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을 구현하는 설계 과정에서 진행되는
심의, 자문, 인증 등의 문제는 무엇인가
진행을 방해하는 의견 조율
이 과정에서 제일 큰 문제는 심의, 자문, 인증 등에 있어 발주처가 지자체나 인허가권자들과 이슈들에 대해 조율하거나 정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설계자는 어쨌든 ‘의견’이 나오면 ‘반영’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에 발주처의 의견도, 인허가권자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당사자들 간에 조율해야 할 사항을 설계자에게만 해결하길 요구하면 설계 진행은 멈추게 되고 불필요한 작업들이 계속 반복된다. 결국 한쪽이 다급해져야 결정이 내려지고, 설계사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가 된다. 김기천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지만, 한국은 조경, 특히 공원 관련 법규가 너무 많고 심의 과정도 까다롭다. 심의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여러 의견을 따르다 보면 공원 디자인은 이미 절반쯤 다른 산으로 향해 가기 일쑤다. 공공 공간이다 보니 다양한 이용자의 의견도 수용해야 하고 사회적 기준에 맞는 각종 인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원은 정책적·사회적 요구의 일방적 수용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현민
과정 간소화와 전문성 강화
일반적인 프로젝트와 달리, 설계공모 당선안의 심의와 자문은 더욱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심의위원과 자문위원은 당선작의 설계 취지와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설계자와 한 팀이 되어 당선작이 구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 과정에서 심의, 자문단의 이름과 심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설계공모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수많은 인증 과정에 대한 간소화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이식
당선의 기쁨은 잠시뿐 이어지는 설계 과정은 고난의 시작이다. 심의와 인증은 그래도 정해진 프로세스 내에서 진행되나 자문은 상황이 다르다. 수도 없이 많은 자문이 진행된다. 그 횟수 또한 정해진 것이 없다. 복불복인 셈이다. 자문을 진행하는 이유는 또 다른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공공 산물에 대한 결정 과정이 정당했음을 보여줌으로써 기획 주체가 회피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도움이 되는 자문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기획 주체인 발주처의 담당자가 갖지 못한 전문성과 결정 장애를 보완해주는 행위로 보는 나의 시각이 과한 것이기를 바란다. 김호윤
설계 과정에서의 심의, 자문, 인증 절차는 공공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단계다. 다만 심의, 자문 절차의 비일관성과 다중성, 심의 권고사항의 과도한 개입, 심의위원의 전문성과 맥락 이해 부족, 인증 제도의 경직성과 과잉 요구로 인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공모 당선작이 갖는 설계적 의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실현 단계에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통합적 절차 설계, 설계자의 권한 확보, 제도 운영의 유연성 강화가 필수적이다.백종현
실제 구현 단계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그 자체로 별도로 다뤄야 할 만큼 방대한 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의가 이렇게 많고, 인증 절차가 얼마나 복잡한지는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다. 설계공모 당선 후 과업지시서에 명시된 설계 기간 내에 설계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한 사례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실적으로 거의 0에 가까울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수많은 심의와 자문, 각종 인허가와 인증 과정이 순차적으로 중첩되면서 설계가 계속해서 조정되고 지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한 일정 지연만이 아니다. 각 심의 때마다 새로운 의견과 상반된 요구사항이 제시된다. 그때마다 설계자는 원래의 의도를 수정하고, 다시 조정하고, 다시 설명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그 결과 시간이 갈수록 초기의 설계 개념은 흐려지고 결국엔 누더기처럼 봉합된 결과물만 남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늘 같다. “제발 한 번에 좀 하자.” 물론 비약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창의적이고 일관된 설계의 구현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대안으로서 ‘통합 심의’와 ‘협의 절차의 간소화’는 이제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송민원
프로젝트의 발주처 내부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서 거쳐야 하는 설계 단계 과정은 다양하다. 심의와 자문을 거치면서 의견 반영 강도에 따라 설계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결국은 심의와 자문의 구속력이 설계의 일관성과 구현성을 좌우할 수도 있다. 누적되는 심의와 자문의 피로도는 불만족스러운 설계안 구현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간소화된 절차와 의견 반영의 등급제를 통해서 설계공모 본래 취지를 지켜낼 필요가 있다. 설계공모 프로젝트의 경우 예외적으로 선별적 심의와 자문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양태진
심의, 자문, 인증은 각각 명확한 존재 이유와 명분이 있기에 제도화되어 있다. 이러한 절차는 당장 피할 수 없으며 절차를 확대하고 맞춤형으로 구체화해도 모든 과업의 특수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수용하기 어렵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한 책임은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이라는 전문가 집단의 판단의 중요성으로 다시금 돌아간다. 이들이 심의와 인증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혜안을 갖추고 있다면, 설계 지침에 필요한 사항을 적절히 반영할 것이며 당선작을 선정할 때도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해 옥석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점차 ‘위원’들에게 돌리게 되는데,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과 다양성 향상과 확대에 힘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심사위원에 대한 선별을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강화하고 상향된 보상과 공증을 통해 명예를 부여하는 제도 또는 문화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최영준
* 환경과조경 448호(2025년 8월호) 수록본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