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게임을 해보자.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 미래 중 어디로 가고 싶은가. 만약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만약 복권에 당첨되면 당첨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가. 질문만 들었는데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이 중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있는 질문은 복권 당첨금이라 생각한다. 약 0.0000123%의 확률이지만 5천원의 모험으로 몇 배의 돈을 가질 수 있다. 당첨금으로 하고 싶은 건 내 집 마련 혹은 건물주님(?) 되기다. 돈 걱정 없이 원하는 걸 마음껏 하고 싶은 마음을 내포한 바람이다.
이번엔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는 악마의 본성을 일깨워보고자 한다. 만약 누군가를 때릴 수 있다면 누구의 어디를 때리고 싶은가. 만약 이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싶은 상황이나 사람이 있다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막상 입 밖으로 꺼내긴 어렵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앞 질문들을 들었을 때보다 더 빨리 답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누구나 싫어하는 사람, 상황을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락한다고 주장하는 지니가 있다. 이 지니는 우리가 아는 알라딘의 친구가 아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모두 이루어질지니’(2025)의 이블리스다. 설정은 알라딘과 똑같다. 램프를 문지르면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단, 소원으로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고, 미래로는 갈 수 없다. 알라딘의 지니와 비슷한데, 왜 다른지 궁금증이 생겼다.
드라마는 기가영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영은 살인을 하고 싶어 하며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사이코패스다. 할머니는 가영과 몇 가지 룰을 만들어 최대한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키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가영은 두바이에서 우연히 램프를 발견하게 되고 이블리스를 만난다. 이블리스는 그녀에게 세 가지 소원을 빌라고 하지만 그녀는 소원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이블리스를 무시한다. 이블리스는 가영을 따라 한국까지 넘어오고 그녀를 타락시키려 한다.
가영은 묻는다. 왜 인간을 타락시키려고 하냐고. 이블리스는 자신을 사탄이라 소개하며 이유를 설명한다. 신은 진흙을 빚어 ‘인간’이란 존재를 만들었고, 천사와 지니한테 인간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이블리스는 이를 거부하고 신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자신이 인간은 타락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신은 내기를 받아들인 대신 단 한 명이라도 타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이블리스는 영원히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는 조건을 내건다. 이블리스는 고려에서 위기에 처한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소녀는 세 가지 소원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썼는데, 이 여파로 이블리스는 983년 동안 램프에 갇혀 살게 된다. 램프에 갇힌 이블리스는 소녀를 한 번만 더 만나게 해달라고 빌고, 소녀가 기가영으로 환생한다.
가영은 계속 궁금하다. 인간이 왜 타락할 것이라고 확신하는지. 이블리스는 소원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을 만나면 당시 처한 상황만 보이기 때문에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소원을 빌 수밖에 없다고, 소원이 이루어질수록 욕심은 끝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알라딘도 지니에게 지니를 위한 소원을 빌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냐며 묻는다. 지니는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원하게 된다(The more you have, the more you want)”며 이블리스와 똑같이 말한다. 하지만 알라딘과 가영은 달랐다. 알리딘은 지니의 자유를 위한 소원을 빌었고, 가영은 타인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한 소원을 빈다. 두 사람은 왜 대다수의 사람과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일까. 대부분은 돈과 같은 무언가를 가지는 소유 지향적 소원을, 알라딘과 가영은 관계 지향적 소원을 원했다. 소유 지향적 소원은 손쉽게 뚜렷한 결과를 얻지만, 관계 지향적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원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돈과 재산은 눈에 띄는 보석이지만 사랑과 우정은 깊숙이 숨겨진 진귀한 보석이라서 이루기 어렵고 더 가치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본 직후에는 항상 알라딘과 가영처럼 타인을 위해 소원을 빌어보겠다고, 눈앞의 이득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반성한다. 하지만 실제로 지니를 만나면 이런 다짐은 잊어버리고 나만을 위한 소원을 말할 게 분명하다. 결국 타락할 인간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