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으로 이사하다 = 아파트를 떠나다 ≠ 정원을 갖다
단독주택으로의 이사를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한 건 2020년 여름부터였다. 아이들 어릴 적부터 아내와 나누었던 “아이들 모두 대학 가면 단독주택으로 이사하자”라는 막연한 이야기가 발단이 됐다. 둘째가 고3이 되던 해부터 여러 동네를 알아보다가, 우여곡절 끝에 인왕산 아래 부암동의 한 단독주택을 만나게 됐다.
40년 넘은 오래된 주택이었지만, 동네 분위기가 좋았고 아파트와는 달리 독립된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작은 정원이 딸려 있다는 건 덤 같은 것이었다. 우리 가족에게 ‘단독주택으로 이사한다’는 건 ‘아파트를 떠난다’는 뜻이었지, ‘정원을 갖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정원을 만들다
부암동 주택으로 이사했다고 하면 빠짐없이 듣는 질문이 있다. “정원도 만들었어요?” 조경을 전공한 사람이 단독주택에 산다니까, 누구라도 묻고 싶은 질문일 것이다. 그래도 조경 전공자라서 다행인 건 주변에 전문가가 많다는 점! 우리 집 정원 설계는 박준서 소장(디자인 엘)이 도움을 줬고, 시공은 조수연 대표(광합성)가 수고해 줬다. 이들이 맡지 않을 정도의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지인 찬스’로 부탁할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두 사람에게 다시 한 번 더 감사 인사를 전한다.
정원은 두 개의 작은 공간으로 나뉜다. 한쪽은 산에서 내려오는 경사면이라 활용도가 떨어지는 곳이고, 평평한 메인 정원도 담장 아래 돌을 쌓고 나무를 심은 형태로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박 소장이 돌을 모두 걷어 경사지 쪽으로 옮기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 결과 편안한 정원과 계곡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전체적 틀이 잡히자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도면보다는 스케치를 기반으로 식물 위치가 정해졌고, 경험 많은 현장 소장이 하나하나 식물을 앉혀가며 정원을 만들었다. 몇 그루의 교목부터 시작해 관목과 초화류를 식재하고 기존에 묻혀 있던 석물들도 재배치했다. 사실 공사 중에 작은 우물과 몇몇 석물들이 흙 밑에서 발견됐다. 우물 정(井) 모양을 한 아담한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이 우물과 새로 빛을 본 석물들이 정원의 상징이 됐다.
* 환경과조경 449호(2025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