도시숲, 더 글라스 호텔정원, 나주 빛가람호수공원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