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 키클라데스 제도의 중심에 그리스 신화 속 레토가 헤라의 저주를 피해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낳았다고 전해지는 델로스섬이 있다. 여의도만 한 크기의 이 섬은 연중 두 달은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강한 바닷바람이 불어 매우 건조하고 척박하다. 한때 3만 명이 살 정도로 번성한 지중해의 무역 중심지였지만 로마 제국기 이후 점차 버려져 지금은 상주하는 고고학자 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황량한 섬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뿔종다리Galerida cristata 는 아주 특별하다. 남구만의 시조를 통해 노고지리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종다리와 비슷하지만, 긴 머리 깃이 특징인 이 새는 주로 건조하고 풀이 드문드문 자라 언뜻 보면 황폐해 보이는 초지에서 산다. 동틀 무렵부터 이른 아침까지, 주로 짝을 찾거나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데 그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
지난 10월, 이 섬에서 일주일간 머무르며 폐허가 된 농부의 집을 고치는 일을 했다. 매일 아침 항구에서 농부의 집으로 가는 길에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짖는 뿔종다리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힘찬 그 소리에 어쩐지 쓸쓸함이 묻어난다고 느낀 것은, 역사 속에서 잊힌 이 섬처럼 이 새 역시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뿔종다리의 개체 수가 줄고 있다. 오랫동안 인간 거주지 주변의 유사한 서식처에서 적응하며 살아왔지만, 농업의 집약화와 잦은 비료 사용으로 초지가 울창해지고 살충제로 먹이가 줄면서 살 곳을 잃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택지 개발과 황무지 복구 명목의 조림·녹화 사업도 일부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이다.(각주 1)
버려진 섬에서 마음껏 노래하는 뿔종다리를 보며, 우리 눈에 쓸모없어 보이는 땅도 어떤 생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터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뿔종다리는 흔한 텃새였지만 서식지 감소로 지금은 보기 매우 어려워졌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대한민국 적색목록 위급종으로 지정됐다.
**각주 정리
1. E. de Juana and F. Suárez, “Calandra Lark(Melanocorypha calandra)”, Handbook of the Birds of the World Alive , Lynx Edicions(Barcelona), 2004
신영재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건축학부 조경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조경설계사무소 초신성의 소장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쓸쓸한 것에 관심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