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눈에 보이는 풍경뿐 아니라 대지 위의 문화적 일상을 창작하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조율한다. 대지가 놓여 있는 여건과 새로운 목적 사이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조경의 본질과 창작의 태도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공간을 매개로 사유하고 실천하는 조경가의 서사를 비추는 전시가 열렸다.
일곱 개의 조경 디자인 스튜디오, 열 명의 조경가가 함께한 ‘Verdant Collectives(연두빛 사람들) 조경가 그룹전’이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개최됐다. 디자인을 이미지로만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물 공간에 구현하고 연출해 모두가 공유하는 대지에 책임 있는 지문을 새기는 디자이너이자 문화적·사회적 환경 구축자로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조경가들에게 주목했다. 전시는 조경가들이 만들어낸 창작의 장면을 펼쳐내고 그들의 디자인 과정에서 나타난 서사와 흔적들을 수집했다.
전시에는 얼라이브어스(강한솔·김태경), 안마당더랩(오현주·이범수), 디자인 스튜디오 도감(최웅재), 조제(조용준),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원종호·정욱주), 랩디에이치(최영준), 오픈니스 스튜디오(최재혁)가 참여했다.
땅에서 융기한다
전시장 중앙에서는 ‘땅에서 융기한다’는 개념을 담은 정원을 만날 수 있다. 바닥을 15㎝ 올려 만든 경사로를 통해 전시장에 진입하면 중앙에 조성된 정원과 패브릭 배너를 마주하게 된다. 정원에는 전시 기간 동안 생육이 가능한 지피류 수종과 석재를 혼합 배치했다. 이 정원은 메인 전시물인 패브릭 배너의 배경이자 전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병렬식 전시
전시는 조경가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무엇을 지향하며 작업하는지를 드러내는 데 주목했다. 비슷한 시기에 스튜디오를 설립한 일곱 개의 조경 디자인 스튜디오는 9~10년간 각자의 방식으로 조경을 지속해 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 공동 기획이라는 실천의 형태를 띤다. 조경가의 특성과 일곱 개의 조경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병렬식으로 전시했다.
‘철학(패브릭)’, ‘생각과 말(텍스트 벽)’, ‘이미지(캘린더)’, ‘육성과 표정(영상)’, ‘실물의 단면(정원)’이라는 다섯 가지 매체를 통해 조경가의 사유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중앙의 정원을 중심으로 각 스튜디오의 철학을 담은 패브릭 배너가 매달려있다. 한쪽 벽에는 각 스튜디오의 구체적인 창작 과정과 결과물이 담긴 캘린더형 시퀀스가 걸려 있어 관람객들에게 조경 작업의 자세한 면면을 들춰보게 한다. 다른 한 벽에서는 조경가 인터뷰에서 추출한 대담 내용과 각 스튜디오 소개 글을 살펴볼 수 있다. 작업 결과물과 문장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내용을 담은 인터뷰 영상을 상영했다. 전시의 연장선으로 인터뷰 단행본 출간 작업을 진행 중인데, 전시에 참여한 조경가 10인의 작업 세계와 비평적 관점을 보다 깊이 있게 담아낼 예정이다.
* 환경과조경 449호(2025년 9월호) 수록본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