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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웅크린 이야기들] 편애
  • 신영재
  • 환경과조경 2025년 11월호

한 해 동안 할 일을 다한 잎은 가을이 되어서야 쉴 준비를 마쳤다.

 

11월, 무수한 잎이 땅에 누워 쉬는 서울의 한 공원을 걷는다. 신기하게도 이슬은 수많은 낙엽 중에서 층층나무 잎에만 맺혀 있었다. 엄나무, 팽나무, 복자기, 이팝나무, 왕벚나무, 층층나무. 낙엽이 이렇게나 다양한데, 가을 이슬은 층층나무만 편애하는 걸까.

 

이슬은 많게는 서른, 적게는 하나 둘씩 층층나무 잎 위에 머물러 있었다. 표면장력과 중력 사이 정적 속에서, 낙엽이 바람에 흔들리기 전까지, 이슬이 햇살을 따라 사라지기 전까지 이어질, 그들의 짧은 사랑.

 

며칠 뒤 더 찬바람과 함께 서리가 내리자 이슬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몇 달간의 쉼 속에서 낙엽은 흙으로 돌아가고, 나무들은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할 것이다. 그 가을, 이슬이 층층나무 잎들에만 맺힌 이유(각주 1)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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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나무 잎 위의 이슬 2022년 11월 기록. 37°54’55.89″N 127°03’83.82″E

 


**각주 정리

1. 다만 층층나무 잎의 큐티클 미세 구조가 작은 돌기의 집합 형태를 띠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거친 표면 구조 덕에 슬이 더 오래 머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Gawrońska, Barbara, Marcin Nobis, and Paweł Wasowicz, “What Nature Separated, and Humans Joined Together: About a Spontaneous Hybridization between Two Allopatric Dogwood Species (Cornus controversa and C. alternifolia )”, PLOS ONE 14(2), 2019.


신영재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건축학부 조경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조경설계사무소 초신성의 소장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쓸쓸한 것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