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자연을 좋아하는 인간의 근원적 본능에서 출발한다. 바이오(bio)는 살아 있음을 뜻하고 필리아(philia)는 좋아함을 의미한다. 사람은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들과 교감하고 싶어 한다. 이는 조경과 건축, 정원과 인테리어 같은 분야 구분을 넘어서는 존재 차원의 감각이다. 그래서 정원과 조경은 자연의 살아 있는 상태를 공간 안에서 얼마나 정확하고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것이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지향하는 생태적 디자인의 UX적 본질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을 더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이동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자연이 필요해지는 시기에 자연에 닿기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노년층이 평소 방문하는 일상 공간 안에 자연의 생명성을 깊숙이 가져오는 일이 필요하다. 광명시는 공공 디자인 관점에서 바이오필리아 이론을 기반으로 ‘인생 정원’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소하담숲은 그 두 번째 프로젝트로, 광명시 소하노인종합복지관 4층을 리노베이션해 실내숲을 조성했다. 기존의 닫힌 교실들을 허물어 열린 공간을 만들고 자연이 복지관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도록 기획했다.
소하담숲은 단순한 공간 개선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인지 건강과 치매 예방을 위한 사회적 디자인이다. 치매의 진행을 설명하는 인지예비용량 개념에 따르면, 인지예비용량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은 기능 저하의 속도는 같지만 치매가 발현되는 시점이 다르다. 예비 용량이 높을수록 더 늦게 발병한다. 산책, 원예와 같은 다감각 인지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노년기에 들어서면 복합적 인지 활동을 스스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공공 공간이 개입해야 한다. 복지관 같은 커뮤니티 공간이 기능을 넘어 자연 기반의 인지 자극을 일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 환경과조경 452호(2025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글 유승종 라이브스케이프 소장
설계·시공 라이브스케이프
기획 및 운영·관리 광명시, 라이브스케이프
발주 광명시 도시계획과
위치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1291 소하노인종합복지관 4층
규모 466㎡
완공 2025. 5.
사진 라이브스케이프
라이브스케이프(LIVESCAPE)는 건축과 조경을 기반으로 한 융합 디자인을 추구한다. 아이디어 기획부터 손에 만져지는 실체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며 작은 실내 정원부터 대규모 마스터플랜까지 다양한 스케일에서 환경과 예술이 결합하는 창의적 지점을 다룬다. 오랜 기간 축적한 전문성과 인접 분야와의 협업으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자연을 담은 공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