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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조경가의 정원] 소소한 나의 쉼터
  • 환경과조경 202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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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1층 테라스

 

 

어릴 적을 떠올리면 아침마다 화초에 물을 주던 어머니와 집에서 늘 강아지를 길렀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생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됐고, 이 같은 성장 배경은 나의 감성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감성을 품은 나는 공간과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고등학교 시절 내내 미술반 활동을 하며 미대 진학을 꿈꿨다. 하지만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쳤고, 고민 끝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건축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며 나의 관심사는 건축물 바깥의 외부 공간으로 확장됐다. 마스터플랜을 그릴 때 항상 외부 공간에 대한 설계를 빼놓지 않았다. 당시 건축학과 학생들 중 외부 공간에 주목하는 이는 드물었다. 그래서 늘 “그렇다면 이 공간은 누가 다뤄야 하지?” 궁금해했다.

 

졸업 시즌, 나의 관심사와 설계 작업을 지켜보던 담당 교수님이 첫 직장으로 조경설계사무실을 추천해주었다. 내가 “조경이 뭔가요?”라고 묻자, 교수님은 “네가 과제에서 늘 표현하던 것이 바로 조경이란 학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시작된 조경의 길을 지금까지 즐겁게 걸어오고 있다.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나 나의 생각과 디자인을 구현해왔다. 매 프로젝트마다 마치 나의 공간인 것처럼 정성을 쏟아 부었는데, 어쩌면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 그러한 열정의 동력이 되어준 걸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최근 근교에 작은 부지를 마련하게 됐다. 건축을 전공한 나는 늘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설계해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늘 도심에서 살아왔기에 조금 더 조용하고 자연에 가까운 곳에서 감성과 아이디어를 충전하고 싶었다. 더불어 집을 짓기로 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자녀들이 결혼과 독립을 하며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시점에, 손주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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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전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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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 스케치

 

 

부지는 약 40세대가 머물 수 있는 경사진 지형의 타운하우스 단지다. 이곳을 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개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뒷산이다. 2층 구조로 설계하면 위층 데크 테라스와 뒷산의 높이가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뒷산을 마치 뒷마당처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산과 맞닿은 풍경 속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자연을 품은 삶을 상상하게 했다. 부지를 구입하고 다음 날 바로 사무실에서 스케치업으로 구상안을 3D로 만들어보니 예상대로였다.

 

두 번째는 세대마다 설계를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존 도면은 다소 아쉬운 설계를 담고 있었다. 좁고 긴 대지에 단조롭게 들어선 구조는 우리의 생활을 담기엔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건축 설계부터 다시 작업에 들어갔고, 그에 어울리는 외부 공간도 함께 계획했다. 1층 설계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은 공간의 연결성과 자연과의 어우러짐이었다. 외부 주차장에서 현관문으로 진입할 때는 여유 있는 전이 공간을 만나게 함으로써 실내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외부 테라스 공간은 실내 거실의 바닥 마감 색상과 동일하게 맞추어 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을 주었다.

 

건물은 최대한 뒷산 쪽으로 배치해 앞마당을 넓게 확보했다. 실내 거실과 주방 사이에는 외부 중정 공간을 두어 자연 채광과 뒷산 경관을 끌어들였다. 정원을 바라보며 요리하길 꿈꿨던 아내의 바람도 설계에 녹여내 주방의 긴 사각 창을 통해 초록빛 세상을 맘껏 누릴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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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이 보이는 1층 정원

 

 

환경과조경 449(2025년 9월호수록본 일부

 

이홍선은 건축을 전공한 후 조경 분야에 입문했다. 건축을 공부할 시절부터 건물 바깥의 공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주차장, 나무, 동선 등 다양한 요소를 건물과 아울러 구상하며 건축과 조경에 대한 종합적 안목을 키워나갔다. 이원조경에서 19년간 경력과 노하우를 쌓은 뒤, 2006년 팩토리 엘(factory L)을 창립해 건축+조경 공간 창출을 시도해왔다. 계획 도면만 넘겨서는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들 수 없다는 철학 아래 디자인과 시공을 연계한 조경 작품을 구현하고 있다. @factoryl.of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