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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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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잘 떠나보내는 방법
  • 환경과조경 2025년 9월호

달걀 한 판의 나이가 되니 눈에 띄게 달라진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놀이공원을 좋아한다. 특히 사계절마다 달라지는 에버랜드 포시즌스 가든에서 펼쳐지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정기적으로 에버랜드를 찾아가곤 했다. 작년, 생일을 맞이해 핼러윈 축제와 가을을 만끽하러 에버랜드에 놀러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픈 런 해서 인기 어트랙션을 타고 포시즌스 가든도 즐기고, 밤에는 야경과 불꽃놀이도 구경하고 와도 체력이 남아돌았다. 하지만 작년에는 하루는커녕 반나절도 버티기 힘들었다. 체력이 깎였을 걸 예상해 오후에 입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어트랙션은 한 개밖에 타지 못하고 불꽃놀이도 감기는 눈꺼풀을 참아내며 구경했다. 이때 이후로 자주 가던 에버랜드를 안 가게 되었다. 나약한 체력이 되기 싫어 운동을 하지만 체력과의 싸움엔 항상 진다. 체력 저하와 더불어 자주 붓기, 단어 까먹기, 트렌드 뒤늦게 알아채기 등은 필수로 따라오는 변화다.

 

경조사 참석 횟수도 부쩍 늘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제 짝꿍을 찾아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하고 있다. 결혼식은 축하의 마음을 듬뿍 담아 즐겁게 다녀오지만, 장례식장은 참 기분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죽음 앞에선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게 된다는 허무함과 죽으면 지금 누리고 있는 일상을 즐길 수 없으니 재미지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까지 생각의 꼬리가 길어진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이 커지면서 이 사람들을 잘 떠나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서기도 한다.

 

연휴를 맞이해 할머니를 만나고 왔다. 할머니를 모시고 바깥나들이를 계획하던 중 한 공원을 발견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송해공원인데, 무장애 공원으로 설계되어 휠체어가 필요한 할머니와 함께 다니기 제격이었다. 공원 이름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전국”이라고 외치면 “노래자랑”이라고 되받아치고 뒤따라 오는 노래까지 흥얼거리게 해준 송해 선생이 떠오를 것이다. 송해 선생은 1988년 5월부터 KBS ‘전국노래자랑’ 사회자로 34년간 활동했다. 95세가 되던 해,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송해 선생 아내의 고향이 달성군인데, 이를 인연으로 송해 선생은 달성군 명예 군민과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이 인연은 송해 선생 이름을 딴 송해공원 조성으로 이어졌다.

 

송해공원에 들어서면 도포 차림에 삿갓을 쓴 송해 캐릭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송해 캐릭터를 지나치면 과거 농업 용수였던 옥연지를 만나게 된다. 태극 모양으로 옥연지 위를 가로지르는 백세교를 건너면 송해공원의 명물인 ‘옥연지 송해공원 둘레길’이 이어진다. 백세교 중앙에는 2층 정자인 백세정이 있는데, 이곳에서 산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송해공원의 전경을 바라보길 추천한다. 옥연지를 따라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둘레길 옆에는 생강나무, 왕버들, 층층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식재되어 있고, 곳곳에는 박장대소, 실소, 폭소란 이름이 붙여진 전망대가 있다. 대프리카 더위에 둘레길을 다 돌지 못했지만 대프리카의 햇볕을 가려준 녹음과 옥연지에서 불어온 강바람 덕분에 조금이나마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나와 신난 할머니의 웃음도 더위를 잊게 해주었다.

 

둘레길 중간중간에 만난 송해 선생의 웃는 얼굴은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다. 할아버지에게 안부 전화하면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는 송해 선생 목소리와 내 이름을 반갑게 불러주던 할아버지 목소리. 할머니와 바람 쐬러 나갔던 나들이는 새로운 공원의 발견은 물론, 잊고 지냈던 송해 선생의 전국 노래자랑을 시작으로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였던 할아버지까지 떠올리게 했다.

 

먼 훗날,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아파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나와 함께한 추억들을 떠올려주면 좋겠다. 수민공원(?)을 만들어줄 순 없지만 내가 좋아하던 놀이공원에 찾아가 나와 함께 탄 놀이기구를 즐기며 신나게 놀아주면 좋겠다. 그 모습을 본 내가 하늘나라에서 미소를 지으며 쉬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