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나, 어느 밤의 해부
김안나(Kim Anna)는 한국계 오스트리아 작가다. 1977년 한국에서 태어나 만 두 살 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 이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성장했다. 빈대학교에서 철학과 연극학을 전공했으며 루카치 소설 이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발표한 장편소설 『얼어붙은 시간(Die gefrorene Zeit)』으로 유럽문학상을 받으며 시선을 끌었다. 지금까지 발표한 김안나의 소설은 모두 ‘앙가주망 문학’(각주 1)에 속한다. 문체가 시적이고 매우 섬세하여 참여 문학이라는 점이 얼핏 인지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코소보 문제, 그린란드 원주민 문제, 한국 전쟁과 분단, 1950년대 미국 인종차별 문제 등을 다뤘다.
2012년에 발표한 『어느 밤의 해부』는 식민지 파괴의 희생자가 되는 그린란드 원주민(이누이트)들의 이야기다. 정체성과 삶의 바탕을 잃고 비틀거리는 그들의 절박한 현실을 여러 달에 걸쳐 직접 체험하며 수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는 등 근 4년을 준비하고 쓴 작품이다.
2008년 8월 31일에서 9월 1일로 넘어가는 밤, 여름이 끝나는 밤, 다섯 시간 사이에 그린란드 동쪽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하룻밤에 열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은 김안나의 소설 속 픽션이지만 그린란드는 실제로 자살률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인구 1,500명의 아마라크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아마라크는 그린란드 동부에 위치한 가장 궁핍한 도시로 설정됐다.
그린란드와 덴마크
그린란드 주민과 덴마크 정복자의 관계는 18세기 덴마크 선교사 한스 에게드가 1721년 그린란드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식민지로 삼아 자원과 전략적 가치를 이용하며 이누이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0년대에 정책을 바꿔 덴마크 왕국에 편입시키고 자치권을 부여하는 등 “온화한 식민화”를 꾀했으나 결과는 점점 심각해졌다. 고유한 삶의 방식을 빼앗기고 유럽식으로 살기를 강요당하면서 그린란드인들은 뿌리를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회 문제가 나타났다.
그린란드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4,400년 전이라고 한다. 처음 이주민들은 북미 대륙에서 캐나다를 거쳐서 왔다. 북그린란드 툴레 근처의 좁은 해협이 얼어붙었을 때 건너왔다. 더 나은 사냥터와 어장을 확보하기 위해 더 추운 곳으로 이주한 셈이다. 총 여섯 번에 걸쳐 서로 다른 이누이트 종족이 이주해왔다. 오늘의 그린란드인들은 9세기 무렵 이주한 마지막 집단, 툴레인들의 문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
식민 통치가 시작되면서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덴마크 방식의 삶을 수용해야 했다. 1960년대부터는 아파트 형태의 도시 거주지로 강제로 이주 당했다. 어업이 산업화되고 자연 자원을 채굴해 팔아 학교도 짓고 병원도 짓고 백화점도 짓고 살았다. 그러나 북극이라는 환경에서 완전한 인공 도시를 짓지 않는 한 유럽식 삶의 방식을 따르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이누이트들이 그런 삶의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환경과조경 451호(2025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참여 문학. 20세기 이후에 등장한 개념이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문학이 사회적·정치적 책임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현실에 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고정희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 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신의 정원, 나의 천국』, 『고정희의 바로크 정원 이야기』,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를 펴냈고, 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