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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에디토리얼] 2025년을 돌아보며
  • 환경과조경 2025년 12월호

지난 11월 6일부터 8일까지 경주에서 동시에 진행한 한국조경학회 추계학술대회, 보문관광단지 50주년 조경 포럼, 제19회 한중일 국제 조경 심포지엄의 여파였을까. 심한 몸살을 앓고 일어나니 어느새 올해의 마지막 호 마감일이다. 2025년 과월호 열한 권을 꺼내 다시 펼쳐본다.

 

1월호에는 본지 주최 ‘제7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 원종호(JWL)의 작업을 특집으로 꾸렸고, 고정희(써드스페이스 베를린)가 새 연재 ‘우먼스케이프’를 시작하며 8년 만에 『환경과조경』 지면으로 돌아왔다. 헤더윅 스튜디오, 사사키, 보그트 등의 작품을 엮은 2월호 한구석에서 눈에 띄는 지면은 2024년 ‘조경비평상’ 가작 수상작, 권정삼의 “몰링하는 도시생활자”다. 3월호 특집은 ‘올바른 설계공모를 위하여’였다. 설계공모 기획, 설계 지침 작성, 공모 운영, 심사위원 선정, 심사 진행, 공모 이후 당선작 구현에 이르는 프로세스 전반을 다시 디자인하고 공론화하는 지면에 이승환, 이해인, 임유경, 정평진, 최영준이 참여했다.

 

‘정원 열풍’ 앞에 붙일 수식어로 ‘대중적’과 ‘사회적’뿐 아니라 ‘국가적’을 골라도 과장된 느낌을 주지 않는 이례적인 현상. 모든 게 정원이어서 정원이 아무것도 아닌, 정원의 시대. 4월호 특집 ‘다시, 정원을 읽다’는 정원 열풍의 이면을 살펴 정원과 동시대 조경 사이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조율하고자 한 시도였다. 박희성이 기획하고 권진욱, 정홍가, 조혜령, 최재혁, 황주영이 참여한 이 지면의 이슈는 4월 18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한국조경학회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열띤 토론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브랜드가 도시의 경관과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며 새로운 장소성을 빚어내고 있다. 권정삼, 김희원, 유승종, 이원제가 참여한 5월호 특집은 그러한 흐름을 ‘브랜드 어바니즘’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또한 5월호에는 일상의 다양한 공원 사용법을 청취하는 연재 꼭지 ‘슬기로운 공원 생활’을 올렸고, 매달 다른 필자가 하나의 공원과 그 공원에 얽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6월호의 표제작은 김아연의 ‘그림자 아카이브’였다. 선유도공원에 설치된 ‘그림자 아카이브’는 선유도의 정수장 구조물(비인간 사물)과 식물(비인간 생명체)이 빚어내는 오랜 거주의 기억과 현재를 시아노타입이라는 고전적 인화 기법으로 포착했다. 진청색 감광 천에 새겨진 그들의 그림자는 풍경의 주체로 작동하는 비인간들의 존재를 증언한다. 5년 넘게 따뜻한 글과 그림으로 독자들과 만났던 조현진의 ‘풍경 감각’이 6월호로 막을 내렸다. 7월호부터 그 지면을 새로 이어받은 꼭지는 신영재의 ‘웅크린 이야기들’이다. 7월호에는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전시 정원의 가능성과 문제를 되짚는 기획을 마련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대형 공원으로 이어진 70년 가까운 보라매공원의 장소 기억 위에 무려 111개의 전시 정원이 뿌려진 이번 박람회는 무엇을 남겼는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반년간의 떠들썩한 박람회였지만, 박승진의 비평적 작품 ‘세 번째 트랙’은 도시의 맥락과 일상의 경험이라는 좌표를 선명하게 제시했다.

 

8월호 특집 ‘더 나은 설계공모를 위한 질문들’은 3월호 특집 ‘올바른 설계공모를 위하여’의 후속편 격이었다. 설계공모 참여부터 실제 공간의 완성에 이르는 과정을 겪어온 조경가 열여섯 명에게 열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청취했다. 9월호 기획 지면 ‘조경가의 정원’에서는 의뢰인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 공간에 얽힌 조경가들의 정원 실천을 엿보고자 했다. 김영준, 김진환, 김훈연, 박윤주, 이홍선, 주신하로 구성된 필진의 정원 이야기는 일상이 단단히 연결되지 못한 채 부풀려 소비되고 있는 최근의 정원 열풍과 대조적이었다. 그들의 정원은 직업적 실험의 연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상을 위무하는 안식처이자 자신의 취향이 짙게 밴 밀실이다.

 

오피스박김의 ‘라이나 바랑재’를 표제작으로 올린 10월호에는 ‘형태는 무엇을 따르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 조경에서 형태의 복권을 꾀하고자 한 제22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의 수상작들을 담았다. 11월호에는 그룹한 어소시에이트의 ‘천안삼거리공원’을 비롯한 국내외 여러 작업을 묶었다. 유독 올해는 꿈을 다 펼치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한 조경가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많았다. 에디토리얼 지면에서도 김연금(조경작업소 울), 김용택(knl 환경디자인스튜디오), 위쿵젠Yu Kongjian(Turenscape)을 추모한 바 있다. 

 

계엄과 내란의 후폭풍 속에서 불안하게 출발한 2025년은 그 어느 해보다 어수선했지만, 본지는 늘 함께해주신 여러 독자와 필자 덕분에 소통과 공론의 조경 저널리즘을 지향할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한 해를 통과한다. 『환경과조경』의 친구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