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도심의
중앙공원
뱃들공원은 충청북도 보은군 읍내에 위치한 유일한 근린공원이다. 2000년에 조성된 뱃들공원은 25년간 지역 주민들의 여가 생활 공간이자 쉼터로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시설이 낡은 데다 어두운 조명, 불편한 동선 등으로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재정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전통 시장, 보청천, 주거단지가 만나는 결절점에 위치해 일상적 유동 인구가 많았다. 서울의 공원과는 도시 연관성이 엄연히 달랐고 공원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야 했다.
농촌의 공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관점에서 설계해야 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다. 농촌 지역은 도시보다 공공 휴식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생활 환경 개선과 휴식 공간 제공을 목표로 삼았다. 공원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마을 공동체의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장소가 된다. 축제, 장터, 마을 행사 등 지역 공동체 활동의 무대로 활용된다. 농촌의 공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생활의 질 향상, 공동체 회복, 지역 문화 확산 등 다층적 역할을 수행하는 복합 사회·문화·생태적 공간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가득 들어찬 서울에는 녹색 여백이 필요하지만, 뱃들공원은 보청천이 흐르고 천혜의 자연인 속리산 산줄기가 흐르는 보은의 자연을 그대로 부각하는 게 좋다. 농촌 사람에게 자연은 일터이자 직장일 수 있다. 그래서 편안한 시설과 정돈된 공원은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이 된다. 도시공원이 효율적 이용과 시설 중심이라면, 농촌 공원은 문화와 공동체 중심 공원이 되어야 한다. 군민들의 일상 속 집단 문화 행위가 가능하고 이벤트와 휴식이 있는 뱃들공원을 조성했다.
유연한 확장과
이용
뱃들공원은 전형적인 도시계획에서 생겨난 삼각형의 광장형 공원이다. 무대를 바라보게 조성된 1,230㎡ 규모의 광장에서는 대추 축제, 음악 공연 등 보은의 문화 행사가 개최된다. 특히 대추 축제가 열릴 때면 많은 천막이 설치되고 유명 가수가 오면 광장은 포화 상태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클라이언트는 광장을 확장해 수용 인원을 늘릴 방안을 요구했다.
광장 면적을 확장하는 것 이상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했고 포장 경계로 행위를 한정 짓는 광장은 피하고 싶었다. 원형 광장에 잔디마당을 접목시켜 광장을 160% 가량 확장했다. 마치 스펀지처럼 커졌다가 작아지는 광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멀리서 공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잔디마당 높이를 700㎜ 들어 올리는 동시에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열린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잔디마당 뒤로는 보은문화원과 연계한 버스킹, 북토크 등이 열리는 작은 마당도 마련했다. 하나의 광장에서 다기능과 다분화가 가능하고 광장의 공동화를 방지하며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잔디마당 끝에는 수평적 녹지를 전망하도록 보청천의 윤슬을 담은 회랑형 퍼걸러를 배치했다. 울퉁불퉁하던 산책로의 훼손된 포장을 걷어내고 정비해 보행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공원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공원을 설계할 때는 잠재적 토지 주인인 주민의 편에서 불특정 다수를 고려해야 한다. 설계자는 대상지를 복합적으로 분석하고 저울의 추가 되어 발주처의 요구, 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객관적이면서도 때로는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설계자의 색깔과 성향을 잠시 내려두는 것도 좋다. 마치 정해진 공식에 수치를 대입해 풀어 나가는 함수와 비슷하다. 주어진 공간에 여러 경우의 대안을 나열해 보고 시민들의 만족에 수렴하는 가장 최상의 선지를 선택하면 된다. 극한lim은 X가 특정 값에 가까워질 때 함숫값이 최대로 가까워지는 값을 뜻하며, 좌극한·우극한·무한대 극한으로 구 분해 정의한다. 그중 조경은 무한대 극한을 선택해야 한다. 특정 값을 ‘불특정 다수 이용자의 행복’으로 설정하고, lim를 무한대로 보내 설계안이 그 값에 최대로 수렴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무색무취의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공기를 한 평생 마실 수 있는 이유는 무색무취여서 아닐까. 언제나 편하게 갈 수 있는 동네 장소, 산책 장소로 인식되길 바랐다.
관광 도시와 소멸 도시에서는 외부 인구 유입을 위해 특징적이고 화려한 시설을 도입한다. 매년 주어지는 저예산 범위 내에서 도시 소멸을 막아보고자 도시를 치장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주민을 위한 정책이 다소 흐려질 수 있다. 근린생활권에 위치한 뱃들공원을 편안한 동네 공간으로 만들고자 과도한 장식적 요소와 원색의 색채는 지양했다. 이 공원은 관광 활성화보다는 온전히 군민들을 위한 따뜻한 공간이길 바랐다. 그 속에서 서로 마주보고 모이고 함께하는 요소를 시설의 설치 목적으로 설정했다.
열린 공원,
공원 경계 너머로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은 주인공 에렌이 성 밖 세계와 바다 넘어 대륙을 경험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공간의 범위를 점차 확장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마이크로 공간 단위로 좁혀나가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독특한 연출에 타임루프까지 더해 다층적이고도 탄탄한 스토리를 선보인다. 공간을 활용한 이 연출법을 뱃들공원에 녹여 공원의 경계를 넘어보고자 했다.
대부분 공원은 차폐 식재로 두른 탓에 오히려 공원 영역을 한정 짓는다. 공원 경계에서 일반적으로 열린 곳은 진입로다. 공원과 도시가 만나는 곳을 면밀히 살펴봤다. 주거단지인지, 가게인지, 카페인지, 어디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지 등을 파악한다. 설계 초기 공간 설정 단계에서 공원의 물리적 경계를 과업 지시서상 그어진 빨간 점선으로 한정 짓지 말아야 한다. 공원을 둘러싼 도시 두 블록까지 경계를 확대해 설계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공원이 도시와 사람에게 주는 힘이 공원 경계를 넘나들며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특히 서울 같은 밀집된 도시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꼭 필요하다. 관행처럼 차폐 식재와 유휴 녹지대로 조성된 공원 경계를 도시와 면밀하게 작동하는 소공간, 쉼터, 한뼘 정원을 통해 열린 경계로 내어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설계하는 공원의 경계는 한정되어 있지만, 바다를 너머 진격의 거인이 된 에렌의 행보처럼 공원의 힘도 그 경계 너머로.
그 시도로, 뱃들공원과 사거리가 만나는 곳에 공개 공간을 설정했다. 주거지에서 읍내로 진입하는 도시 결절점에 위치한 특성을 활용해 휴게 공간으로 조성했다.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는 계수나무를 열식해 깊이감을 더했다. 콘크리트 앉음벽에 ㄷ자 형강으로 틈새를 주어 목재가 떠 있는 듯한 디테일을 주었다. 신호 대기 시간 동안 잠시 쉬어갈 수 있으며 공원 안까지 들어오지 않아도 짧은 휴식이 가능하다. 공원 진입부에는 필히 벤치와 부처꽃 등의 숙근초 정원을 배치했다. 마치 공원 경계가 선형 정원이자 도로 옆 보행로가 프롬나드이길 바랐다.
상징성
닮기와 담기
‘뱃들’은 예부터 뱃머리를 닮은 땅 모양과 보청천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는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부각되는 형태, 색채, 소재보다는 일반적 형태에 균형, 반복, 변화를 주어 공원에 고유한 상징성을 불어넣었다. 공원의 가장 넓은 진입로를 상징가로로 설정해 뱃머리를형상화한 포천석 통석을 배치했다. 뱃들에서 내려다 본 보청천의 윤슬을 퍼걸러 지붕 물결 패턴으로 표현했다. STL 플레이트를 곡선 가공한 하나의 모듈을 반복 배치해 시공성과 실현 가능성을 더했다. 행사가 없을 때는 광장 공동화를 방지하고자 광장 바닥에 움직이는 물결 미디어 시설을 투사했다. 야간에도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사람을 위한
자연과 시설
20년 동안 잘 자란 느티나무, 살구나무, 쪽동백나무는 공원의 골격과 경관이 되었다. 대교목은 살고 있던 곳에 그대로 두어 공원의 여백을 그림자와 녹음으로 가득 채우도록 했다. 공원 한 편에는 공원에 없는 요소를 담아낸 숲 정원을 조성했다. 시각적 다양함을 위해 얇은 선을 가진 교목이 필요했다. 깊은 땅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나오는 서어나무는 숲 정원의 기반이자 풍경이 되어준다. 숲 정원 산책길에는 넓은 평상과 기대어 누울 수 있는 가든 벤치를 배치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기성 시설을 지양하고 대다수 시설을 설계로 새롭게 풀었다. 공간 별로 철저하게 의도한 행위가 실제로 구현되길 원했고, 단일 형태가 아닌 공간 단위로 작동하는 시설이 필요했다. 공간마다 적합한 폭과 연장, 지형 단차에 딱 들어맞는 시설물을 가구 디자인하듯 풀어냈다.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도전과 실험도 해보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도면을 작성하고 각종 철물(직결 나사, 강판, 각관 등)은 모두 보이지 않도록 시설 내부에서 하부 체결하고 틈을 두었다.
야간 경관의 주요 키워드는 따뜻한 조명 색과 미노출 광원을 통한 편안한 야간 분위기 조성이었다. 미리 마련한 시설 틈에 조명을 숨겨 넣어 빛이 새어 나오도록 의도했다. 산석으로 마감한 앉음벽을 3줄로 두었고 그 사이사이에 흙을 채워 넣었다. 앉음벽 사이에 높이가 낮은 언덕을 만들어 다양한 앉음 높이를 제공하고 하늘을 보며 누울 수 있도록 잔디로 마감했다. 준공 후 방문해서 보니 이용객들이 마주 보고 앉기도 하고 앉음벽을 베개 삼아 언덕에 드러누워 책을 읽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진행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김준택·김상엽 인터뷰
공원의 경계를 없애고
다양한 행위를 담아내다
글 이수민 기자
2000년에 조성된 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었던 뱃들공원이 재정비됐다. 충청북도 보은군에 있는 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준택(이하 택) 2023년 겨울, 보은군청 사람들을 만나 뱃들공원을 찾아갔다. 함께 뱃들공원을 둘러보며 프로젝트 이야기를 듣게 됐다. 처음에는 조형 소나무를 심고 화려한 조명으로 공원을 치장하는 정도의 간단한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20여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뱃들공원의 잠재력이 눈에 들어왔다. 군민들이 모이고 소통하며 온전한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했다. 흔쾌히 받아들여졌고, 이를 시작으로 공원 기본계획 수립부터 준공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게 됐다.
보통 재정비 사업의 경우, 단순 노후 시설 교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피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어떻게 접근했나.
택 두 가지 목표로 접근했다. 첫째, 공원이 가진 큰 골격을 재구조화했다. 기존 공원은 노후화로 인해 동선 유실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유휴 녹지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밟아 생긴 (비공식적) 접근로가 있었다. 공원과 도시가 만나는 곳에 새로운 동선을 내어 접근성을 확보하고 큰 둘레길과 정원길을 두어 걷기 좋은 공원으로 계획했다.
둘째, 공간마다 기능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계획했다. 실제 이용자들의 사용을 상상하며 공간을 구획하고 시설을 배치했다. 대로변에 위치한 구역에는 열린 플랫폼이자 주민 커뮤니티 광장을 만들고, 광장은 행사가 개최될 때 더욱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변적 잔디마당으로 탈바꿈시키고, 숲 정원에는 새로운 스토리를 입혔다.
공원에서 보존할 것과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을 어떻게 구분했나.
택 보은군과 대화를 많이 하며 보존해야 할 것과 필요한 것을 도출해냈다. 뱃들공원에 위안부 추모 동상인 평화의 소녀상이 있었다.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주변 적지로 이설될 예정이었으나 관련 단체와 보은군과 협의를 통해 원래의 자리를 온전히 지키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랜 시간 있었던 탓에 동상 주변 공간이 노후화되어 있었고 추모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평화의 소녀상 바닥과 진입로 포장을 새로 교체해 접근이 용이하도록 했다. 매화나무와 초화류로 평화의 소녀상을 감싸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바뀐 것도 있다. 공원 입구에 있던 대추나무다. 뱃들공원에 방문했을 때, 20여 년 된 울창한 대추나무들이 오히려 이동에 방해가 되고 있던 걸 발견했다. 대추나무가 있던 곳은 사거리와 면한 셔틀버스 승하차장이었고, 학생들의 등하굣길로 이용되고 있었다. 공원을 가로지르면 빠르게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데 대추나무가 진입을 막고 있어서 학생들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대추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고 싶었다. 하지만 보은의 특산품이 대추이기도 하고 기존 대추나무가 기증 받은 것이라 그대로 두자고 할 줄 알았다. 반신반의하며 대추나무를 없애는 설계안을 보여줬는데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동에 방해되는 대추나무를 다른 곳으로 이식하고 그곳에 계수나무를 심었다. 공원과 도로 간의 경계를 없애면서 공원과의 접근성을 높이고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것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한 시도도 있었다. 많은 지자체에서 주목하는 정책 중 하나인 ESG와 탄소 중립을 뱃들공원에도 녹여내고 싶었다. 업사이클 개념을 적용한 포장 재료를 활용했다. 물결 퍼걸러 하부 포장에 염료를 혼합한 폐플라스틱 칩을 삽입했고 햇빛에 윤슬처럼 반짝이도록 했다. 작은 부분이었지만 이를 통해 친환경 공원 조성에 기여하고 싶었다.
요즘 많은 공원이 리노베이션되고 있다. 참고한 리노베이션 사례와 리노베이션을 진행할 때 중요하게 여긴 점이 있다면?
김상엽(이하 엽) 한 번은 군수님과 파리공원에 다녀왔었다. 깔끔하게 바뀐 시설, 바닥 포장 등을 본 군수님이 감명받은 것 같았다. 우리도 파리공원을 보며 얻은 아이디어를 뱃들공원에 어떻게 접목시킬까 고민했다. 파리공원뿐 아니라 서울 시민광장, 청계천 등 다양한 공원을 살펴보기도 했다. 특히 뱃들공원에서는 광장이 중요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다른 광장의 활용 방식을 참고해 공간을 계획했다.
리노베이션을 할 때 기존의 좋은 요소들은 살리면서 불필요한 요소를 어떻게 재활용할지 고민했다. 기존 공원의 동선 계획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진입할 수 있도록 진출입로를 새로 만들었다. 진출입로 양옆으로 면적을 확장해 편리하게 공원을 지나갈 수 있게 했다.
마스터플랜을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게 큰 원형의 광장과 잔디마당, 커뮤니티 마당이다.
택 뱃들공원의 중앙광장이 보은읍의 유일한 광장이라서 연중행사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보은의 대표 축제인 대추축제가 개최되면 공원 곳곳에 부스나 행사 시설들이 설치된다. 행사가 열릴 때면 행사 시설과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서 보은군에서 이를 수용할 넓은 행사 공간을 요구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중앙광장의 물리적 확장보다는 가변적 확장에 주목했다. 주요 가로를 확장하고 중앙광장 주변으로 잔디마당과 커뮤니티 마당을 새롭게 조성했다. 잔디마당을 중앙광장 뒤에 배치해 행사 시 중앙광장과 함께 활용할 수 있고, 행사가 없을 시에는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도록 했다.
커뮤니티 마당은 버스킹, 북토크 등의 소규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이다. 이곳에 앉음벽을 리듬감 있게 배치했다. 이용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아 버스킹을 관람하기도 하고, 앉음벽에 기대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커뮤니티 마당 뒤편에는 보청천의 물결을 담은 퍼걸러를 배치했는데, 이곳은 출연자와 보호자 대기 공간이자 운동과 휴식 공간이 된다.
엽 잔디마당과 커뮤니티 마당이 위치한 구역은 축제 시에만 활용되고 평상시에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잉여 공간이었다. 축제 때는 물론 일상적으로도 잘 활용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평지였던 이 공간에 완만한 경사를 부여했다. 야외 공연장에 진행되는 공연을 바라볼 수 있게 한 것과 더불어 공간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중앙광장과 상징가로의 포장 패턴이 독특하다.
엽 뱃들공원을 남북축과 동서축으로 나눌 수 있다. 남북축으로는 상징가로가 지나가고 동서축에는 중앙광장, 잔디마당이 있다. 특히 상징가로는 보청천과 도심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이자 공원을 관통한다. 블렌딩 블록을 활용해 작은 패턴을 만들었고, 기존에 열식되어 있는 수목을 모두 보존했다. 포장과 수목을 통해 공원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중앙광장에는 견고하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포장 재료인 화강석 판석 포장을 선택했다. 중앙광장에서 동서축과 남북축이 만나기 때문에 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패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흥석은 도두락다듬으로 가장 진한 검회색으로, 거창석은 잔다듬으로 회백색으로 만들어 색에 변주를 주었다. 색의 변화를 통해 직선형 패턴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크기를 이용해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 상징가로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공원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고, 잔디마당에서 바라볼 때는 시선이 야외 공연장으로 향할 수 있게 했다.
밤에도 공원을 이용할 수 있게 조명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다.
택 발주처는 다채로운 LED 색상 구현을 통한 화려한 야간 경관을 요구했지만, 도심과 인접하고 군민들의 일상 속 공원이기에 맞지 않은 옷이라고 생각했다. 도심에서 쾌적한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간결하면서 눈부심을 방지하고 공해를 최소화하는 조명 계획을 세웠다. 사람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3,000K로 빛 온도를 설정하고 시설 틈새에 조명을 설치해 은은하게 빛이 새어 나오도록 했다.
산책로 스텝등에서 나오는 조명 각도를 바닥으로 미세하게 기울여서 콘크리트 거친 솔 마감의 질감이 드러나도록 했다. 이는 주변의 정원과 대비되어 색다른 경관을 만든다. 조명이 주인공이 아닌, 조명이 밝히는 대상이 빛날 수 있게 다양한 변주를 주려 노력했다.
보은군에 도움 받은 점이 있다면?
택 담당 주무관뿐 아니라 시공사,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서 인상 깊었다. 보통 시공 단계로 넘어갈 때 지자체나 시공사에 의해 설계가 변경되는 부분이 많아진다. 하지만 보은군은 우리의 설계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설계안대로 시공될 수 있게 많은 부분에 도움을 주었다.
첫 착수보고를 잊을 수 없다. 다른 지차체의 프로젝트 회의를 가면 다수의 보고와 승인을 통해 진행되는 게 보편적이다. 보은군청 20여 개의 전 부서가 관심을 가지고 착수보고 회의에 참석했고 군수님의 진두지휘로 회의가 진행됐다. 신속한 의견 수렴과 관련 부서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더욱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뱃들공원이 어떻게 기능해주기를 바라는가.
택 평범하지만 언제나 곁에 있는 따뜻한 공원이길 바란다. 근린공원이 부족한 농촌 도시에 있는 만큼 공원 인프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줬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는 수목처럼 공원 기반도 단단해지고 시설과 공간이 제 역할을 수행해준다면 많은 군민이 편하게 찾는 공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엽 점점 어린아이들이 줄어드는 추세다. 보은군도 어린이가 줄어들고 어르신이 늘어나고 있다. 보은군의 모든 연령층이 부담 없이 자주 찾는 공원이 되길 바란다. 공원과 함께 쌓일 추억들이 오래도록 남아 있으면 좋겠다.
‘몽상가들’ 이름이 독특하다. 두 사람은 어떻게 같이 일을 하게 됐나.
택 이름에 큰 의미는 없지만 조경을 안 넣으려고 했다. 조경 설계에만 국한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고 독특하고 괴짜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마음도 내포되어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처럼 조경 설계뿐 아니라 실험, 예술, 연구 등 다양한 분야를 시도해보고 싶다.
엽 김준택 소장과는 대학교 동기다. 김 소장이 몽상가들을 소개해주는데, 이름에 홀렸다. 몽상가들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예술가가 같으면서 독특했다. 어린 조경가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재미있는 작품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합류하게 됐다.
‘몽상가들’은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조경설계사무소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조경 설계나 어떤 점을 지향하고 있는지.
엽 조경과 건축을 비교했을 때 조경은 한눈에 담기지 않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건물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데 조경은 다각도로 둘러봐야 한다. 대상지를 분석할 때도 공간 시퀀스를 나눠서 살펴본다.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에게 좀 더 풍부한 경험을 줄 수 있을지 상상하며 서사를 만든다. 그 서사를 대상지에 담아 이용자들이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이런 지향점이 김 소장과 잘 맞았다.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공간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며 예술적인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택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했고, 따라서 나의 자리를 찾았다(I just kept doing what I like so I found my place).” 좋아하는 문장이자 몽상가들의 사명이다.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조경을 왜 선택했는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 몽골에 갔었는데, 끝없이 펼쳐진 대지의 지평선을 처음 보았다. 넓게 펼쳐진 초원을 보며 자연이 주는 바이오필리아를 느끼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도심 속에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다짐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몽골에서 본 자연처럼 도시에 오아시스이자 그린 허파 같은 공간을 만들어 많은 이에게 울림을 주고 싶다.
글 김준택 조경설계 몽상가들(MSGD+) 소장
조경 설계 조경설계 몽상가들(MSGD+)
경관 조명 설계 조경설계 몽상가들(MSGD+), 나라전기
공사 감독 보은군청(이미정, 김정권)
조경 시공 대화
전기 시공 경기엔지니어링
발주 보은군청
위치 충청북도 보은군 보은읍 이평리 175-1번지 일원
규모 8,269.1㎡
완공 2025. 6.
사진 유청오, 조경설계 몽상가들(MSGD+)
2021년에 설립된 조경설계 몽상가들(MSGD+)은 거시와 미시의 역전환적 사고, 바이오필리아, 바이오미미크리와 같은 현상을 구상해 감각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도출해 공간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굴한다. 생명체를 이루는 유기적 구조를 충실히 관찰하는 동시에 대상이 가진 의미에서 디자인적 영감을 얻으며, 세상을 이루고 있는 복잡한 미로 속에 자리한 상상의 가능성을 현실적 화면에 담는 몽상가들이다.
김준택은 경희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공부했다. 2021년 이용자에게 영감을 주는 도시 환경 경험 창출이란 목표 하에 조경설계 몽상가들(MSGD+)을 설립했다. ‘보은군 산림클러스터 기본계획’, ‘서울 아래숲길 기본계획’ 등의 기본계획 수립부터 ‘수원천 하천환경 개선’, ‘GH공간복지 환경개선’, ‘문원체육공원 리뉴얼’ 등의 크고 작은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간이 주는 기능적인 경험 설계에 기반하여 마스터플랜을 이끌고 있다.
김상엽은 경희대학교에서 환경조경디자인학을 수학했다. 현재 몽상가들의 파트너이자 선임으로 활동한다. 비오이엔씨에서 ‘신세계 백화점 대전점’, ‘강남점 옥상정원’, ‘유원재 온천호텔’ 등을 통해 조경 설계를 경험했다. 민간 조경에서 터득한 설계 디테일 및 소재에 대한 혜안을 기반으로 공공 조경에 실현 가능한 기술로 접목하는 역할과 공간 비주얼리제이션을 담당한다. 콘크리트를 사용한 현대 회화 작가로 활동하며 예술 개인전을 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