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은 동시대 사회적 문제에 응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오늘날 마주한 사회적 과제 중 두드러진 두 가지 문제에 주목했다. 첫째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상 자발적 만남이 드물어지며 심화된 집단적 고립과 단절, 둘째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급속히 훼손되고 있는 환경이다. 들안예술마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대구 해먹’은 더 나은 공존의 꿈을 공간적으로 번역한 작품이다. 불협화음과 외로움을 넘어 서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동체의 장, 그리고 도시 생태계가 활기차게 성장할 수 있는 최대의 여백을 제안한다.
랜드마크의 필요성
들안예술공원은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며 예술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사회적 장이자 예술 커먼즈(commons)로서의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 기존의 공원은 주변의 문화적 역동성과 예술적 수준에 걸맞은 체류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로운 표현과 창의적 모임을 독려할 활력과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단순한 형태의 갱신이 아닌 기존 공간의 생활 리듬을 존중하고자 했다. 매일 이곳을 찾는 어르신의 휴식, 운동, 교류의 일상이 새로운 공원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잠재적 생태 가능성
현재 공원의 인공 경관은 다양성과 생태적 풍요로움이 결여되어 있으며,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제한적이고 단절된 공간이다. 분절된 화단과 획일적 잔디 공간은 생물 다양성과 생태적 측면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하지만 공원은 도시 속에 드물게 남아 있는 넓은 토양 기반의 공간이다. 식물학적 접근을 통해 생태 네트워크의 연속성을 강화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숨겨진 대상지의 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도출했다. 첫째, 공원에 식재된 수종이 제한적이라 생물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다. 다층 구조 속에 다양한 자생식물과 환경 적응력이 높은 식물을 혼합 식재해 풍부하고 복합적인 서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바이오매스가 부족하다. 특히 녹지의 지피층이 희박해 식물 간의 상호작용이 미약하다. 식재 밀도, 다양성, 피복도를 높여 바이오매스를 증대시키고 회복력 있는 생태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대체로 평탄하여 공원의 공간적·생태적 변이가 부족하다. 완만한 마운드, 요철, 경사를 조성해 다양한 소생물 서식지를 조성하고 배수 체계를 개선하며 경관 전반에 생동감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공간의 확장과 증식
공간의 확장과 증식이라는 전략을 토대로 사회적 조각 인 ‘해먹’과 도시 비오톱인 ‘정원’을 설계했다. 상징적 공중 구조물인 해먹은 여러 지점의 수직 동선을 통해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높이 떠 있는 형태 덕분에 내부에서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고, 외부에서는 그 존재감이 뚜렷하게 인지되는 양방향 시각 구조를 형성한다. 세심하게 재배치된 어르신 프로그램 공간은 상동 자율방범대 인근으로 자연스럽게 통합·연결된다. 건축적 구조와 자연 요소, 재료성과 식물성이 중첩된 이 설치물은 사회적 활동과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해먹 하부는 자연이 스스로 확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여유를 품은 생태적 장소가 된다. 인공과 자연이 조화롭게 맞물리는 해먹은 사람과 환경이 함께 살아 움직이는 복합적 공간 경험을 만들어낸다.
정원의 대지 레벨은 열린 오픈스페이스로, 상부 해먹의 탐험적 놀이 공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아늑하고 녹음이 짙은 안식처다. 의도적으로 굽이치는 미로형 정원 동선은 방문자가 천천히 머무르며 사색과 휴식의 시간을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부지 내 기존 구조물들은 덩굴 식물로 감싸여 전체 공간이 하나의 도시 비오톱으로 기능하게 되며,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다양한 식재가 어우러진 밀도 높은 식생 모자이크는 대상지의 생태적 다양성과 미기후를 한층 확장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기존 수목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방문객이 경관 속으로 스며들 듯 머무를 수 있는 휴식 공간을 함께 마련했다.
몽환적 풍경 속 공중 플랫폼, 입체적 기회의 장소
지면 위에 나무처럼 점점이 선 가느다란 금속 기둥들이 스틸 그레이팅과 메시 구조물을 들어 올린다. 조각 같은 구조물은 두 개의 주요 기둥에 의해 지지되며, 이 기둥들은 구조 하중을 담당하는 동시에 메시 형태를 조형하여 다양한 착석감과 공간의 인상을 만들어낸다. 10×10㎜의 와이어 메시는 내구성이 뛰어난 나일론 코팅으로 마감되어 안전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자연 시스템의 포용과 기후 대응형 설계
토착식물과 적응력이 높은 식물이 지닌 거칠고 야생적인 질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서식 환경을 제 공하면서도 유지·관리가 거의 필요 없는 자생적 생태 구조를 완성한다. 빗물은 수지 자갈 포장면을 따라 내부 연못으로 흘러들어가 일시적으로 저장된 뒤, 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어 대수층(지하수층)을 재충전한다.
하이브리드 구조, 하이브리드 공유 공간 활성화 프로그램
열린 하늘 아래의 해먹 구조물은 개인적인 휴식부터 단체 활동까지 폭넓게 수용하는 역동적 플랫폼이다. 이벤트, 영화 상영, 라이브 공연, 팝업 카페, 플리마켓을 열 수 있다. 동시에 만남과 독서, 놀이를 위한 자유로운 공간으로 기능한다. 해먹의 구조는 휴식과 비공식적 모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소규모 공연, 워크숍, 야외 토론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인접한 문화 시설을 향한 열린 조망을 제공해, 도시 속 열린 무대를 경험하게 한다. 해먹의 부드러운 흔들림과 투시되는 표면은 방문객에게 유희적 움직임과 탐색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거나 주변 사람과 즉흥적으로 교류하는 참여적 행위의 장이 된다.
해먹 아래는 지상의 정원 갤러리로 쓰인다. 햇빛이 강해질 때면 해먹 위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가 그늘 속 한적한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신록과 신선한 공기에 둘러싸여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이 공간은 공원을 더 아늑하고 평온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사색과 휴식을 위한 고요한 안식처로, 끊임없이 변하는 몽환적 풍경 아래 숨을 고르는 공간이다. 구조물에 매달린 직물 깃발들이 산들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며, 공원의 덧없고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묘하고 리드미컬한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지상 공간과 건축적 상부 구조의 경계를 흐리며, 대상지에 내재된 낭만적 흐름과 감정의 리듬을 암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