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의 대중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지만, 여전히 조경을 꽃과 나무를 심는 일로 여기는 대중이 많다. 이는 조경의 결과에 주목한 것으로 조경가의 고민과 고뇌, 설득의 과정이 생략된 관점이다. 그렇다면 결과물이 아닌 조경 설계의 과정, 조경가의 사유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나아가 조경 설계를 예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면 어떨까.
‘부산물의 정원: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위한 초대장’은 조용준 소장(CA조경기술사사무소)이 ‘조제’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10월 11일부터 10월 26일까지 더샵갤러리에서 열렸다. 조제는 드로잉을 중심으로 조경가의 사유와 작업 과정에 주목했다. 완공 사진을 통해 단순히 결과물을 전시하지 않고 드로잉부터 설계 도면까지 이어지는 조경 설계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조경 설계는 창의적 활동이 10%, 나머지 90%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완공 사진을 통해 조경의 ‘결과’를 보여주는 대신 조경가의 사유와 공간 구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드로잉을 비롯한 여러 작업물을 통해 조경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조경의 부산물인 드로잉과 돌을 활용해 조경가의 감각과 사유를 따라가는 여정을 선사한다. 드로잉과 돌은 모두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주변과 관계를 맺으며 조경 설계 과정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드로잉과 돌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전시장에 배치되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드로잉의 선이 흐르고 겹치고 스러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며 느끼며 조경 설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드로잉과 돌이 만나 생성하는 열린 풍경을 통해 조경 설계란 창작 행위의 본질과 가능성을 탐구한다.
미완성의 가능성
조경가에게 드로잉은 단순한 설계도가 아니라 생각의 흔적이자 과정의 기록이다. 거칠고 유연한 선들은 미완성의 자유를 담고 있으며, 끊임없이 변주되고 확장되는 조경 설계라는 창작의 본질을 드러낸다. 전시는 드로잉을 설계를 위한 도구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생명력 있는 풍경으로 바라보며 네 가지 주제로 조명한다.
미완성과 개방성을 가진 가능성의 매체, 감각적 소통을 이끄는 심미적 매개체, 사유의 세계를 구축하는 자율적 실천, 시간성과 생명성을 지닌 살아 있는 기록. 나아가 전시 중앙 공간을 채운 돌과 드로잉이 되는 교차되는 풍경은 관람객에게 감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전시장은 드로잉을 중심으로 조경가의 사유가 구현되는 과정을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처럼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의 콘셉트 드로잉은 선이 주는 특유의 낯선 감각과 함께 그가 추구하는 설계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드로잉은 끊임없이 수정되고 확장될 수 있는 여백을 품기 때문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가능성으로 번져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또한 새로운 생성과 해석을 유도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가령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는 그의 설계 철학인 보이지 않는 깊이, 반응하는 표면, 생성적 경계를 시각화한 드로잉으로 다양한 조경 공간 구현을 위한 단초로 작용했다. 일상 속에서 포착한 풍경을 드로잉으로 담아내는 과정은 그에게 영감이 됐다. 그는 “드로잉은 일상 속 풍경을 발견하고 관찰하며 재해석하는 과정이었다. 같은 색을 공유하되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진 책상 위 소품의 그림자를 그리며, 디자인적 통일감과 다양성을 만드는 법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 환경과조경 451호(2025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