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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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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비엔날레는 여전히 논쟁지대여야 한다
  • 환경과조경 2025년 8월호

더운 도시에 가려면 철저히 준비해야지. 쿨링 물티슈와 핸디 선풍기를 샀건만 대구역에서 나를 맞은 건 머리칼을 흔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었다. 인터넷에서 스치듯 봤던 기사와 반응이 생각났다. 대구의 녹지 확대 사업이 도시의 평균 기온을 3~7도가량 낮추는 효과를 냈다는 뉴스, 온도 측정 지점이 전보다 덜 더운 곳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간과했기에 의미가 없다는 누리꾼의 반박. 하지만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유난히 큰 가로수와 그 아래의 그늘을 보며 어쨌든 나무 아래는 시원하니까 녹지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가벼운 생각을 했다.

 

대구 한가운데에서 끓는 도시를 식히고 있는 수성못도 떠올렸다. 지난해에 2024 수성국제비엔날레의 수성못 수상공연장 설계공모(2024년 11월호)를다루면서, 당선작 ‘물 위의 언덕’의 설계설명서를 참 재밌게 읽었었다. “1930년대 지형도를 보면, 왜 대구가 한때 ‘물의 도시’로 불렸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도시화를 통과하며 그 많던 못들은 메워지거나 지하화되었는데, 비록 이는 세계 다른 주요 도시들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경이라 할지라도 대구의 무더운 여름을 생각할 때 특히나 아쉬운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상상을 해 봅니다. 만약 이 모든 못들이 여전히 지표 위에 남아서 달아오른 땅과 대기를 식혀주고 있다면? 만약 우리가 저수지를 잘 보존해서 물가에 오픈스페이스를 더 만들었다면?” 이 질문들은 강렬한 풍경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 여파로 지금도 ‘대구’라는 단어를 들으면 ‘더운 도시’와 함께 관념적 풍경으로 가득한 ‘물의 도시’가 연상된다. 질문의 힘이 이런 거구나 중얼거리게 된다.

 

지난해 연달아 두 개의 비엔날레를 다루며, 차별화된 주제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두 비엔날레가 단순히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일시적으로 작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물론 좋은 공간, 좋은 파빌리온 자체가 탄생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 그 주변에서 삶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하지만 비엔날레를 보러 잠시 이곳을 방문하는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마음속에 물음표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도시 곳곳에 점점이 흩어진 공간들은 왜 하나의 맥락으로 읽혀야 하나. 좋은 공간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텐데, 이 공간들은 왜 비엔날레를 통해 생겨나야 하나. 프리비엔날레임에도 불구하고 대구까지 내려간 이유 중 하나는 수성국제비엔날레가 조경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을 뿐 아니라, 예술감독을 조경감독과 건축감독으로 구성한 국내 유일의 비엔날레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더 다양한 이야기가 생겨나기를 바란다. “비엔날레는 여전히 논쟁지대여야 한다.”(각주 1) 

 

프리비엔날레의 여러 행사 중에서도 다 함께 모여 주제에 대한 해석을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2026 수성국제비엔날레의 주제는 ‘리빙 그라운드(Living Ground)’. 리빙은 생동감 넘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형용사이자, 삶과 교류가 펼쳐지는 거주 공간 같은 추상적 의미를 전달하는 명사다. 그라운드는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물질적 기반이자 생명을 토대를 의미하는 명사인 동시에 지식, 공동체, 장소의 기반을 다지는 행위를 나타내는 동사다. 그리하여 리빙 그라운드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다면적인 본질을 다루겠다는 포부를 담은 주제가 된다.

 

내년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또 비엔날레에 대한 새로운 비평을 불러올 수 있도록 참여 작가들이 발표한 리빙 그라운드에 대한 해석과 작업 방향을 요약해 소개한다.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공간”(제라드 라인무트), “자연과 함께 모두가 머물 수 있는 열린 쉼터”(하위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공존과 치유를 모색하는 철학”(조남호), “실용적 디자인,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 풍경, 항상 존재하는 그늘”(김건철),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생명체와 연결되기를 원한다”(장둥), “공간에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측정해 새로운 층위를 덧입힐 수 있어야 한다”(라인 카노),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땅과 관계 맺고 있으며,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끊임없이 연결된다”(조용준), “일상과 공동체, 시간의 적층, 존재의 인식과 깨달음”(임미정), “땅의 서사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서사들이 쌓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김태경).

 

**각주 정리

1. 김복기, “비엔날레 속의 동시대성 읽기(2)”, 더아트로 2019년 3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