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의 연결자
조경가 백종현. 그와 제법 긴 시간 동안 ‘자연감각’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며 교류해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면모를 확인했지만, 그중에서 그를 빛나게 하는 한 가지를 꼽자면 ‘연결자’로서의 능력이다. 한국 최초 제프리 젤리코상 수상자 정영선 선생님은 조경가를 사람과 자연을 잇는 연결자라고 했다. 자연이 갖는 본연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이 인간에게 닿도록 인도하는 안내자이자 연결자. 조경가의 역할을 이렇게 아름답게 정의할 수 있을까. 연결자의 면모가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의 백종현에게 엿보였다고 하면 과찬일까.
2017년 그와 함께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열렸던 제1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참여한 기억이 난다. 당시 그는 셀라(Cella), 셀로(Cello)라고 불리는 인공 녹화 모듈의 베타 버전 제품 생산을 마친 상태였다. 아직 상용화 제품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작동을 할 수 있는 단계의 제품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모듈을 중심으로 완전한 실내 공간 안에 작은 자연을 구축했다. 셀라는 그물망처럼 생겨서 이끼와 같은 작은 자연을 포집하기에 유리했고, 셀로는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어서 원하는 형태로 조형 작업이 가능했다. 특히 셀로의 경우 모듈 내부로 수증기를 공급해서 식물에 관수를 하는 독창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수증기의 공급을 위한 장치 제작을 위해 공학을 전공한 팀원이 합류하기도 했다. 도시의 인공 환경에 자연을 초대하는 담대한 실험가이자, 자연과 인간을 잇는 세심한 연결자의 면모를 그에게서 엿보았던 기억이 있다. HEA 설립 후 그는 많은 프로젝트에서 자연에 대한 섬세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작업을 선보였다. 세심한 조율을 통해 방치된 도시의 정수장을 공원으로 변화시킨 조치원문화정원이나, 논과 밭이었던 지역의 맥락을 살리며 조성한 망포 글빛누리공원 등에서 그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적절한 방식으로 연결해 왔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자
혹자는 그를 마당발이라고도 부른다. 그만큼 여러 사람들과 폭넓게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일에 능숙하다. 이러한 조경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그의 성품에 주목한다. 당장의 이익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함께 걷기를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 조경 분야나 건축 분야에서 설계하는 이들이 갖기 쉬운 특징이 있다. 감각적 예민함에서 오는 모난 성격, 때로는 아집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자기 확신, 자기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갖기 쉬운 배타적인 태도 등이다.
* 환경과조경 453호(2026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최재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조경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정원 및 조경 설계 실무를 익혔다. 2017년 오픈니스 스튜디오를 개소하여 생태적 관점을 바탕으로 정원, 공공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2025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 서울시 공원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학교 정원 설계, 공원 설계 스튜디오에 출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