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훌륭한 비평 보조자이고 인간은 최종적인 비평가”라고 답하는 제미나이(Gemini)의 말에 동의한다면, 비평적 글쓰기는 당분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비평문이 감상문과 다른 점은 주관적인 견해를 들되, 타당한 근거에 기반을 둔 평가와 해석으로 독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객관적인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평가와 해석을 넘나드는 글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상에 몰두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거니와, 자신의 견해를 입증하기 위한 합당한 논거를 찾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간 『환경과조경』이 주최한 ‘2025 조경비평상’에 접수된 여섯 편의 원고는 이러한 고된 글쓰기를 기꺼이 완수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그러나 기존 수상작과 견줄 만한 완성도를 갖추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의견이 공통적이었다. 지난 1월 20일, 조경비평상 심사에 참여한 배정한 편집주간, 남기준 편집장, 박희성 연구교수는 비평의 대상과 논거, 작법이 잘 결합되어 있는지 살핀 끝에, 올해는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여섯 편의 원고 가운데, 비평문의 꼴을 갖췄다고 판단 한 것은 다음 세 편이다. 철학적 탐구와 은유적 글쓰기, 다방면의 참고문헌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능력이 돋보인 “풍경의 재발명”은 조경가의 창발적 사고를 세 개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조경가의 고유한 설계 언어를 통해 위축된 조경의 회복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풍경의 층위로 규정한 ‘경관의 원형, 육성의 언어, 사고의 실험’의 논거가 되는 세 사례는 되려 조경의 언어를 단순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감이 없지 않다. 이어지는 조경의 언어 회복을 위한 세 가지 과제와도 긴밀하게 엮이지 못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해당사자의 역할을 토대로 CSR 기반의 놀이터, 학교숲 조경 프로젝트를 톺아본 “돌봄의 풍경을 다시 짓은 일”과 사육당하는 동물의 케이지 환경 설계에서 간과하는 지점을 비평한 “우리의 동물원, 우리의 시선”은 모두 현장 경험으로부터 습득된 견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진정성이 읽혔다. “돌봄의 풍경을 다시 짓는 일”이 다룬 ‘조경 공간의 운영·관리 문제’는 시의성 있는 메시지로 공감하는 바가 컸다. 다만 ‘돌봄’이라는 핵심어에 대한 비평이 생략된 채 필요성만 강조하는 한계를 보였다. “우리의 동물원, 우리의 시선”은 통제된 비인간 서식처에 동물 복지의 개념을 투영시킬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인간 편의로 설계된 동물원에서의 불편했던 경험에 몰입해서인지, 케이지 환경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가 글의 전반을 지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형태의 동물원과 케이지 사례를 근거로 들어 주장을 피력했다면, 독자를 좀 더 객관적으로 설득했을 것이다.
비록 수상작은 없지만, 모든 응모자가 상당한 필력이 있고 평가와 해석에 필요한 예리한 시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심사자 모두가 공감했다. 조경비평가로 거듭나기 위한 꾸준한 도전을 응원한다.


