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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아스티르 마리나
Astir Marina Landscape and Public Realm
  • Neiheiser Argyros
  • 환경과조경 202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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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rgos Sfakianakis

 

 

아스티르 마리나(Astir Marina)(이하 아스티르)는 대상지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하드스케이프에 새겨 하나의 지도를 형상화한 프로젝트다. 아스티르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단편 ‘과학의 정밀성에 대하여(On the Exactitude of Science)’에 등장하는 지도처럼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정확한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아스티르는 항해 지도에서 얻은 영감, 대상지의 물성과 질감, 그리고 지역성과 세계성이 교차되며 다양한 켜가 중첩되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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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티르 마리나를 단순한 인프라 시설이 아닌 산책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수 공간으로 계획했다.

 

 

등고선의 미학

대상지는 그리스 아테네 남부 해안에 펼쳐진 푸른 소나무 숲이 있는 불리아그메니 반도(Vouliagmeni Peninsula)에 위치한다. 이 마리나는 육지가 아니라 바다 위에 새롭게 조성되는 인공 부지다. 디자인 콘셉트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땅 위에 경관을 설계해야 하는 독특한 도전 과제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부지가 없는 경우, 백지 상태의 대상지를 보이드(void) 또는 비어 있는 상태를 뜻하는 철학 용어인 타불라 라사(tabula rasa)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인공 부지 아래에는 육지와 이어진 복잡하고 역동적인 생태계가 자리하고 있다. 이 생태계는 수면 아래 숨겨져 있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관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며 등고선, 수심선, 풍향 벡터, 색상 그라데이션, 해칭(hatching) 등을 통해 수면의 위아래 지형을 보여주는 항해도와 지도를 살펴봤다. 그 가운데 지형의 흔적을 평면 위에 투사한 등고선의 미학적 형태가 인상적이었고, 이를 활용한 설계를 시도했다.

 

대상지의 원형을 이해하기 위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 항공 사진을 살펴보며 지리적 역사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해변과 만, 섬들로 이뤄진 과거의 모습과 고유한 지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흥미로운 지형 특성과 지질학적인 이야기를 디자인에 담고 싶었다. 대상지의 과거 등고선을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해양공학자들이 새롭게 설계한 마리나 경계선 위에 중첩했다. 마리나 경계선의 형태는 요트의 이동 경로, 정박지의 효율적 공간 배치, 바람과 파도에 대한 저항 등 다양한 현실적 요구에 따라 구성되어 있었다. 대상지의 역사와 디자인 논리를 중첩시키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등고선을 새로운 평면 위에 투사해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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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지의 과거와 현재를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 요소를 하드스케이프에 새겨서 하나의 커다란 지도로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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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rgos Sfakianakis

 

다양한 켜의 중첩

중앙 마리나 수역을 기준으로 2m 간격의 로컬 그리드 체계를 글로벌 그리드 체계 위에 새롭게 중첩했다. 해안선과 차량 통행로 사이의 녹지는 공간을 구분하는 장벽으로 기능했고, 군데군데 배치된 모습은 마치 작은 인공섬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조경을 통해 과거의 역사와 함께 현재의 공간적 맥락을 하드스케이프에 새긴 하나의 지도를 형상화했다.

 

인근 지역의 미드 센추리 모던 양식의 리조트, 대상지의 고대 역사, 재료적 특성, 지역 동식물 등 다양한 요소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클라이언트는 세계적 수준의 마리나,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하는 쇼핑 단지 등과 같은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항해 지도를 구현하는 시각적 이미지, 대상지의 고유한 물성, 지역성과 세계성의 교차 등 다양한 켜의 중첩을 통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공간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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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로와 차도 사이의 경계석을 최소화해 차량과 보행자가 공존할 수 있게 했다. Ⓒ Giorgos Sfakianakis

 

그리드 구조

대상지는 지구 북쪽 방향을 기준으로 23도 정도 기울어진 구조다. 이러한 대상지 내부에 고르게 배치된 그리드 구조는 부두의 구조물과 기하학적으로 충돌하는 형태를 띠지만 모두 중앙 마리나 수역 방향으로 수렴된다. 이처럼 중앙 수역을 향해 수렴되는 디자인은 방문자가 어디에 있든 자신의 위치를 인지할 수 있게 돕는다.

 

전체적으로 배치된 그리드 구조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공간에 따라 바닥 포장 재료를 다르게 했다. 레스토랑을 포함한 상업 시설 주변 도로 포장에는 혼드마감(honed), 버너마감(flame-treated), 잔다듬마감(bush hammered), 샌드블라스트(sand blasted) 등 다양한 마감의 현무암을 혼합해서 사용하고, 해안가의 보행 프롬나드에는 거친 포르투갈산 석재 포장재(rough-cut portuguese pavers)를 활용했다. 그밖에 차도 및 운영 시설 구역의 바닥은 두 가지 색상의 아스팔트로 포장했다. 보행로와 차도 사이의 경계석을 최소화해 자동차와 보행자가 공존하며 차량 운전자들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는 걸 유도하는 보행자 중심의 도로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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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적 곡선의 등고선 패턴 포장과 질서정연한 그리드 구조의 시각적 대비를 꾀했다. ⒸGiorgos Sfakianakis

 

역사적 지형 등고선

등고선 형태의 바닥 포장은 마리나 조성 이전에 존재했던 과거의 해저 지형을 나타낸다. 즉 아스티르는 대상지에 존재했던 땅을 나타내는 일대일 축척의 지도인 셈이다. 조각보 같은 포장 패턴을 자주 사용했던 그리스 건축가 드미트리스 피키오니스(Dimitris Pikionis)로부터 영감을 받아 근처 채석장의 대리석 조각을 재활용해 등고선을 연상시키는 포장 패턴을 만들었다. 너비 300㎜의 등고선 형태의 포장 도로 안에 다양한 모양의 대리석 조각들을 불규칙적으로 배열해 무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비정형 곡선의 등고선 패턴 포장과 질서정연한 그리드 구조의 시각적 대비를 꾀했다. 메인 광장의 등고선 패턴 포장 표면은 테라조처럼 매끄럽게 다듬었다. 다른 공간의 경우 거친 표면을 가진 대리석의 조각이 작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형태를 드러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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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rgos Sfakianakis

 

그린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마리나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선착장 뒤편 공간은 기반 시설 중심의 열악한 환경이었고, 그나마 있는 콘크리트 공간은 차량 주차와 전력 연결을 위한 공간이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아스티르에서는 주요 차량 동선을 대상지 후방으로 이동시키고, 수변과 동선 사이에 완충 녹지를 두어 차도와 수변 공간을 분리했다. 완충 녹지는 몽환적 분위기의 식재로 구성된 언덕 또는 녹색 섬처럼 계획하고, 기존의 수변 공간을 더욱 쾌적한 공공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차량 통행을 일부 제한하고 벤치와 그늘을 조성해 소음과 시야를 차단하는 쾌적한 보행자 중심의 공간을 조성했다.

 

녹색 섬은 저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형상과 고유한 정체성을 지니며, 공간 사이의 틈새 공간은 수변 프롬나드와 운영 시설을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이 섬들은 지면 위에 놓인 것이 아니라 마치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게 설계했다. 그리드 구조나 등고선 패턴이 평면적인 그래픽 요소로 기능하고, 녹색 섬들은 풍성한 녹지를 통해 입체적 산책 경험을 선사한다. 이 섬은 조형성이 강조된 녹색 언덕을 통해 새로운 경관과 지형을 만들어낸다. 비록 인공적인 개입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자연과 생명이 있는 땅은 평평하고 밋밋한 마리나의 부잔교에 새로운 활기와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옹벽과 산책로

배후지의 기존 호텔과 가까운 구역의 자연 지반은 4~6m 높이의 경사지로, 수변까지 이어진다. 새로운 건물과 주차장은 이 경사면 일부를 절개하고 들어서야 했기 때문에 기존의 지형을 다듬고 지지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했다.

 

기존 포시즌스 호텔(Four Seasons Hotel)과 숲을 가로질러 경사면을 따라 마리나까지 연결되는 길을 만드는 것이 설계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이 구간에 일반적으로 설치하는 평평한 옹벽 대신 새로운 식물과 기존 식물이 공존하며 살 수 있는 테라스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구현하는 아이디어는 그리스 섬 지역의 전통 농업용 석조 담장에서 얻었다.

 

그래서 콘크리트나 모르타르 없이 조립할 수 있는 개비온 옹벽을 선택했다. 자연석의 거친 마감과 돌을 감싸는 메시 철망의 질서정연한 패턴의 시각적 대비는 프로젝트의 주요한 디자인 언어인 등고선과 그리드의 시각적 대비를 떠올리게 한다. 크기가 서로 다른 네 종류의 돌을 개비온 재료로 활용했고, 일반적인 방법과는 다르게 작은 돌을 하단에, 큰 돌을 상단에 배치해 다양한 곤충 및 작은 동물의 서식 환경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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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식재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개비온 옹벽 ⒸLorenzo Zandri

 

글 Neiheiser Argyros


Landscape and Public Realm Architecture Neiheiser Argyros(Ryan Neiheiser, Xristina Argyros, George Foufas, Tasos Theodorakakis, Eleni Vagianou, Iason Ntounis, Alkisti Michelatou, Andreas Anagnostopoulos, Pelagia Spyridonidou)

Softscape Consultant SRLA Simon Rackham

Owner Astir Marina Vouliagmenis S.A.

Marine Works Design & Environmental Study Marnet S.A.

Preliminary Masterplan of Marina Land Zone KSE Studio

Architectural Design of Buildings Αeter Architects

Structural Design ΤΤΑ S.A.

MEP Design TEAM Consulting Engineers

Geotechnical Design Edafos Engineering Consultants S.A.

Traffic & Hydraulic Design Dromos Consulting

Lighting Design CK·Design·Lighting

Planning Consultant Periklis Konstantinidis

Project Manager Hill International

Main Contractor Tekal

Client Astir Marina

Location Vouliagmeni, Athens, Greece

Area 60,000㎡

Completion 2024. 7.

Photographs Lorenzo Zandri, Giorgos Sfakianakis


나이하이저 아르기로스(Neiheiser Argyros)는 2015년 라이언 나이하이저(Ryan Neiheiser)와 크리스티나 아르기로스(Xristina Argyros)가 설립한 다학제 디자인 스튜디오다. 도시를 위한 유쾌한 실험적 시도와 깊이 있는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지적 호기심과 예술적 접근을 토대로 사회·문화적 공감을 만들 수 있는 지역, 환경, 오브제에 관심이 많다. 디자인을 느슨한 형식과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대화 또는 역사와 주변 환경을 위한 열린 대화로 바라보며 런던과 아테네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