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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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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내 아쉬움에 자연의 특정 순간을 붙잡고 이상화하려는 오만이 섞여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 환경과조경 2025년 9월호

가족과 함께 새집을 꿈꾸며 유튜브를 보곤 한다. 경매에서 헐값으로 산 집을 고쳐 사는 사람, 복잡한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 집을 지은 사람들을 만난다. 종종 직접 지은 집에 사는 건축가도 등장한다. 엄마의 눈동자에 이채가 돈다. 그들의 설계 철학은 꼿꼿하기도 하고 소박하기도 하다. 소박해서 더 거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내레이션이 덧입혀진 영상 속 건축물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순간에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경가는 어떤 정원을 꾸리고 살까.

 

이번 특집 ‘조경가의 정원’에서 다루려 한 건 클라이언트나 이용자의 개입이 없어 조경가가 마음껏 설계해도 괜찮은 정원이었다. 이 정원들을 들여다보면 조경가의 철학이나 취향이 더 또렷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예상과는 조금 다른 원고들이 도착했다. 음식 냄새에 질린 셰프들은 퇴근한 뒤 집에서는 보통 요리를 하지 않는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면에 초대한 조경가의 정원은 특별히 화려하지도 않았고, 찾기 어려운 재료를 쓰지 않았다. 오히려 기능에 충실했다.

 

건축주가 되길 자처한 김영준은 주변 산하의 경관을 마음껏 즐기고, 작은 자연을 들일 수 있는 정원을 고민했다. 인근 산의 풍경을 끌어들이려 스트로브잣나무를 주요 교목으로 심었다. 흔히 ‘고급’ 수목으로 여겨지는 소나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기에 수월했다. 이홍선의 정원은 다변화하는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작업 공간의 편안한 배경이 되도록 잔디를 깔고, 놀러온 손주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백을 두었을 뿐이다. 일하다 얻은 식물을 심으면 꽃밭이 되고, 에어 풀장을 설치해 물을 채우면 곳곳이 수영장으로 변한다. 변화 가능한 소소한 정원은 시간이 흘러도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단독 주택 생활을 꿈꿨던 주신하가 ‘지인 찬스’로 만든 정원은 여러 식물을 품고 있다. 흔히 정원 생활하면 떠오르는 일들이 그의 정원 안에서 일어난다. 덕분에 원예생명조경학과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식물을 잘 몰랐던 그는 식물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계절과 날씨에 민감해졌고 전보다 식물 사진을 자주 찍는다. 때맞춰 물을 주는 일이 버겁고 풀 뽑기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아파트로 갈 생각이 없다”.

 

김훈연과 김진환의 정원은 ‘최소’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일터인 서울에서 정원이 있는 제주를 한 달에 한두 번씩 방문할 수밖에 없는 김훈연은 ‘최소의 비용과 관리’로 유지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었다. 가족들이 바깥 활동을 크게 즐기지 않기에, 집안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적당한 관리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작지만 충분히 풍성하고 소박하지만 되려 간편한 현대의 실용적 정원 모델”이다. 김진환은 조경가가 만든 정원은 대단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역으로 최소한의 정원을 만들었다. “화분 몇 개만 놓여 있는 옥상의 모습”은 성에 차지 않지만 “제대로 정원을 설계하고 만들자니 그것 또한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는 의도적으로 뭉툭하고 감도가 낮은 정원을 계획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원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재료는 우유 박스, 추진력을 뒷받침한 것은 “시간과 식물의 힘에 대한 믿음”. 김진환은 우유 박스 정원을 “어떤 때는 드러 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곳이지만 때로는 꼭꼭 숨기고 싶을 만큼 볼품없는 곳”이라고 했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소소해서 더 대단해 보였다.

 

박윤주의 정원은 특집에 실린 정원 중 가장 작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관목 1본, 초화류 47본이 사는 이 작은 땅을 그 누구보다 많은 사람이 다녀간다. 이곳은 “식물들이 중심이 되어 관계를 조직해 가는 느슨한 형태의 코리빙 하우스”다. 원고를 빼곡하게 채운 텍스트들은 정원 설계보다 이 정원을 만들게 된 이유와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에게 정원 설계에 대한 내용을 더 많이 써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까닭이 있다. 눈길을 빼앗은 수많은 문장 중 일부를 옮긴다. “계획을 변경했을 때, 뜻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음에 대한 아쉬움이 분명히 있었다. …… 내 아쉬움에 자연의 특정 순간을 붙잡고 이상화하려는 오만이 섞여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빨간기와 정원은 내게 ‘땅은 늘 말하고 있으며, 나의 조경은, 그를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종의 번역 작업임’을 알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