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GC는 한때 미군 골프장으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중금속 및 유류 오염을 입은 채 도심 속에 방치된 저지대 구릉지다. 이곳은 단순한 오염 정화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적·생태적 재구성이 필요한 회복의 시점에 도달했다. 총면적 905,673㎡에 달하는 대상지는 개발제한구역 내 자연녹지지역과 일부 준주거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측은 위례 신도시와 인접하고, 북측에는 탄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이, 동·남측에는 청량산 자락과 남한산성 도립공원이 있다. 도시와 자연, 역사와 생태가 중첩되는 경관적 접점이다. 또한 100번 고속도로와 342번 지방 도로에 인접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러한 입지적 맥락 속에서 정화의 흐름을 공간화하고, 도시와 생태, 시민과 장소를 다시 연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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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남기는 정화
성남 GC는 토양 오염이 깊게 침잠해 있는 도시의 잔재이자, 오랜 방치로 인해 단절된 공간적 틈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정화는 기술적 절차에 머무른 채 시민의 일상과는 분리되어 있으며, 정화의 실체는 여전히 비가시적 상태로 남아 있다. 오염을 단순히 제거의 대상이 아닌 도시 회복의 출발점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정화의 흐름’을 도시적·지형적 흐름으로 전환하는 데 주목한다. 오염토의 굴착과 성토라는 기술적 과정을 공간 창출의 설계 언어로 재해석해,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체험할 수 있는 ‘회복의 지형’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전략이다.
기존의 정화 방식이 오염토를 제거한 후 되메우기를 통해 ‘형태를 남기지 않는’ 방식이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오염토의 성토를 통해 형태를 남기는 정화를 지향한다. 정화의 과정을 은폐하지 않고, 변화의 흔적을 지형에 남겨 시민과 공유하며, 도시와 생태를 다시 연결하는 매개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이러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 정화의 과정을 시각화하고 인지 가능하게 만드는 지형 구조를 설계한다. 둘째, 오염과 회복의 흐름을 따라 시민이 직접 걷고 체험할 수 있는 루프형 동선을 구성한다. 셋째, 단절된 도시 생태 흐름의 연속성과 장소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생태·경관적 가치를 재해석한 도시형 생태 경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전략
오염의 공간적 분포와 굴착·성토의 공간적 구조를 바탕으로 네 가지 전략적 모듈(M1~M4)을 구성하고, 기술적 조치와 공간적 경험을 동시에 고려했다. 굴착 모듈(M1)은 고심도 굴착 기반의 노출 공간을 통해 오염토의 층위를 절개면으로 드러내고, 관람 데크와 안정 구조를 통하여 시각적·감각적 체험이 가능하도록 구성한다. 습지 모듈(M2)은 저지대를 인공 습지로 전환하여 침사지와 투수 구조 기반의 정화 흐름을 시각화하고, 생물 유입 및 수생 생태계 회복을 유도한다. 성토 모듈(M3)은 성토된 정화토를 기반으로 생태 테라스를 조성해 자생 식물 도입, 시민의 휴식 공간, 생물 서식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한다. 연결 모듈(M4)은 굴착과 성토의 경계에서 유기적인 동선으로 역할하고, 도시와 생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전이 공간으로 기능한다.
전략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기반 지형의 구조 안정화를 병행한다. 깊이 6m 이하 굴착지에는 경사 비 1:1의 비탈면을 적용하고, 깊이 6m 이상 굴착지에는 토류판과 어스 앵커를 통해 절개면을 보호한다. 침투 위험이 높은 구간은 점토 라이닝과 차단막을 시공해 수리적 안정성을 확보한다. 성토지는 1:1.8~1:2의 경사비를 유지하며, 투수성 자갈층(배수층), 정화토층(구조 안정층), 유기질 토양과 자생종 식재층(식생층)으로 구성된 다층 구조로 기능성과 생태성을 동시에 담보했다.
코어 존
대상지는 굴착 깊이 6m를 기준으로, 오염 농도 및 정화 흐름의 강도에 따라 네 개의 코어 존Core Zone으로 구분된다. 각 존은 굴착과 성토의 공간 구조, 정화 시설의 활용, 생태 회복 프로그램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공간 단위이며, 서측에서 동측으로 갈수록 정화의 시 간성과 서사가 축적되는 구조를 따른다.
코어 존 1(노출)은 오염의 노출을 극대화한 감각적 공간이다. 절개된 지형과 외곽 녹지를 접합시켜 균열 형태의 보행 동선을 형성하고, 시민이 수직 단면을 통해 오 염토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코어 존 2(과정)는 정화 시설을 중심으로 구성된 체험 공간으로, 원형 토양 세척장과 철골 정화 구조물을 활 용해 오염토의 처리 과정을 시민이 관찰할 수 있는 콘텐츠 라운지로 구성된다. 저지대에는 침사지와 습지가 결합되어 정화의 흐름이 물리적 공간으로 전환된다.
코어 존 3(재성장)은 정화토를 활용한 성토 테라스 공간으로, 선큰 광장과 고지대의 성토를 조합해 회복의 서사를 형상화한다. 체험 화단과 시민 커뮤니티 공간은 일상의 회복을 담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코어 존 4(조망)는 굴착과 성토가 중첩된 클럽하우스 일대에 위치하며, 에어리얼 루프를 통해 전 대상지를 조망하고 서사를 종합하는 통합 공간이다. 몰입형 전시관, 시민 휴게 공간, 야외 상영장 등 정화의 종착점으로서 공간의 상징성을 강화하는 복합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생태 복원
굴착 및 성토 지형을 중심으로 한 지형 기반 생태 회복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정화 후의 지형이 단지 물리적 구조로 남는 것이 아니라 생태 적 시간성과 자율성에 따라 회복되는 생물 서식 기반이 되도록 한다.
굴착지는 회복의 출발점이자 실험적 생태 조성 공간으로 기능한다. 물리적·화학적 기반을 우선 조성하고, 그 위에 자생 식물이 자율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열린 구조를 유지한다. 이러한 방식은 개척화 전략이라 불리며, 회복 초기 국면에서 생태계의 자율적 복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중간 깊이의 굴착지와 성토지의 경계부에는 혼합 식재 기반의 자연화 전략을 적용한다. 이는 여러 식물 군락이 경쟁하고 자율적으로 선택되는 구조를 통해 종 다양성을 확보하고 식생의 안정화를 유도한다.
상대적으로 평탄한 성토지에는 핵화 전략을 적용해 핵심종 중심의 패치 식재를 도입한다. 제한된 식재를 통해 저비용-고효율의 확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인접한 녹지 및 보행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통해 빠른 생태 회복과 공간 활용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구성한다.
생태 연결 전략
굴착과 성토를 통해 재형성된 지형을 생태 네트워크의 매개로 삼아, 저지대 수변 축과 고지대 산림 축을 복합적으로 연결한다. 가장 낮은 곳에 조성한 인공습지 및 자연형 수로는 장지천 생태 축과 연결해 도시 내 단절된 수변 생태계의 회복을 유도한다. 습지는 침수·저류·정화·생물 서식처 역할을 수행하고, 시민 보행 동선과 결합되어 생태적 교육과 체험의 경로로 작용하게 된다.
성토한 고지대 능선은 남한산성과 위례신도시 녹지 축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이 능선은 조망 거점이자,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녹지 회랑으로 작동하며, 조류나 소형 포유류의 이동 통로이자 시민 보행자의 경관 체험 경로로 활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