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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조경가의 정원]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원
  • 환경과조경 202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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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어느 날, ‘조경가의 정원’ 특집 원고 청탁 메일을 받았다. 솔직히 메일을 열어 보고 순간적으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조경가가 자신의 집에 만든 정원이라면 분명 그 조경가의 가치관이나 철학 혹은 개성이 오롯이 반영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나의 정원은 그런 거창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내 정원의 시작은 즉흥적이었다. 2년 전 늦은 봄, 텅 비어 있는 옥상 한 편에 비어 있는 공간을 보다가 문득 조경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이곳을 그냥 비워두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정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그저 선선하고 볕 좋은 날 앉아 쉴 수 있도록 의자 하나와 식물 심긴 화분 몇 개 정도만 놔두자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작더라도 제대로 된 정원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화분 몇 개만 놓여 있는 옥상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제대로 정원을 설계하고 만들자니 그것 또한 엄두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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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정원 스케치

 

 

나를 위한 정원

고민이 깊어지는 동안 어느새 초여름이 되었다. 날씨는 점점 더 더워지는데 계속 머뭇거리다 보면 자칫 더위를 핑계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옥상 한편을 그대로 비워두게 될 터였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클라이언트도 나고 만드는 사람도 나인데 너무 부담 가질 필요가 있을까? 클라이언트를 위한 설계에서는 잘 벼려진 디자인을 해 왔다면, 나를 위한 정원은 힘을 빼고 뭉툭하게 디자인하고 만들어보면 어떨까. 어차피 내가 만족하기만 하면 그걸로 괜찮을 텐데.”

 

평소에는 치밀하고 감도 높은 디자인을 추구해왔으니 내 정원을 설계할 때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감도를 낮추어 디자인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오랜 망설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실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굳히자 마음이 한결 편해지면서 옥상정원 구상을 빠르게 구체화할 수 있었다.

 

이왕 뭉툭함, 낮은 감도를 키워드로 삼았으니, 그에 걸맞도록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정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을 많이 들이면 처음부터 잘 정돈된 정원을 얻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도 그럴듯한 정원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았다. 공간 구성에 신경 쓴다면 초반에는 볼품없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성장하는 식물에 덮여 보기 괜찮아지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시간과 식물의 힘에 대한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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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식재로 추가한 관목과 파종한 초화가 자라나며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나간다.

 

환경과조경 449(2025년 9월호수록본 일부

 

김진환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라이브스케이프, CA조경기술사사무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를 거치며 다양한 성격의 조경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경계를 한정하지 않는 공간 만들기를 통해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는 기쁨의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언제나 경계인의 자세로 여러 분야의 이접을 통한 창발적 디자인을 지향한다. 현재 랩디에이치에서 부소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