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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동네 공원 + 정원 = 시민대정원?
  • 환경과조경 2025년 7월호

 

동네 공원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

보라매공원은 여의도공원 1.8배 크기의 대형 공원이다. 위치는 동작구 신대방동이지만, 북문 건너편은 영등포구, 남측 면은 관악구와 닿아 있다. 남서쪽은 구로구로, 서울의 서남부 네 개 구민이 즐겨 이용하는 공원이다.

 

보라매공원은 1986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개원했다. 오래된 주거지와 면해 있다 보니 멀리서 찾는 사람보다는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노년층은 곳곳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고, 겨울에도 나란히 앉아 햇볕을 쬐거나 운동을 한다. 중년층은 자발적으로 모여서 에어로빅이나 체조를 한다. 보라매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잔디 마당 주변 순환로에는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걷거나 뛴다. 평상시에도 하루 평균 2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작년에 보라매공원이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 장소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용한 동네 공원에서 서울 시민이 모이는 큰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원박람회를 위해 땀을 쏟았는지 지켜본 데다, 축제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라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이 글은 보라매공원 옆에서 30년 넘게 살며 일한 동네 조경가가 쓴 공원 자랑이자 정원박람회에 대한 짧은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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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 사이로 동이 트고 있고 넓은 잔디 위로 안개가 깔려 있다. 가로등 불빛이 남아 있는 새벽 시간 에도 운동하는 사람들로 보라매공원은 이미 활기차다.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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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인 시절에도 보라매공원은 안전했다. 공원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구분 없이 누구에게 나 열려 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터전임을 동네 공원은 보여주었다. 2020년.

 

 

공원, 정원, 운동장, 놀이터

나에게 보라매공원은 아이 셋을 키운 공원이자 정원이자 놀이터다. 큰 아이는 돌 즈음에 동물원의 연못 근처에서 비둘기 모이를 주며 걸음마 연습을 했다.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김과 흰밥만 싸서 하나씩 먹여주며 해질 때까지 놀다 오곤 했다. 아이들은 보라매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배웠다. 비행기를 구경하고, 공놀이와 연날리기를 하고, 겨울에는 꽁꽁 언 연못에서 썰매를 탔다. 대학생들과 함께 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정원에 꽃을 심기도 했다.

 

세 아이가 다녔던 보라매초등학교에서는 봄과 가을마다 순환로에서 걷기 대회를 했고, 가을 운동회와 축구 대회도 공원에서 했다. 어린이날에는 공원 근처 농심사에서 과자와 라면을 나눠줬다. 어른이 된 아이들은 요즘도 종종 축구나 러닝을 하러 공원에 간다.

 

우디 앨런의 영화 ‘멜린다와 멜린다’(2004)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 세 명이 센트럴파크의 보우(Bow) 브리지에 서서 학창 시절을 회상한다. 뉴욕이 고향인 사람들이 센트럴파크에서 어린 시절을 기억하듯, 도랑에서 가재 잡아본 적 없는 신대방동 아이들은 어릴 때 놀던 보라매공원이 고향이다.

 

나는 집에서 사무실로 걸어서 출근한다. 날씨 좋은 날은 공원 부지인 와우산을 넘어가서 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도 하고, 퇴근길에는 순환로를 몇 바퀴 돌기도 한다. 해 질 녘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공원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것은 크게 내세울 것 없는 동네에서 누리는 행복 중 하나다. 나와 같은 사람들로 저녁 시간대에 순환로는 늘 만원이다.

 

 

환경과조경 447(2025년 7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기술사사무소 이수에서 소장으로 일하고,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겸임교수로 가르치고,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에서 공부한다. BoLA의 친구들과 2019년 보라매공원에서 ‘공원학개론’ 포럼을 열면서 공원 아카이브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21년까지 서울시와 서울기록원의 프로젝트로 서울의 공원 기록물을 분석했다. 그 일환으로 보라매공원에 대한 논문 “이전적지 공원으로서 서울 보라매공원의 변화와 의미”(『한국조경학회지』 51(1), 2023)을 함께 쓰고 기록물 온라인 전시(서울기록원 홈페이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