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몇몇 조경설계사무소가 모여 전시를 열었다. 준비하면서 전시에 담아낼 콘텐츠에 관해 논의했다. 몇 차례 회의 후 “설계를 할 때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각자 정리해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조경을 하면서 줄곧 개인적인 고민이자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었다. 어떤 설계를 지향하고, 어떤 것에 집중하며, 어떤 색채를 지닌 설계가인지 스스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제너럴리스트라는 그럴싸한 표현으로 자기 위안을 삼기도 했고, 함께하는 동료의 역량에 기대어 개인의 흠결을 보완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의 작업을 돌아보며 적어도 스스로 설계적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파크(Park)1538 광양은 조경가로서의 취향이 가장 잘 반영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장소성을 만드는 광장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광장이다. 조경이 다루는 공간 중 유독 설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유형이 광장이다. 유연성과 가변성이라는 광장 본연의 강점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비워둬야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공간을 열어만 둘 수는 없다. 참여형 공간이나 열린 결말의 태도는 아주 선하고 이상적인 의도일 수 있지만, 방문자와 이용자에게만 공간의 성패를 내맡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지점들이 많다. 적어도 그 모든 착한 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좋은 공간적 그릇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설계가의 책무다.
특히 대상지는 특기할 만한 기억과 이야기가 쌓인 곳이 아니라서 설계 작업을 통해 이 땅만의 장소성을 만들어내야 했다. 마침 건축가는 광양이라는 도시의 이름과 환경적 특징에서 비롯되는 심상을 빌려 빛의 결을 표현했기에 이에 발맞춰 땅의 결을 만들었다. 조형미를 드러내는 일렁이는 대지의 형상을 통해 전에 없던 땅의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대상지가 마주하고 있는 섬진강과 광양만의 물결을 은유하고자 했다. 마치 예리한 조각칼로 곳곳을 패어 올리듯 날렵한 마운딩을 대지 곳곳에 새겼다. 새로운 광장의 장면이 역동적이고 강렬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그 모습을 통해 이 땅의 오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는 양감을 가진 설계 요소로 공간의 인상을 만들고 장소가 사람들의 뇌리에 남겨질 수 있도록 하는 설계적 지향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 환경과조경 450호(2025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글 얼라이브어스
조경 설계 얼라이브어스
건축 설계 운생동건축사사무소, 포스코A&C
시공 포스코E&C
위치 전라남도 광양시 금호동 812
규모 19,765.5㎡
완공 2025. 4.
사진 김종오
얼라이브어스(ALIVEUS)는 현대 도시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건축, 조경, 도시 재생 및 문화 계획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 그룹이다. 단단한 기준, 관철하는 감각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풀어나간다. 서로의 특성을 인식하고 평등한 소통과 유연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융합을 통해 지속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가며 균형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학제간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하이엔드 디자인을 구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